2012.06.02 07:26

역적 스페셜-1

조회 수 478 추천 수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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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완전한 허구입니다. 실존인물, 단체, 사상, 아무튼 어떤 것과도 관계가 없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감鴉嵌시에서 뜨고 진 걸출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역적歷跡 스페셜입니다. 오늘은 21세기에 리뷰하는 식당마다 대박을 터뜨렸다가, 아주 사소한 계기로 몰락한 전 맛집 전문 블로거 淋   선생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처음엔 흔해 빠진 맛집블로거 중 하나였습니다. 흔해빠지기만 하면 괜찮았을 테지만, 알려주지 않으면 소금과 설탕도 구분하지 못하는 주제에 파워블로거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최대의 문제점이었습니다. 그의 주된 일과는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자다가, 저녁 시간에는 일어나 그가 살던 아감시 지도에 다트를 던져 맞은 자리에 있는 음식점 아무데나 들어가 리뷰를 하고, '내가 리뷰했으니 맛집이다'라 주장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촬영실력은 미슐랭 3성짜리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찍어도 논산 훈련소 앞 백반집처럼 나오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기에, 백날 리뷰를 올려도 악플만 수두룩하고 흔히 맛집블로거라면 있는 추종자조차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방을 청소하러 들어온 어머니가 그가 작성하고 있던 리뷰를 보고 말했습니다.

 "이 음식물쓰레기 사진은 대체 왜 올리는 것이냐?"

 그제서야 선생님은 자신의 가장 큰 단점을 자각하고, 그 달 미미쨩 포스터를 사려 아껴놨던 용돈으로 동네 사진관 김씨 아저씨를 고용합니다. 덕분에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사진과 적당히 초현실적인 문구-내용적으로는 이전과 전혀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덕에 선생님의 리뷰는 대성황을 이루고, 염원하던 파워 블로거의 꿈까지 이루게 됩니다. 또한 그가 리뷰한 식당은 아무리 맛이 없어도 사람들이 '  선생 블로그에서 봤으니 맛이 없어도 내 혀가 이상하기 때문이다'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신 포도를 먹은 여우의 심정이었기 때문인지 역시 알 수는 없으나 그와는 무관하게 매번 대박을 터뜨립니다. 그에게 리뷰를 섭외하며 무료 식사를 제공하거나 모종의 작은 선물을 주는 식당들이 날이 갈수록 또 많아졌던 덕분에,  선생님은 미미쨩 포스터를 마음껏 사고 맛없는 밥을 실컷 먹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너무 살이 쪄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식당 문을 들락날락 할 수도 없게 됩니다. 

 그렇게 식당과 독자들을 등쳐먹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동안 그의 몰락은 의외로 빨리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이 리뷰했던 식당 중 하나가 직원을 갈아 다대기에 쓰는 바람에 위생검사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수사과정에서 그 식당이 맛집리뷰 블로거들에게 돈을 주고 리뷰를 써달라고 했던 것과, 泡 선생님도 거기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 까발려졌습니다. 하지만 시 경찰서가 숟가락 살인마 사건으로 한참 바빠 일을 졸속으로 처리했던 덕분에  선생님을 포함한 당사자들은 며칠 유치장에서 설렁탕만 먹고, 법적 처벌까지는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맛집 리뷰 전문 블로거로서의 생은 이 일을 계기로 완전히 끝장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후 泡 선생님은 블로그를 폭파하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전부 세상 탓입니다'로 요약할 수 있는 사과글만 하나 올린 뒤 잠적해 버렸습니다. 후대 사람들에게 선생님은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미각고자라는 평가까지 받게 됩니다. 그의 근황-만일 살아 있다면-이나 이후의 삶에 대해 정확한 정보는 없으나, 다만 그 경력을 살려 취사병으로 군대에 갔다가 짬통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만이 파다할 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21세기에 16세기 중반의 감성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패션 테러리스트, 金 나지움 선생님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적 스페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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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6.02 07:58
    ......;;
    이거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황당하고 웃음만 나네요^^(뭐 그게 의도이실지도... 기분 나쁘시다면 죄송합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06.03 04:48

    단편인 줄 알았는데 진짜 연재작인가요?

    센스 돋보이는 글이네요. 이런 글 쓰기가 쉽지 않죠;

    잘 봤어요~

  • ?
    PPESyndrom 2012.06.05 11:57
    신선하네요. 게다가 단편이면서도 이야기가 말끔하게 정리되는. 옴니버스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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