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5 12:47

[강의] 천지창조

조회 수 491 추천 수 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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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작은 원형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방은 갈색 흙 바닥 밖에 없었는데, 아무런 장애물 없이 바닥과 하늘만 보이는 상황이었다. 대지위로 솟아 있는 것은 나와 그녀와 그녀가 앉은 의자와 작은 원형 테이블과 그 위에 있는 작은 나무 화분과 빈 의자 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 앞에 앉았다.

 여기엔 어떻게 오게 됐어?

 외모 만큼이나 목소리도 예뻤다. 머리 색은 내가 좋아하는 갈색, 갸름한 얼굴, 매끈한 피부, 나와 대조 되는 높고 귀여운 목소리! 성격은 어떨까? 도덕적 이지만 조금 냉소적이면 좋겠는데.

몰라. 그냥 있었어.

이 세상에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나도 그냥 있더라고.

이런 황량한 배경은 너랑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네 뒤로 울창한 숲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말하고 눈을 감았다가 뜨자 내가 생각했던 숲이 생겼다.

뭐야. 그런 말은 왜 해? 이런 황량한 곳에.

뒤돌아봐봐.

 그녀는 날 비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고개를 뒤로 한 체 한참동안 새로운 배경을 봤다.

 죽이는데…….

 그러게.

 나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숲을 보고 있었다. 금방 질렸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계속 숲을 보고 있어 볼 수 가 없었다. 그래서 뒤통수만 보고 있었는데 뒤통수도 너무 예뻤다.

 그렇게 한참동안 숲을 보다가 다시 나를 봤다. 그리고 내 뒤를 훑어 보더니 어떤 희열을 느끼는 듯 눈을 지긋이 뜨고 조금 흥분된 듯 빠르게 말했다.

 나는 네 뒤로 우리가 있을 집이 있었으면 좋겠어!

 어떤 집?

 일단 태양을 피할 수 있게 덮개가 있어야 하고 밖과 구분 할 수 있도록 사방이 막혀있어야 겠지.

 크기는?

 적당해야 겠지.

 색은?

 갈색.

 말로만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야 눈을 감았다가 떠봐.

 그녀는 바로 눈을 깜빡였고 탄성을 질렀다.

 !

 그녀는 내 뒤를 보고 너무 기뻐했다. 이제 보니 눈도 크고 치열도 고른 더 완벽한 나의 이상형이었다.

 집에 들어가 볼까?

 그녀가 일어나며 말했다.

 들어가서 뭐하게?

 집안도 꾸며야지.

 그녀는 세세한 것도 중시하는 아기자기한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집 주변이 너무 황량하지 않아?

 그렇군. 집 같지가 않다. 그냥 감옥 같아. 주변에 다른 건물이 있어서 마을 같은 분위기를 냈으면 좋겠군!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운 최고의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이제 보니 속눈썹도 아주 길었다. 완벽한 그녀가 눈을 떴다.

 그래 이거야.

 우리의 집 주변에는 다양한 건물들이 생겼다. 다들 재각각으로 생겼지만 우리 집과 마을이 보기에 아주 좋았다.

 그럼 이제 집에 들어 갈까?

 마을은 내가 생각 못한 아주 좋은 생각이었다. 비록 지금 살 사람은 없지만 황량한 분위기가 많이 완화 되었다.

 아니. 이거 재미있는데! 좀 돌아다니자!

 좋아!

 근데 목마르지 않냐?

 나도 목이 마른 것 같아.

 호수가 있으면 좋겠는데.

 나도 호수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녀는 눈을 감았다. 나도 따라서 눈을 감았다.

 하나, 둘, 셋!

 내가 셋을 외치자 그녀는 눈을 떴다.

 아주 물이 맑군!

 그녀는 숲 앞에 있는 호수로 걸어가더니 호숫가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물을 마셨다. 숲에 있던 갈색 동물들도 호수로 와 물을 마시고 있었다.

 시원하다. 그런데 고여있으니 금방 더러워 지겠어!

 그녀가 내쪽을 보고 소리쳤다. 그녀는 미래도 걱정하는 지적인 여성이었다.

 그럼 흐르게 하자!

 내가 소리쳤다.

 어떻게?

 호수를 높이면 되지!

 ?

 빨리와!

 그녀는 내게 빠른 걸음으로 왔다.

 뭐야? 뭘 어떻게 하자는 거야?

 나는 그녀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고 나를 보게 했다.

 뭐야?

 됐다.

 그녀는 넋을 놓고 산을 바라 보았다. 숲을 다 가리는 엄청난 높이의 산에 압도된 걸까? 산 정상에서부터 흐르는 물은 그녀의 앞을 지나 계속해서 밑으로 흘러 가고 있었다.

 대박인데.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게.

 고인 물은 어디로 가지?

 웅덩이로 가겠지.

 그럼 더러워 지는 건 마찬가지? 뭐야 이게? 그리고 호수의 물도 마르면 결국 더러운 물을 먹는 건데? 그럼 또 호수를 만들 거야? 모양 빠지게.

 어쩜 나랑 생각이 똑같을까?

맞아.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내는 것은 모양 빠지는 일이야. 내 계획은 이 웅덩이에서 깨끗한 물이 다시 호수로 올라가는 거야.

? 그게 되?

지금도 물은 계속해서 위로 가고있어. 또 가장 깊은 웅덩이 이니 다시 이곳으로 흘러 돌아오겠지.

오 그거 신기한데……정말 재미있는 일이야!  나 그 웅덩이로 가고 싶어!

 배를 만들어서 물의 흐름을 따라 웅덩이로 갔다. 가면 갈수록 속도는 느려 졌고 우리는 황량한 주변을 보면서 산, 호수, 숲, 마을을 반복해서 만들었다. 가끔 동굴을 만들기도 했고 산에서 물 대신 불이 나오는 곳도 만들어 봤다. 창조물이 늘어날수록 웅덩이는 커졌고 우리는 더 이상 흘러가지 않았다.

여기 정말 깊어보이는데.

그녀가 배에서 고개만 삐죽 내밀고는 말했다. 조금 무서워 하는 것 같았다.

그러게 어느새 깊어졌어.

살이 뜨겁다.

덮개를 만들까?

답답한건 싫어.

그녀가 무릎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하늘한 원피스에서 보이는 그녀의 무릎 실루엣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럼 조명을 끄자.

 태양은 서서히 지기 시작했다.

 좋군.

 완전한 어둠이 찾아 왔다.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무서워.

그녀는 정말 무섭나보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자존심이 강할 줄 알았는데 감정표현도 솔직한 것이 아주 귀엽고 좋다.

나도. 역시 조명이 조금은 있는게 좋네

 달이 떴다. 검은 하늘에 한가운데 있는 빛 덩어리는 아주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좋네. 이제 안 무서워.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이전의 놀라움도 없었다. 이제 당연한 일이 된 걸까? 갑자기 비장의 무기가 떠올랐다.

눈감아봐.

 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예쁘네.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 내가 떠올렸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저 빛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할만큼 완벽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건조했다. 이제 나는 뭘 해야 하나. 불편한 정적이 흐르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집이 참 많아? 그렇지?

지금까지 많이 만들었으니까.

다 쓸 수 있을까?

다 쓸 필요는 없지. 만들었다고 다 써야 하나?

“……다른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어.

너가 원한다면 이제 생겼겠지.

너가 원한다면 생겼겠지.

그녀는 나를 가만히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너가 만든 것들 어때 맘에 들어?

같이 만들었지.

나는 어때? 마음에 들어?

그녀는 완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이렇게 가끔 격정적으로 변하는 것도 너무 멋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녀가 소리쳤다.

너를 뭘 어떻게 해?

그래 난 이제 뭘 해야 하지? 내가 뭘 하기 바라는 거야?

 그녀가 나를 때리며 소리질렀다.

그냥 있어!

 또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왜 이러는 걸까? 이번엔 내가 조용히 물었다.

넌 이름이 뭐니?

그래, 내 이름은 뭐지?

없어? 없다면 만들면 되지.

이름은 필요 없어. 이제 만든 것 중에서 맘에 안 드는 것을 없애자. 나는 저 달이 싫어. 별도 싫고.

더 밝은걸 원하는 거야?

아니. 어둠.

 달과 별이 없어지고 완전한 어둠이 다시 찾아왔다. 또 정적이 흘렀다. 나는 다시 말을 걸었다.

이름은 아무레도 필요한 것 같아.

풍덩!

 물소리가 났다. 이 배에 빠트릴게 뭐가 있었지? 달과 별이 생겼다.

 그녀는 없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한참동안 감고 있다가 다시 눈을 떴다.

여기엔 어떻게 오게 됐어?

다시.

 

사방에는 흙밖에 없었다.

의자 두 게하고 작은 원형 테이블, 그 위에는 작은 화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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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SinJ-★ 2011.01.15 17:43

    일단 추천ㅋ

  • ?
    다시 2011.01.15 21:26

    ㅋㅋㅋㅋㅋㅋ아싸

    평 기다릴게요 ㅋ

  • profile
    SinJ-★ 2011.01.16 06:18

    룰을 잘 지키셨어요^^ 초보적인 규칙을 적용해서 도리어 연습이 안 된 느낌이 드네요. 그렇지만 명답은 아니고 정답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래서 B입니다. 평은 이게 끝이구요. 다음 번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 profile
    SinJ-★ 2011.01.15 17:43

    제 점수는요 B

  • profile
    윤주[尹主] 2011.01.15 18:30

     잘 봤어요 ㅎㅎ

  • ?
    백수묵시록 2011.01.16 14:33

    빠삐용과 비슷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일단 추천

  • profile
    시우처럼 2011.01.16 19:56

    읽다보니 인셉션의 무의식의 세계에서 천지를 창조하고 놀았던

    주인공과 그의 부인 이야기가 떠올랐아요.

    그런데, 이 이야기 속의 여자에도 주인공이 만든 거군요.

    그런데 또 주인공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 역시 누군가 만들어낸 존재 일까요?

     

    마지막에, 님의 닉넴이 나오면서 의미심장한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님의 닉넴은 잊어먹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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