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내 사전에 행운은 없다

by 다시 posted May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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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딱히 내세울 것은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못난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비록 직업 없이 맞벌이 부모님이 나간 집을 지키고 있지만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하는 일을 나도 하는 것이다. 토익준비가 그렇게 비 생산적인 일 이지는 않기도 하고. 사실 내가 태어난 데에 내 책임이 얼만큼 있을까? 편모를 빠르게 움직인 것? 이렇게 나약한 인간을 낳은 사람은 내가 아니다. 부모님이다. 그래서 그분들은 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나를 키워 주셔야 하는 것이다. 사실 고마운 분들인데 내가 표현이 서툴러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

“응애! 응애!

 한참 합리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명상을 방해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품에 안고 있던 아기가 울자 남자는 기저귀를 한번 어루만져 보다 아이를 바닥에 두고 젖병을 가지러 갔다. 아무 능력이 없는 남자와 달리 아기는 굉장한 발성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평소 자기비하를 하는 그는 그런 아이의 뛰어난 능력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속으로 말이다. 아기한테 나쁜 말을 하면 안되니까.

‘아기도 어쩜 조용한 아기도 있을 텐데 내 피가 섞여서 그런지 참 시끄럽고 민폐다. 흥,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서 조금은 위대해 졌을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생명이라고 하니까. 나는 한 생명을 만드는데 일조했고.

 아기의 어머니는 클럽에서 만난 하룻밤 상대였고 아버지는 없었다. 그는 분명히 말했었다. 낙태하라고. 그녀는 낳았고 그는 말했다. 고아원 보내라고. 아기의 아버지는 없었다. 일일 보모가 있을 뿐이다.


“너한테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아. 가다가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니까, 저녁까지만 맡아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거 아냐?

 그녀의 무서운 표정과 처절한 어조에 겁먹은 그는 귀찮다는 듯이 연기를 하며 아기를 받았었다.


“똑똑똑

‘누구지?

“택배 왔습니다.

불투명한 문의 유리를 통해 보이는 상대방의 실루엣은 머리가 긴 여자였다. 배달원의 유니폼도 아니라 화사한 원피스차림 이었다.

‘아마 문 밑에 남자가 숨어있겠지.

“택배 아닌거 알아요.

 그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사실,좋은 말씀 나누려고 왔어요.

 그녀는 더 긴장한 목소리였다 덜덜 떨리는 것이 애처로운 느낌이 강하게 밀려들어왔다.

‘어쩐지 택배는 분명 아니다 싶었어. 그리고 그런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면 유니폼 비슷하게는 입고 왔겠지. 배달원은 남자가 많으니까 여자는 가스 점검 왔다고 말을 했을 거야.

“죄송합니다. 잠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정말 잠깐이면 되요.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애처로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실루엣은 제법 예쁘게 생겼기에 남자는 눈요기나 할 심산으로 안전 고리를 걸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모습을 찰나의 시간동안 스캔한 그는 곧바로 문을 닫고 고리를 해체해 문을 열어줬다. 그녀는 황급히 문을 닫으며 들어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감사합니다.

 하하, 아니에요. 많이 힘드셨나 봐요? 밖에 많이 덥죠?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솔직한 가슴은 그녀가 착하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그렇게 간만에 실사로 눈을 호강시키던 그는 그녀의 매끄러운 어깨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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