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01 추천 수 1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라루테 일행은 반 실신한 상태로 마차에 누워있었다. 마차는 밤새 달렸다. 무작정 마을과 수도의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운전하는 마부야 편했지만 구출대는 아주 불편했다. 그들에게 지시를 내려줄 라루테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진료를 마친 상황이었으나 딱히 손쓸 방법이 없었다. 상처를 치료할 줄은 알지만 피로에 통하는 마법은 없었기에.
 “어떻게 된 거야? 병에 걸린 건가?
 크리스가 마차에 기대 반대편에 쓰러져있는 라루테를 보고있다 조용히 물었다.
 “과로야.”
 마차에 기대 누워있던 호페퍼가 입만 열고 대답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과로로 이틀동안 기절을 해?”
 라루테를 바라보던 크리스가 호페퍼를 노려보며 짜증을 냈다.
 “테이데스에서 마법으로 상처를 치유했을 때 그때 신체에 상당히 무리가 갔거든. 신체의 본 자연치유 기능을 가속하는 마법이니까 상처가 클수록 더 피로해질 수 밖에 없지. 라루테님의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그만큼 체력이 모자랐고, 다음날 그 무리를 했으니 아주 이상한 현상은 아니야. 곧 일어날 거야. 어쩌면 일어나 있을지도 모르고.”
 호페퍼가 여전히 무덤덤하게 답했다.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인데…….”
 라루테의 옆에서 그녀를 간호하던 데이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달리는 마차 안이었지만 그 차 안은 조용했고 밤의 숲속에선 별 소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을 모두 분명히 들을 수 있었고, 크리스가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압도된 데이지는 고개를 숙이고 간병에 집중했다.
 “세워주세요.”
 라루테가 말했다.
 “라루테님! 괜찮으신가요?”
 마찬가지로 라루테의 옆에서 그녀를 간호하던 펠리테가 물었다. 크리스는 마부에게 다가가 차를 세우라고 했었다. 마차가 멈춘 한밤중의 숲속은 아주 조용했고 달이 밝게 떠있었다. 라루테는 마부에게 잠을 자라고 했고 마부는 마차 안에 잠자리를 마련해서 잤다. 그리고 일행은 밖으로 나와 마차와 멀리 떨어진 곳에 불을 피우고 그곳에 둘러 앉았다.
 “갑자기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에요. 어디로가던중 이었죠?”
 라루테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라루테의 모습이었다. 항상 상대방과 눈을 마주보고 대화하던 그녀였지만 오늘 이 시간 만큼은 면목이 없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딱히 목적지를 두고 있진 않았고 여기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티오네입니다.”
 펠리테가 라루테를 바라보고 말했다. 라루테는 고개를 약간 숙인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하루 자고 그곳으로 출발 하죠.”
 라루테가 말했다. 다들 대답하지 않고 바닥을 보거나 그녀를 보고 있었다.
 “크리스님, 천막을 설치해주시겠어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결국 라루테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펠리테가 부드럽게 그를 멈춰 세웠다.
 “잠깐, 우리 얘기나 좀 하다 들어가죠. 너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 같습니다.”
 부드러운 어조였으나 호페퍼는 저 말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었다.
 ‘할멈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라루테를 캐볼 생각이군.’
 크리스의 얼굴엔 약한 미소가 띄어졌다. 이런 소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쉽게 발을 빼지는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마부가 자는 이 시간이 좋겠군요. 서로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보도록 하죠.”
 라루테가 한참동안 고민하다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뜬 후 답했다. 구출대는 서로 눈치를 보며 묘한 긴장감을 연출해냈다.
 “그럼 말한 김에 제가 먼저 시작하죠.”
 정적을 깬 사람은 라루테였다.
 “크리스씨. 테이데스에서 저희를 습격한 괴한들에 대하 알고 있는 것이 있나요.”
 “얼굴을 못 봤어. 도망가는 뒷모습은 봤지만 흔한 양산형 갑옷이었고.”
 크리스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렇군요. 저는 이제 궁금한 것이 없습니다.”
 라루테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약간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던 것 같았으나 아쉽게도 긴장감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었다.
 “마계에는 언제쯤 도착하나요?”
 조용히 눈을 반짝이고 있던 데이지가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며칠 전 좀 뛴 것 말고는 체력소모가 없었던 그녀라 구출대 중에서 가장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유는 알고 계시겠죠?”
 라루테가 데이지의 눈을 보며 칼같이 답했다. 조금 매서운 눈을 하고 있었다.
 “아, 마계로 가는 방법에 대한 것은 비밀이라고 하셨죠……. 죄송합니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 더 있어요. 여기 있으신 분들은 다들 대단한 분들인데…….”
 “?”
 라루테가 관심을 가지고 데이지의 눈을 쳐다보았다.
 “저는 왜 데려오신 거죠? 이렇게 짐만 되는데…….”
 데이지가 조금 침울해 하며 물었다. 다른 구출대들은 좀더 대화에 집중했다. 다들 그녀가 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면 음식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다른 데이지씨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전부 필요해서 구출대에 참여를 권유했었구요. 음…….”
 라루테는 말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뭔가 고민하는 듯했다.
 “공주님에 대해 잘 아는 분이 필요합니다. 제일 중요한 역할이죠. 이번에 나무 사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계에선 공주님이 원하는 물건들을 약탈하고 있어요. 그것을 막고 추적하는 것이 공주님을 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라루테가 고개를 들어 데이지를 보고 말했다.
 “그게……. 아니야. 다음 분 얘기하시죠.”
 크리스가 라루테를 보고 뭔가 물으려다 이내 포기하고 순서를 넘겼다. 아마 ‘그게 왜 도움이 되?’ 라고 물을 심산인 것 같다는 것을 모두 알 수 있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크리스를 포함한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저는 질문이 좀 많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궁금한 것도 많이 생겼고 나눠야 할 것도 많이 생겼어요. 우선 서로 힘든 점을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질문 분명 불편하시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낼지 모르니 여쭈어 보겠습니다. 라루테님. 왜 우셨던 거죠?”
 펠리테가 라루테를 지긋이 바라보며 물었다.
 ‘저 선각자의 표정! 이런 종류의 가식은 할멈의 주특기지. 현명한 노인에게 모두 털어 놓으라, 그 소리군! 차가운 라루테라도 피할 수 없을 거야.’
 호페퍼가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실제로 펠리테의 질문을 들은 그녀는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시선은 완전히 바닥을 보고 있었고 입술은 불안하다는 듯 이리저리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억울해서…….”
 라루테가 중얼거렸다.
 “예?”
 펠리테가 조용히 되물었다.
 “제 마음대로 몸이 안 움직이고 공주님은 구해야 하고 여러모로 힘들더라구요. 다음부터는 이런 일 절대로 없도록 하겠습니다.”
 라루테가 천천히 말을 마쳤다.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전에 땅을 볼 때는 고개를 약간 들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푹 숙였다. 그러나 이런 라루테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펠리테의 인자한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빨리 들고 중앙에 지핀 장작을 지켜보았다.
 “마계의 침입을 잘 감지하시는 것 같던데 그 방법 정도는 알려주실 수 있지않을까요?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 나무를 도둑맞을 때 엄한 곳에 있어 막지 못했으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펠리테가 조용히 말했다. 인자했고 의사를 묻는 듯한 예의 바른 말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아주 단호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제가 느끼는 것이 있어요. 직감 비슷한 건데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실패한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주 확실하진 않아요. 아주 틀리지도 않지만요. 이런 답변 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언제부터 그런 직감이 생기셨나요?”
 펠리테가 물었다.
 “제게 궁금한 게 많으셨군요. 최근의 일입니다.”
 라루테가 답했다.
 “왜 공주를 구하고 싶으신 거죠?”
 펠리테가 물었다.
 “그야 당연히 백성들을 위해서죠. 모두가 공주님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습니까? 또한 마계에서는 공주님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약탈하며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구요. 구하면 모두 마무리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라루테가 답했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펠리테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펠리테가 물었다. 태도에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전혀 변하지 않는 그녀의 자세는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어린시절…….? 그걸 왜?
 라루테가 당황해서 물었다.
 “공주님이 납치당하신 것은 3년 전 일입니다. 세 살로 보이지는 않아서요. 대답하기 어려우신가요?”
 펠리테가 물었다. 라루테는 다른 질문과 달리 정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던 데이지는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정적은 꽤 오래갔다.
 ‘할멈 잘하고 있어. ‘대답하기 힘드시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따위의 말은 하지 말라고. 뭐, 할멈이 제일 잘 할 일이지만.’
 호페퍼가 생각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라루테가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구출대는 모두 라루테를 쳐다봤다.
 “비밀이라서 알려드릴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모릅니다. 눈을 떠보니 초원에 제가 누워있었습니다. 저는 분명 네파리위로써 삶을 마감했는데 눈을 떠보니 이렇게 돼있었습니다. 믿기 힘드실 것 같아 얘기 안 했었는데 이렇게 말하게 되는군요.”
 라루테가 말을 마쳤다.
 “그렇군요.”
 펠리테가 이전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번엔 내가 해볼까. 펠리테, 저 검은 뭐야? 풍기는 기운이 일반적이지 않은데? 어떤 힘이 있는 거지?”
 호페퍼가 한쪽 다리를 떨며 팔짱을 끼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계의 힘이 담겨있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니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구요. 이름은 ‘흑장미’ 입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검인데요……. 크리스씨 검을 좀 가져와 주시겠어요?”
 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에서 검을 가져와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칼집에서 검을 꺼내었다. 이름에 걸맞게 날이 검은 검이었다. 검지만 아주 매끄러워 모닥불의 빛을 반사해 아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검으로 바위를 강하게 쳤다.
 “쨍!”
 모두 검이 바위를 산산조각 내는 것을 예상했지만 안타깝게도 검은 검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뭐야.”
 호페퍼가 중얼거렸다. 라루테는 그 말을 듣고 한번 미소를 지었다.
 “앗!”
 데이지가 소리쳤다. 다른 구출대는 소리없이 놀라고 있었다. 부서진 날들이 다시 검의 손잡이로 빠르게 날라가 다시 검의 형태로 붙고 있었다.
 “여러 잎으로 이루어진 검이에요. 잎의 강도는 상당하지만 검의 강도는 평범한 검보다 약간 더 강한 정도입니다. ‘부서져라.’ 생각하면 쉽게 부서지고, ‘붙어라.’ 생각하면 이렇게 손잡이로 날라오죠. 이런 검입니다.”
 라루테가 검을 검집에 넣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신기하네, 의지에 반응하는 검이라? 이렇게 원형으로 돌아오는 검을 만들려면 어떤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거지? 라루테, 이 검 뭐로 만든거야?"
 호페퍼가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저야 모르죠. 마검이지만 그 중에서는 흔한 편입니다. 앞으로 이런 검을 가진 적을 만날 가능성이 높어요."
 라루테가 답하고 다시 정적이 흘렀다.
 “다음 분 없다면 그만 자도록 할까요?”
 라루테가 일어나며 말했다. 구출대는 마차로가 천장에 달려있던 천을 펼치고 안에 있던 기둥을 마차 옆에 세워 간이 텐트를 만들고 바닥에 마차 안에 있던 천을 덮었다. 그렇게 마차의 양쪽에 텐트가 생겼고 남자와 여자가 나뉘어 취침했다. 크리스가 마지막에 모닥불을 끄고 돌아왔다.
?
  • profile
    윤주[尹主] 2011.08.14 08:38

     서로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남아 있는 의문들이 여전히 있네요...라루테에 대해서라던가, 마계에 대해서나.


     재밌게 봤어요. 부제 그대로 한 턴 쉬어가는 화였네요^^;

  • profile
    클레어^^ 2011.08.15 00:33

    서, 설마 라루테는 인간이 아닌 건 아니겠죠?

    아, 그리고 태클은 아니지만...

    라루테의 말에서 '... 다른 데이지씨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데이지씨가 더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많이 있습니다'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얼핏 보면 데이지가 하나가 아닌 느낌이 들게 되다 보니...;;

  • ?
    다시 2011.08.15 11:20

    그 쪽이 좀더 맞는 표현 같네요ㅋ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9 추운 겨울 거리를 지나오는 것은 다시 2010.12.12 642 0
48 잠찬가 다시 2010.12.12 640 0
47 하늘, 구름 다시 2010.04.02 376 1
46 평화 1 다시 2010.03.22 324 1
45 잔상 다시 2009.12.16 522 1
44 <10주년이벤트 응모작>피창조 1 다시 2009.11.09 426 1
43 버스 정류장에서 1 다시 2009.07.25 588 1
42 비 많이 왔던 날에 1 다시 2009.07.25 809 2
41 밤에 1 다시 2009.05.18 615 2
40 알약 2 다시 2009.05.04 586 2
39 거짓말 2 다시 2009.01.25 750 1
38 나를 위한다고요? 거짓말이죠 1 다시 2009.01.25 724 1
37 아멘 4 다시 2012.04.05 378 1
36 현실과 꿈-4 3 다시 2012.03.29 406 1
35 현실과 꿈-3 1 다시 2012.03.23 427 0
34 현실과 꿈-2 1 다시 2012.03.23 418 0
33 현실과 꿈 -1 2 다시 2012.03.19 391 0
32 현실과 꿈 - 프롤로그 1 4 다시 2012.03.19 432 0
31 (비평)(클레어^^-우리들도 용사다) 언제나 제르딘 중심 4 다시 2011.08.27 579 2
» 아름다운 공주 -2- 여행은 깨달음을 얻는 과정-3. 휴식1 3 다시 2011.08.14 501 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