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8 02:05

번지점프를 시켜주다

조회 수 403 추천 수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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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안전하죠?”
 온몸을 벌벌 떨고 있다. 기둥을 꽉 쥐고 몸을 기댄 채 나에게 물었다. 이거, 위험하다.
 “그럼요. 당연하죠.”
 내가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이거, 위험하다. 완벽한 기계는 없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탔는데요.”
 손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실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다. 완벽한 기계는 없다. 확실히 이 기구, 안전 검사 자주하고 공식적인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위험하다. 많은 분들이 탈수록 끈은 노쇠해질 것이다. 정말 안전한 기계들도 언제나 고장은 난다. 우리나라에서 쏘아올린 로켓, 얼마나 안전 검사를 많이 했을까? 하지만 발사하기도 전에 오류가 있어 그 날짜가 연기 되었고 발사하고 나서는 폭발했다. 하물며 이런 번지점프, 말 할 것도 없다.
 “아씨 무서워.”
 손님이 중얼거린다. 무서울 것이다. 그 공포가 높은 곳에 대한 공포인지, 기구에 대한 의심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상상에서 온다는 것이다.
 공포는 기본적으로 상상에서 오지 않는가? 맞기 전에는 ‘얼만큼 아플까?’ 이렇게 떨어지기 전에는 ‘끈 없이 떨어지면 바로 죽겠지?’ 이런 생각들이 공포를 만드는 것 같다. 손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3주도 더 된 일. 양해를 구해 휴식도 꽤 오래 했지만, 영 좋지않다. 격해진 감정은 해소되지 않고 변화할 뿐이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내가 이걸 먹어도 되나? 재미있는 일이 있을 때면, 내가 지금 즐거워도 되나?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먹어도 된다. 즐거워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먹었고, 웃긴 일이 있을 때면 웃었다. 하지만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의식적으로 잊으려 할수록 당연히 더 생각나고,
가끔 그 생각 하지않고 정신 없는 하루가 올 때면
자기 전에 그 생각이 떠오르면서 자신을 질책하게 된다. 사실 잊고싶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불편하고 잊는 것은 창피하다. 어쩌면 이런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역겨운 일이다. 역겨운 사람이다.
 “야 어떡해, 못하겠어.”
 손님은 주저 앉아서 자신의 친구들을 보고 있다. 눈물을 글썽이며.
 “야, 벌써 돈 냈어.”
 “졌으면 타야지, 어디서! 그거 원래 타기 전에는 무서운 거야. 근데 타고나면 안 무서우니까 빨리 해!”
 "이번에 뛰어내리고 훌훌 털어내는 거야."
 여자들끼리 놀러 온 모양이다. 하이톤으로 깔깔거린다. 맞는 말이다. 타기 전에 무섭지 타고나면 안 무섭다. ‘상상’의 문제일 것이다. ‘떨어지면 죽겠지?’같은 상상을 하기 어려워지니 덜 무서워 지는 것일 거다.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무섭지 않은 것은 것일 것이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브레이크가 갑자기 고장 난 운전자는 어찌할 줄 모르다가 노 부부를 치었다. 초보 운전자였던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도망을 갔고, 한참 뒤에 119를 불렀다. 모두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멀쩡한 새 차 브레이크가 왜 고장이 났을까. 가끔 있는 일이다. 초보 운전자라면,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어리니, 사람을 치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잠시 도망갈 수도 있는 거다.
 나에게 사과를 했지만 받아 줄 수 없었다.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 나지 않는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눈물 콧물 다 흘렸다는 사실만 기억하고있다. 미안한 일이다. 다 이해 할 수 있는, 가끔 있는 일인데.
 가끔 있는 일로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셨다. 물론, 이것도 가끔 있는 일이다. 상당히 자주 가끔.

 “아!”
 손님이 자신의 볼을 짝! 하고 때렸다. 눈에서 뭔가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전혀 그런 일 아닌데. 목숨 걸린 일……. 어차피 모든 일에는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그렇게 특별히 목숨 걸 일도 아닌데…….
 “탈게요.”
 이 한마다의 손님의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번지점프대, 어차피 내가 매일 출근하러 오는 곳이다. 전혀 특별한 곳이 아니고, 첫경험을 두려워하는 손님, 매번 뵙던 분들이다. 전혀 특별한 분 아닌데 내가 이런 잡 생각에 빠진 이유는, 이 손님,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지만 그 여자랑 닮았다.
 이름도 같다.
 당시 나는 머리도 안 감은 상태에다 사람 몰골이 아니었느니 나를 알아보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안전장비를 검사해 주었다. 주요한 장비들이 보인다. 하나라도 빠트리면 위험한 것들, 위험할 지도 모르는 것들이 보인다. 번지점프 사고도 가끔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안전한 기계인들 가끔은 사고가 나며 하물며 사람이 하는 일에 어떻게 실수가 없을 수 있을까.
 “안전한 거 맞죠?”
 “네. 안전합니다.”
 그녀는 내 말에 안심을 했는지 한숨을 내쉬고 전진했다. 이제 한발자국이면 곧 모든 공포가 사라질 것이다. 낭떠러지 앞에서 그녀는 마지막 한숨을 쉬었다.
 “꺄악!”
 비명을 지르며 그녀가 추락한다. 그리고 다시 뛰어오른다. 그리고 다시 추락한다. 상당히 먼 거리지만 알 수 있다. 그녀는 웃고있다. 나도 웃고 있다.
 “다음 분 준비하시죠.”
 다음 손님이 심호흡을 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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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2.05.28 08:29
    짧게 글 쓰시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님 성격이 많이 쿨한 듯요 ㅎ
    원한맺힐 수도 있고 복수할 수도 있는 주인공들인데, 기회가 주어져도, '다 그런 거지'하면서 담담하게 넘겨버리는 걸 다시 님 글에서 여러 번 본 거 같아서요. 구질구질하지 않은게 좋은 거죠^^;

    제가 할 얘긴 아니겠지만, 좀 더 작가들 글이나 책 많이 읽으시면 도움이 되실 거 같아요. 주제나 소재 선택하는 거라던지, 어떻게 주제를 발전시키는가 하는 것들에 대해서요.

    암튼 이번 글은 시원시원해서 재밌게 봤어요~ 번지점프라는 소재도 여름이랑 어울리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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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12.05.28 10:23

    게임 제작자는 쓴거 취소하고 싶은 기분 ㅠㅠ좀 생각없이 쓰는 걸 해보고 싶어서 했는데 저가 봤을 땐 안 좋은거 같아요. 저랑 그런 방법은요 ㅠㅠ 조언감사합니다ㅋ
    전문가에게 내면이 없다고 까인 적도 있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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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 2012.05.28 21:53
    번지점프...;; 클레어는 무서워서 못 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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