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7 07:19

현실과 꿈 아저씨편-10

조회 수 395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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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를 거라 예상은 했지만…….”

 호페퍼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앞에 있던 거인의 불타는 상반신은 점점 작아지더니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근데 다른 속성 마법은 전혀 안돼.”

 “, 그거면 됐어. 충분히 강한 것 같아.”

 호페퍼의 말을 들은 그는 손에서 작은 불꽃을 만들어봤다. 이제 쉽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출발 하는 거야?”

 “. 여기 일 정리하고 출발해야지.”

 “무슨 일?”

 마을에 용무가 있었다는 말을 처음 들은 그가 물었다.

 “에이, 알잖아, 제누에.”

 “?”

 “확실히 관계를 맺고 갔다 오는 게 좋겠어. 마을을 지켜줬다 하고 돌아오면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르잖아.”

 갑작스럽게 난관에 봉착한 그는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마법을 연마하느라 잠시 잊었던 문제, 그러나 중요한 문제였다.

 “너무 뜬금없지 않아?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고.”

 “아냐. 느낌이 왔어.”

 그는 단호했다.

 “전에 갈 때 마다 날 보고 있더라고. 눈빛도……. 예사롭지가 않았어. 이건 분명 그……. ‘눈이 맞은’? 상황 같아.”

 그는 제누에와 몰래 만나고 있었기에 코웃음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호페퍼는 자신을 부양하고 있는 고마운 사람이자 마을을 구할 영웅이었기에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어리고 즉흥적인 친구가 실연에 상처에 돌아 마음을 달리 먹으면 마을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를 가까이서 봤던 기석은 그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치고 있었다.

 ‘일찍 말했어야 했나.’

 그는 입을 굳게 닫고 큰 한숨을 쉬었다.

 “그래, 말 나온 김에 지금 가서 마무리를 할게. 그럼 오전 중으로 성을 함락시킬 수 있을 거야.”

 이제 오전 중으로 함락 되는 성이 어디인지를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석의 선택에 달린 상황이었다. 그는 여러 가지 상황을 예상해봤지만 마땅히 좋은 생각은 나지 않았다. 실연당한 한 청년에게 사람들의 운명이 달린 상황이라니.

 “이봐 호페퍼.”

 “?”

 “아무래도 실패할 것 같아.”

 “왜 자꾸 그래? 부정 타게.”

 “내가 도와줄게.”

 “? 여기서 뭘 어떻게 도와줘?”

 “……. 고백을 받기 쉽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볼게. 그러니까, 오늘 제누에 기분이 별로라면 고백을 안 받을 확률이 올라가는 거잖아? 내가 분위기를 보고 올게!”

 기석이 하지도 않던 손짓을 사용해가며 허둥지둥 말했다.

 “그래? 맞아…… 내가 평소에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고 자주 혼났는데, 도움이 되겠어! 고마워! 근데 왜 갑자기 적극적이야? 수상하게.”

 “, 그야 신세도 많이 졌고, 마을도 지켜야 하잖아.”

 “그건 그렇지. 아저씨가 신세를 많이 지긴 했어.”

 호페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갔다 올게!”

 기석이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호페퍼도 불끈 쥐며 답했다. 기석은 본의 아니게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시간이 지난 가게는 한산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그에게 행운이었다. 제누에의 가게는 비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걱정했던 것은 한시름 놓은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제누에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가게 안을 살피곤 했었다.

 “제누에! 부탁할게 있어!”

 “오 기석씨! 아침부터 왠 일이에요?”

 심심했던 제누에는 부엌에서 나와 그를 껴안았다. 급박했던 그는 그것을 즐기지 못하고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밀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을 알지 못하는 제누에는 신호를 잘못 해석하고 그의 팔 안에서 얼굴을 감싸 잡고 키스를 했다. 이로써 입이 막힌 기석은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을 즐겼다. 마지막 키스는 문제가 될 정도로 달콤했다.

 “제누에 큰일났어.”

 정신을 차린 기석이 그녀를 때어내며 말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제누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랑 같이 다니는 남자애 알지?”

 “, 그 귀엽게 생긴…….”

 “걔가 나라에서 제일 강한 마법산데 이 마을을 지키러 왔어.”

 “, 그래요? 어린 사람이 대단하네.”

 “근데 적의 소굴을 쳐들어가겠데.”

 “위험한가요?”

 “아니, 안 위험하데.”

 “그럼 뭐가 문제인 거에요?”

 “가기 전에 고백을 하고 간데.”

 “?”

 “널 좋아하거든.”

 “그래서요?”

 제누에가 팔짱을 끼고 물었다.

 “걔 완전 싸이코야. 네가 거절하면 마을을 지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가짜로라도 고백을 받아주는 척 해주면 안될까?”

 기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을을 위해서라면…….”

 제누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그 얼굴엔 장난끼가 가득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못해요.”

 “? 지금 마을의 운명이 걸린 일에……”

 “누가 못하겠다고 했어요?”

 “거짓말은 못한다며?”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진짜로 받아주면 되죠! 제가 마법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게다가 젊고 귀여운 청년이라면 제가 고맙죠.”

 제누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적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입을 맞춘 기석은 정말 망치로 머리를 맞으면 이것과 비슷한 기분일까 생각했다.

 “그럼 나, 나는?”

 그도 모르게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말았다.

 “아저씨, 저한테 고백한 적 있어요?”

 제누에가 그의 곁을 뱅뱅 돌며 말했다.

 “저는 그냥 가벼운 스킨쉽만 했을 뿐, 아저씨랑 특별한 관계를 맺은 기억은 없는데요?”

 기석은 입을 벌리고 서있었다.

 “먼저 고백하는 쪽이 임자죠.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저야 뭐, 충분히 미인이고…….”

 제누에 그의 앞에 서서 말했다. 그는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그와 그녀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부터 턱까지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봤다. 계속해서 멍해지고 있었고, 이성적인 판단은 마비되고 있었다. 정말 어떤 일을 해도 일을 낼 것 같은, 그런 위험한 상태가 되었다. 그는 잠시 천장을 보다 다시 제누에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랑해.”

 그리고 둘은 그날의 두 번째 키스를 했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가게에 찾아온 호페퍼 입장에선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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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7.17 16:12
    아...이런 전개라뇨 ㅋㅋㅋ
    본격 아수라장을 만드려고 하시는 건가요? 다음 주까진 또 어떻게 기다리나요ㅠㅠ
  • profile
    클레어^^ 2012.07.21 07:28
    아, 아니, 기석씨?
    현실은 어쩌구 꿈 속의 제누에와 사랑을 하시는 겁니까?
    다음부터는 또 스펙타클한 전개가 나오겠지요?
  • profile
    yarsas 2012.08.09 11:16
    으악! 짜릿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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