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0 07:37

현실과 꿈 아저씨편- 9

조회 수 414 추천 수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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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여전히 책을 보고 있어야 했다. 확실히 꿈에서는 현실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몇 십 년 만에 다시 하는 공부는 익숙하지 않고 어려웠다.

 “,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다음 장을 넘기려다 짜증이 난 기석이 호페퍼를 보고 짜증을 냈다.

 “중요한 일이라니까. 목숨이 걸렸어.”

 “그러니까 뭔데?”

 그가 물었다. 사실 처음 마법을 가르쳐준다 했을 때는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드렸던 그였다. 그러나 막상 직접 해보니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들 낙서 같았던 마법진은 그 부분부분이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 의미를 확실히 이해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었다. 하나의 마법진은 한 권의 책 같은 것이었다. 그것도 만화, 소설이 아닌 교과서.

 “전에 말한 적이 있었는데, 아저씨 정말 중요한 일이야. 아저씨가 성을 지켜줘야 해. 내가 적의 성에 쳐들어갈 동안 말이야.”

 “왜 하필 나야? 난 그냥 꿈을 꾸고 있는 건데.”

 “아저씨 꿈이니까 아저씨가 주인공인 게 당연하지 않아?”

 호페퍼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쳐들어갔겠지.”

 “좀 색다른 꿈을 꾼다고 생각해. 맘 편하게 생각하자고. 아저씨 빨리 배워야 이 고생도 끝나지.”

 “얼마나 걸리는데.”

 “배우는 거? 아저씨 하기 나름이지.”

 “그거 말고, 네가 갔다 오는 시간.”

 그의 말에 호페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계산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신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었다. 마법사의 전투라는 것은 일합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엄청난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 적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도 있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오거나 자신보다 강한 마법사를 만났을 때는 한방에 날라갈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

 “?”

 “성공하면 한 시간 이내로 올 거고 실패하면 죽겠지. 근데 아마 어지간하면 성공할거야.”

 “그럼 나는 고작 한 시간 성을 지키려고 이 고생을 하는 거야?”

 “-. 처음엔 나도 그냥 혼자서 끝장내고 말려고 했어. 그런데 아저씨를 만났으니까. 제대로 하려는 거지.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거든.”

 기석은 포기하고 다시 책을 봤다. 실제로 그 책은 자신이 모르는 문자로 되어있었지만, 정말 외국어를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각 그림이 뭔가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자신이 적어놓은 한글 메모와 열심히 비교해가며 읽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호페퍼가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다시 공격을 왔었어.”

 “? 언제?”

 “어제. 나 술 먹다가 잠깐 나갔을 때 있었잖아. 그때 온 거야. 물론 쉽게 이겼지만 굉장히 강한 편이었어. 아마 나의 존재를 아는 것 같아.”

 그의 말에 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더 문제가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더 중요해진 거야. 아마 상대방은 내가 이 성을 비우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뭐야, 진짜 중요한 이유였잖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기석이 긴장했다. 그는 말 없이 책을 읽었다. 그림을 외워야 했기에 그의 옆에는 연습장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며 외우는 것이다. 영락없이 한자를 외우는 중학생의 모습이었다.

 ‘정말 이렇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낮에 호페퍼가 보여준 화려한 마법을 떠올린 그였다. 날이 더욱 어두워졌을 때, 기석은 참을 수 없는 졸음을 느꼈다.

 “그만 자자.”

 “.”

 

 

 아침이다. 또 다시. 나에게 잠은, 나에게 고요한 잠은 이제 없고 오직……. 오직 고요한 현실 만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도 그랬지만 정말……. 조용하다. 지금까진 집 안에서만 이런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분명 정도가 심하다. 밖에 나가도 이럴 것 같아. 병원에 가자.

 버스를 탔다. 정면 상단에 달려있는 전자 시계는 9 38분을 표시하고 있다. 북적북적한 버스 안에는 나같이 나이 든 사람보단 젊은 사람, 어린 사람들이 주 측을 이뤄 잠에 못 잤던 잠을 보충하고 있다. 가만…… 일반 종합병원에서 정신 치료도 해주나? 아니라면 헛걸음인데……. 헛걸음 한번이면 하루가 끝날 것 같단 말이지.

 회사 정거장을 알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여러 회사들이 밀집한 곳이라 승객의 흐름을 따라 쉽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 오늘도 회사에서 별 일 없을 테니까 주변에 병원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고 이동하자.

 “형 괜찮아?”

 지각한 나를 보고 사장이 묻는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재미 엄청 보고 있는 부러운 동생…… 괜히 나 때문에 신경이 쓰였겠지. 아마 내가 1년 내내 지각을 해도 뭐라고 안 할 사람이다. 물론 내 나이도 나이지만……. 지금까지 회사에 한 일이 있고 같이 일한 정이 있으니까.

 사실 돈도 벌만큼 벌었는데……. 이거 혼자 다 쓰고 죽을 수나 있을까? 100 150년도 거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씀씀이가 크지 않으니까. 결혼도 안 할거고. 무엇보다

 이렇게 돼버렸으니까.

 “.”

 나는 답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큰 건을 마무리 하고 난 뒤라 확실히 양은 적지만 그래도 내 일이 쌓여있다. 내 후임을 불러 처리하게 했다. 그의 표정이 이상하다. 나보고 괜찮으신 거냐고 묻는다. 이건 어차피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다. 언제까지 내가 할 수는 없는 일이야. 나처럼 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나만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은 사람 같아.

 병원을 검색하려고 했는데 어렵다. 갑자기 사원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지각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꼭 스스로 해왔던 결제를 남에게 맡겨서 그런가. 아무튼 집에 가서 해야겠다. 더 이상 신경 쓰이게 하는 건 싫으니까.

 사원들은 서로에게 가족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에겐 유일한 가족이다. 내가 만나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전부터 티를 낸 적은 없다고 자부하지만……. 다들 알 것이다. 내 상황 다들 아니까.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가족 같은 것이고.

 이번 꿈 일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그만두어야 할 일이었어. 평생 할 수는 없지. 민폐야. 돈만 많이 받고. 다만 걱정되는 것은 끝나고 무엇을 하느냐.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느냐, 그 문제. 이전에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어진 꿈을 꾸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젊은이를 만나고 호의를 가진 새로운 여성을 만나니 확실히 알겠다. , 그런 허상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나를 보면 인정할 수 밖에 없어. 나는 외롭다. 그리고 그것을 잘 버티지 못한다. 차근차근 정리하자. 회사 일 정리하고 정신과 치료도 받는 거야. 그런 거 한번에 되지 않을 테니까 기왕이면 그만두고 받는 게 편하겠지. 그렇게 꿈도 정리하고……. 다음은......?

 정신과에서 외로움도……. 치료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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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7.10 08:19
    흐음... 꿈에 빠질 수록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진다라...;;
    (좀 위험한 꿈일 수도...;;) 잘 봤어요^^
  • profile
    윤주[尹主] 2012.07.10 15:35
    기석의 갈등이 와닿네요 ㅠㅠ
    잘 봤습니다. 글 내용이 점점 더 심도를 더해가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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