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어느 겨울의 초상

by 다시 posted Jun 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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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겨울의 초상

 

 

 당연히 여기서 초상은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 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는 죽음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사람이 죽어서 장사 지낼 때까지의 일] 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몰입도가 좋은 글이다. 문장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공감이 가는 요소들도 많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공감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 몰입이 이루어져야 소설에 빠져서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 아닌가. 겨울이 춥다던가.. 등록금이 비싸다던가.. 글이 안 써지는 모습을 잘 묘사했다.

 

 주인공은 상당히 자폐적인 인물이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과도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불건전한. 예를 들면 떠드는 사람의 손톱을 뽑아야 한다는 둥. 인물의 특성은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잘 끌고 간다. 캐릭터가 분명하다. 이 소설의 장점이 다시 한번 들어나는 부분이다. 이 소설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잘 읽힌다.

 

 숫자가 자주 나온다. 일반적으로 숫자가 자주 나오면 독자는 초조해진다. 강박증이랄까? 그런 것이 생긴다. 계단의 계수까지 적었다. ‘ 60라고 표현했는데 차라리 ‘62이런 식으로 분명히 하는 것이 의도에 좀더 가까운 표현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공의 하루를 쫓아가는 형식이기 때문에 시간도 자주 나오는데 그 시간도 몇 분인지 까지 정확히 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소설은 과감하다. 요즘 소설의 인물들은 다 비슷하다. 그 이유는 실제로 사람들이 다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피해자가 피의자가 되는 게 보통 사회 아닌가.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 과감히 법칙 아닌 법칙을 파괴한다. =피해자 남=가해자. 여기서 주인공의 특징인 그의 자폐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내가 이해한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글이 안 써지는 소설가 지망생 주인공은 작업에 부진해 스트레스를 받고 주위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다 도서관에서의 실랑이로 그 피로는 폭발하고 미친 상태가 된다. 환청을 통해 좋은 소설을 써낸다. 는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상이 [사람이 죽어서 장사 지낼 때까지의 일] 일지도 모른다고 한 것이다. 실제 자의식이 사라지고, 사라지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새로운 의식이 들어왔으니까. 참신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소설, 단점도 분명하다. 솔직히 문장이 재미가 없다. 분위기가 삭막하다 보니 의도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심하게 재미가 없는 것 같다. 과도하게 공감요소를 사용한다. 첫번째 문단, 대학생의 공감을 샀지만 지루한 주제들이다. 겨울이 춥다는 것은 지루하지 않았다. 등록금 부분이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돈이 모자란 주인공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소재이기도 하니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나오는 대학교 아싸의 모습. 약간 더 지루해진다. 밤에 술 취한 사람들. 왜 나오는지 알 수 가없다. 나는 공감을 하기 위한 요소로 해석했고 그렇다면 좀 과한 사용이라고 생각했다.

 이 외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문 두드리는 소리를 페니, 페니, 페니.’ 로 비유 한 것. 주인공의 자폐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혹시나 다른 의미가 있다면 그 의미, 전혀 모르겠다.

 결정적인 단점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폐성은 제대로 보여주지만 그건 나열로 밖에 끝난 것 아닌가? 이 소설은 단순한 괴담으로 끝나는 걸까? 그저 재미를 위한? 중요한 것은 그렇게 끝나는 것보다 다르게 끝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더 재미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광기를 좀더 다른 행동들을 추가해서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