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6 12:50

나의 그냥과 타인의 그냥

조회 수 353 추천 수 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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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었다!’

 그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야근을 하는 와중에 막차를 잡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어버렸다. 그의 원룸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원룸 아닌 곳에서 그를 기다릴만한 사람은 있었다. 김이석.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그가 헐레벌떡 뛰어와 커피를 시켰다. 카페 주인은 시크한 표정을 유지하고 커피를 따라줬다. 카페 주인의 이름이 김이석이다.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유난히 빠르게 초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11시 반 까지는 이제 7분 정도 남았다.

 “한잔만 마시고 갈게요.”

 “.”

 1분이 지나서야 커피가 나왔다. 그는 커피잔을 직접 받아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행이었다.

 ‘다행이다.’

 그가 생각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7분 이라니…… 아슬아슬하지 않은가. 막차를 탈 때부터, 야근이 길어질 때부터 그는 불안해했다. 막차 전에는 끝내 줄 야근이지만, 11시 반까지 여는 카페이지만, 모르는 일 아닌가? 그는 항상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마셨다. 유난히 이곳의 커피가 맛이 있었다. 그에게는 그랬다. 녹색 위주로 된 인테리어와 유리 없는 낡은 나무 시계 등등 그가 좋아하는 것 투성이였다. 그냥 그 카페를 좋아해 그 카페의 것들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럴 리가 있는가. 당연히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서 그 카페를 좋아하게 된 것이지. 실제로 이 카페엔 그가 싫어하는 것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 이외의 손님 이라던지, 가끔 나오는 시끄러운 연주곡 등등. 이렇게 싫어하는 것도 있으니 그 카페여서 다 좋다.’는 틀린 말이다.

 ‘그 카페여서 거의 다 좋다.’? 그만하자. 끝이 없으니까. 아무튼 그 곳은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던여름날 11 35분에 갔을 때 문을 닫았던 곳이었다.

 그는 커피의 향을 맡았다. 맛과 다른 달달하고 자극적인 향이 났다. 아직 너무 뜨거워 먹을 수는 없는 커피, 김이석은 홀의 조명을 껐다.

 “한잔만 마시고 갈게요.”

 “11시 반에 닫습니다.”

 그는 화가 나기 전에 반사적으로 시계를 봤다. 1128분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집에는 없는 매끄러운 녹색 컵이었다. 어는 가게에도 없었고 카페주인은 선물 받았다고 한 그 컵. 그 컵을 바라보던 중, 감각적인 째즈선율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김이석의 점점 빨라지는 정리 속도에 당황했지만,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했다. 어려운 일이었다. 10분만 있으면 마실 커피를 이걸 못 기다려서 이러고 있으니 열불나는 일이지만, 하루 이틀 온 곳도 아니고 그렇게 올 곳도 아니었다. 그는 의식을 치르듯 퇴근 후에 그곳을 들렸고 김이석도 매일 그를 위한 아메리카노를 고아 올렸다.

 ‘미친놈 아니야? 내가 그래도 단골인데 이건 쌀쌀맞은 거랑 별개로 정신이 이상한 게 분명해.’

 그는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2분이 남은 것 같다. 커피에 입을 대 보았다. 아직 뜨거웠다. 식었다 해도 그는 맛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마시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하루였고 그의 취향이었다.

 그는 말 없이 커피를 지켜 보았다. 주변엔 커피 가루가 약간 묻어있고 표면엔 갈색 거품이 옅게 껴 있는 맛있는 커피의 모습이었다.

 ‘조금 식은 다음 먹으면 정말 맛이 있을 텐데.’

 그는 주인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다. 40분에 닫으나 30분에 닫으나……. 게다가 단골인데……. 커피 한 잔 원가가 얼마나 한다고 이걸 4000원에 파는 거야....... 등등.

 김이석은 홀을 쓸기 시작했다. 사실 다 쓸었다. 시작한 순간 다 쓸은 상태였다. 작은 카페였고 깨끗한 카페였다.

 그는 자신의 특이함을 탓하기 시작했다. 1분이 남은 가운데 한 모금을 겨우 마실 수 있었다. 이젠 체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왜나면 김이석이 그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 이젠 조금 무서워지기도 했었다. 안 그래도 표정이 없는 그의 얼굴이었다.

 ‘솔직하게 말할까.’

 그가 아무리 간절하다 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르는 것이었다. 그는 혼자 사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자신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만들어 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좀더 알맞아 보이지만 기왕이면 좋게 말해서 말이다. 7시 반에는 기상을 해야 하고 퇴근하면서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야 했다. 그는 그랬다.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었고 말이다.

 “저기요. 저는 꼭 여기서 마시고 가고 싶은데 좀 안될까요.”

 “왜 그렇죠?”

 “그냥 그걸 엄청 좋아해서 그래요.”

 그가 기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이상한 말이었다. 그는 비웃음을 당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김이석은 웃지 않았다. 웃었다 해도 그러나를 붙이는 게 어울리는 굳은 얼굴이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꼭 11시 반에 문을 닫아야 해요.”

 그가 테이크아웃 종이컵을 꺼내며 말했다.

 “…….”

 그는 이유를 물으려다 포기했다. 자신과 같은 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초조해 했던 것처럼 김이석도 발을 구르고 있었다. 트라우마던 편집증이던 버릇이던 징크스던 뭔가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단념하고 컵을 그에게 주었다. 김이석은 커피를 받아 종이컵으로 옮겨주었다.

 그와 김이석은 같이 가게를 나왔다. 1133분이었다.

 “혼자 사세요?”

 김이석이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가 혼자 산다는 것을 직감했다. 김이석이 그를 보고 느꼈듯이 말이다.

 “.”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았다. 아주 맛이 있었다. 뒤돌아서 보니 어둡지만 가게 내부가 대충 보였다. 그는 가게를 보며 커피를 마셨다.

 “안 가세요?”

 그가 김이석에게 물었다.

 “다 드시면 갈게요.”

 “.”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 모양이군.’

 “그냥 가셔도 되요.”

 “있고 싶어서 그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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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yarsas 2012.06.16 16:47
    짧지만 인상에 남는 분위기 묘한 글이네요 ㅎ대화가 툭히..
  • profile
    윤주[尹主] 2012.06.18 15:38
    공감할 수는 있어도 서로 소통은 못하고, 향후 관계에 발전이 있을거란 낙관적 희망도 좀처럼 보여주시질 않네요 ㅠㅠ 요즘 한국 젊은 작가들 주제나 스타일과 비슷해 보이는 건 제 착각일까요?

    아이디어 하나를 잘 풀어내신 글이라고 생각해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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