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5 17:18

우동 한 그릇

조회 수 529 추천 수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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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 한 그릇

 

 

 가족으로 보이는 셋이 당당한 걸음으로 가게에 들어왔다. 그 중 가장 큰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소리쳤다.

 “이봐요 주문!”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이렇게 좁은 가게에서 저렇게 큰 소리를 낼 필요가 있나. 뭐 대단한 거 시킨다고.

 “네 말씀하세요.”

 “우동 한 그릇 주쇼.”

 그 중 늙은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말했다.

 

 

 뭐야. 세 명이 와서 왜 한 그릇을 시켜? 돈이 없나? 돈이 없는 사람은 저렇게 당당하게 안 시키지……. 아마 요기를 때우려 왔나 보다.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의기 양양하게 물을 마시며 우동을 기다렸다. 가만 보니 옷은 낡았고 몰골은 초췌하다. 자신감은 넘치지만 좀 많이 말라 보이는 그들이었다.

 “엄마 이번에 폐지 많이 주었나 봐?”

 “일주일 치다. 가끔은 외식도 해줘야지.”

 유난히 왜소한 딸의 질문에 어머니는 썩소로 대답했다. 뭐야 가난한 거 맞잖아? 뭐지? 뭔가 이상할 게 없는데 이상해.

 “, 우동 한 그릇 가지고 유난 떨기는.”

 오빠 쪽이 썩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비웃었다.

 “뭐야, 너 우동 한 그릇이나 살 수 있어서 그런 소리 하는 거야?”

 어머니의 썩소가 더 짙어졌다.

 “, 내 공부만 끝나봐 더 좋은 걸 살 수 있겠지만 상하 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 우동 세 그릇을 사주겠어.”

 그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두고 보자고.”

 어머니가 나지막하게 답했다. 그래 그들은 분명히 가난했다. 미리 알았다면 한 그릇에 세 다발이라도 넣어 주는 건데! 이미 다 삶아서 나와버렸다! 침 뱉기 전에 이 대화를 들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세 명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동을 마셨다. 참 치열하게도 먹었다.

 “쪼그만 것이 많이도 집어 넣는 군.”

 오빠가 동생에게 말했다.

 “한 그릇까지는 문제 없다고.”

 1/3을 겨우 먹은 동생이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계산을 하기 위해 그쪽의 어머님이 나에게 왔다. 나는 그의 패기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우리 아들이 세 그릇을 산다고 했으니까 비싼 우동 매뉴라도 개발해 놓으라고! 후후.”

 그녀의 말을 들은 오빠와 동생이 동시에

 “후후.”

 라고 했다.

 그녀는 동전과 지폐 한 장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50원이 모자랐다.

 “안녕히 가세요.”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내 인사를 비웃고는 당당하게 가게에서 나갔다.

 뭐지? 뭔가 폭풍이 지나간 것 같은……. 그들이 폭풍처럼 식사를 하긴 했지만.

 “이봐!”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문을 쾅! 열고 돌아왔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모자랐잖아!”

 그녀가 엄지 손가락을 튕겨 50원을 건네주었다. 나는 반사 적으로 낚아채 50원을 받았다.

 “후후.”

 그가 남을 조롱하는 미소를 짓고 다시 가게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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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yarsas 2012.06.15 20:41
    패, 패러디인가요 ㅡㅡ;?
  • profile
    금목걸이 2012.06.16 02:36
    이거 끝내준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profile
    윤주[尹主] 2012.06.18 06:41
    어쩐지 돋네요 ㅎㅎ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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