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8 09:53

현실과 꿈 아저씨편 -2

조회 수 424 추천 수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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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루한 여정이 될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둘 중 호페퍼가 있다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타고난 수다쟁이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하든 알아야 하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었다. 이 세상 마법사 중 서열 2위인 그는 공격 마법에 있어서는 최고 권위자로 어째서 계속 2위에 머무는지 알 수 없는 엄청난 실력자, 강자였다. 서열 1위 마법사 펠리테와 다른 유능한 사람들과 함께 공주를 구하기 위한 원정대에 참여했으나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여자 기사이자 원정대의 리더인 라루테와의 불화로 지금은 그들에게서 도망을 치는 중이었다. 꼭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가출한 아이처럼 말이다. 그렇게 할일 없이 다니던 그가 최근 화두인 ‘나타난 사람’을 만나다니 오늘 조용할 일은 없는 것이 자명했다.
 “헤- 그러니까 잠이 들었고 깨어나니 여기였단 말이지?”
 그가 고개를 숙여 아저씨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묘하게 놀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몇 번째 대답하지만, 그래.”
 “들을수록 신기하니까 말이지.”
 “흥, 어차피 꿈인 것을.”
 “그래 아저씨한텐 꿈이겠구나.”
 “이곳에는 존댓말이 없는 모양이지?”
 “아니, 존댓말을 안 쓰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나타난 사람’이니 뭐니 전부터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 거야?”
 “실제로 본적은 없거든! 다들 죽었으니까.”
 “뭐?”
 “그들은 강한 기운을 뿜어내. 그래서 마족의 표적이 되지. 응? ‘마족, 표적’……. 단어간의 호응이 좋은데? 자주 써먹어야겠어.”
 “죽는다고?”
 “아, 아저씨는 걱정 하지마. 내가 있으니까. 내가 정말 엄청나게 강하거든. 말도 못하게 강해.”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이런 판타지 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디테일한 꿈을 꿀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목숨을 위협 받는 상황이라니, 황당한 일이었다.
 “근데 아저씨, 아저씨는 궁금한 거 없어?”
 “아.”
 사실 그는 궁금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호페퍼의 쉴틈 없는 질문 세례…….(여자 친구 있느냐, 뭐 먹고 싶냐, 지금 기분 어떠냐 등.) 에 생각할 틈이 없었던 그였다.
 “어차피 꿈인걸.”
 “큭, 그래도.”
 그는 말없이 걸었다. 청년은 그가 입을 열 때까지,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여기선 원래 불을 뿜고 화염에 둘러 쌓인 거인이 되고 그러는 건가?”
 “좋은 질문이야! 내가 쓴 건 마법이야. 아무나 못해. 손에 꼽아. 이런 큰 마법을 쓰는 사람은. 아저씨는 큰 마법을 쓸 충분한 기운이 있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르쳐 줄게! 그리고 아저씨가 불을 뿜는 건 아저씨만 할 수 있어! 그건 마법이 아니거든.”
 “뭐? 왜 내가 한건 마법이 아니야?”
 “아저씨 ‘불을 뿜어야 겠다.’ 생각한 적 있어?”
 “아니.”
 “그래, ‘나타난 사람들’의 특징이야. 이상한 능력이 하나씩 있어. 마계에서 이쪽으로 쳐들어 온 괴물들도 능력이 하나씩 있고. 아마 다른 세계로 이동할 때 생기는 것 같아.”
 ‘내가 다른 세계로?’
 “마법의 기초는 연상이야.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강화해서 실체화 하는 거지. 왜 밤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고, 그러면 식은 땀이 나고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말야. 강화 하는데 필요한 것이 ‘기운’이고 이 ‘기운’이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자연물에게 까지 영향을 끼치게 만드는 거지.”
 “그럼 환각이란 말인가? 근데 왜 초원의 풀이 다 탄 거지? 그것도 환각인가?”
 “음- 환각이라? 뭐, 그렇게 볼 수 도 있겠다. 풀이 탄 건 진짜야. 이 ‘기운’을 통해서 대기랑 풀도 속이는 거거든. 그거 진짜 탄 거 맞아.”
 “굉장하군.”
 그가 건조하게 답했다.
 “전혀 아닌 것 같은데.”
 “꿈이니까.”
 ‘크크큭. 그래 내가 꿈일 수도 있겠다. 내가 모르고 있던 거고. 크크. 재미있는 생각이야.”
 “배도 고픈데 마법으로 음식이나 좀 만들어 보지 그래.”
 “엉? 내 말 안 들었어? 그런걸 어떻게 해?”
 “왜 못해? 더 쉽지 않아?”
 “뭐, 의미가 없으니까 음식 같은걸 만드는 마법은 안 해봤는데……. 물을 만드는 마법은 있거든? 근데 그거 마셔서 뭐해? 기운으로 유지 못하면 장 속에서 사라질 텐데. 오히려 사용하는 기운이 더 낭비될걸?”
 “별 귀찮은 게 다 있군.”
 “에휴, 만약 아저씨를 가르친다면 굉장히 고단하겠다. 아니야, 정말 이 세계가 꿈이라고 생각한다면 쉬울지도- 아 사람이 말하는데 왜 하품을 그렇게 해! 무안하게.”
 “너무 졸리다.”
 그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피곤한 표정을 지으니 눈가의 주름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이 치고는 동안에 속했으나 쉰넷에 곧 있으면 할아버지가 될 사람이었다.
 “잘까?”
 호페퍼는 짐을 풀며 텐트를 쳤다. 마법을 이용해서 편하게 못을 박았다.
 “신세 좀 질게.”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는 저물어 갔고 마을과는 좀더 가까워졌다. 피곤했던 하루였던 만큼 둘은 빨리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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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6.08 15:43
    호페퍼란 이름에 설마, 했는데 이번 화에서 확실히 나오네요 ㅎ
    세계관이 연관되도 그걸 보는 인물이 달라지니까,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여요. 생각해보니까 당연한 건가요??

    이번 화도 잘 봤습니다!~
  • profile
    클레어^^ 2012.06.09 06:34
    아, 그러고 보니 라루테란 이름을 들어보니, 예전에 쓰셨던 소설이 떠오르네요.
    (비록 제목은 까먹었지만...)
    거기서 이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시점인가요?
  • ?
    다시 2012.06.09 17:31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ㅋ
    세계관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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