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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는 도착 할 때까지 잠시 잘게요.

 라루테가 마차에 기대며 말했다.

 10분이면 도착할 텐데?

 크리스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라루테는 자신의 머리를 긁으며 짜증을 냈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었군요. 하하.

 라루테가 말했다 마차에 타고 있는 그녀를 제외한 구출대는 당황했다. 라루테가 짜증내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엎드리더니 다시 마차 밖쪽으로 기어가 데이지에게 다가가간 다음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데이지씨-, 데이지씨!

 라루테가 큰소리를 내며 어깨를 흔들자 데이지가 힘겹게 눈을 뜨며 상황을 살폈다. 마차 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물으려는 찰나-

 버쉬르는 공주님과 어떤 관련이 있죠.

 라루테가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눈을 감으며 조용히, 평소에도 차분한 그녀였지만 그 보다 더 차분하게 말했다. 구출대는 지금보다 더 차분한 그녀 어조를 들어보지 못했었다. 말했다. 마치 사무적으로도 느껴지는 차분함이었다. 질끈 쥐고있는 그녀의 주먹과 대비되는 기이한 말투와 표정에 구출대는 긴장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라도……”

 버쉬르는 공주님과 어떤 관련이 있죠? 버쉬르에서 공주님이 가지고 싶어하셨던 것 없었나요?

 라루테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러나 대화가 계속 될수록 더 딱딱해지고 있었다.

 으으음~~~~.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굳이 찾자면 버쉬르 성 안에는 정말 큰 나무가 있거든요? 성벽 안에 말고 성 안에요. 그 나무 보시고 ‘신기하다, 예쁘다. 정도 말씀은 하셨어요. 꽤 유심히 보셨죠. 하루 묵기도 하셨구요. 그 좁은 마을에 왜 묵으시나 궁금해서 여쭈어 봤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하셨었어요. 그냥 다음날 아침 다시 나무를 유심히 보시곤 다른 마을로 갔었죠.

 좋습니다. 그럼-

 라루테가 마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며 말했다. 마차가 바쉬르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라루테는 천천히 마차의 밖으로 다가갔고, 추락했다. 추락보단 낙하가 더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아무 힘 없이 스르륵, 라루테는 자연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

 -, 하하하!

 라루테가 크게 웃었다. 길바닥에 엎드린 채 그렇게 몇 분간 웃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일어나기 위해 두 팔로 자신의 몸을 일으키는 동작을 취했으나 부들부들 떨 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크흑-.

 이번에는 울었다. 꽉 다문 입 대신 코에서 거친 소리가 났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이런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이 짐승 같은 소리는 상황을 더 처절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리스는 마차에서 뛰어내 라루테를 들어 마차에 뉘였다.

 뭘 하려고? 내가 못하는 일인가?

 크리스가 라루테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아니, 평소보다 더 굳은 표정이었다. 사실, 화가 난 표정에 가까웠다. 라루테는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말했다.

 지금…… 마을로 가셔서 성 안에 있는 나무를 확인해 주세요. 달리 특별한 점 없는지 유심히 봐 주시구요. 빨리 마차로 돌아와주세요. 다음 목적지는 티리아입니다.

 라루테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선 여전히 눈물이 계속해서 흐르는 모양이었다. 충혈된 눈을 가리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말 할 때의 불안한 호흡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었다.

 알았다.

 크리스가 뒤돌아서며 말했다.

 .

 라루테가 크리스를 불렀다.

 오실 때 거기 있는 최신의 지도를 사와 주세요.

 라루테가 말했다.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로 향했다. 구출대 모두가 녹초가 된 가운데 그의 움직임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어떤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마을로 걸어갔다.

 숲속에 숨어있죠.

 크리스가 성에 들어가자 라루테가 조용히 말했다. 크게 말할 힘도 없는 듯 했다. 호페퍼는 그 말을 마부에게 전했고 마부는 행했다.

 

 

 버쉬르마을 안.

 

 한 남자가 방도 없는 작은 집 흔들의자에 앉아있었다. 창문은 나무 판자로 막아 놓았고 문은 자물쇠로 잠겨있으나 그 질이 그리 높지 않아 얼기설기 정리도 안된 나무 판자 사이로 빛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

 좀 시끄러운 일이 있었지만 상관 없겠지. ‘호리호리한 남자 무사는 명단에 없었으니까. 구출대와 연관된 사람일 가능성? 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구성 된지 한 달도 안된 구출대가 그런 강자와 접촉해서 팀을 이루고 다시 팀을 나눠 개별 행동을 한다.는 발상은 조금 억지야…… 그렇다면 보고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지?

 흔들의자에서 몸을 흔들며 그 남자가 말했다. 주변은 어둠으로 볼 수 없고 그나마 들어오는 빛들은 그가 모두 쬐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빛으로 줄들이 그려져 있었다.

 

 

 크리스는 마을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크리스가 성벽을 향해 소리쳤다. 성 안에서는 한참동안 반응이 없었고 수 분이 지나고 나서야 한 병사가 성벽 위에서 크리스의 신원을 물었다.

 황제의 명으로 임무를 수행중인 기사 라루테라고 합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크리스가 소리쳤다.

 용건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성벽 위의 병사가 말했다.

 단순한 순찰과 안전상태에 대한 감사입니다.

 크리스가 머리를 긁으며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는 초조했다. 호페퍼의 마법으로 추적이 지체 되었겠지만, 리더인 라루테의 상태가 말이 아니니 안심할 수 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다음주 중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저희 마을 방침입니다.

 병사가 말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성이 습격을 당했습니다. 조사 중이고 현제 용의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어떤 피해를 입었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크리스는 한숨을 푹 쉬고 병사에게 가벼운 목례를 주고 받은 후 성벽을 끼고 돌았다.

 개나 소나 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나원 참……”

 크리스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성벽을 올려봤다. 성문에서 조금 떨어진 그곳엔 달리 감시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난 후 심호흡을 하고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러곤 있는 힘껏 성벽을 향해 뛰었다. 엄청난 높이로 뛰어 오른 그는 단검으로 성벽 바위의 틈새를 단검으로 찍으며 재빨리 올라갔다. 발 디딜 곳이 마땅히 없는 잘 만든 성벽이라 자연히 미끄러져 내려갔지만 그 내려가는 속도가 그의 올라가는 속도를 따라잡진 못했다. 그렇게 버둥거리며 그는 위로 올라갔다. 거꾸로 보면 그냥 떨어지기를 거부하지만 미끄러져 내려가는 등산객의 모습이었다. 성벽 위에 도착한 그는 그 속도를 줄이는 일 없이 바로 앞으로 달려들어 성벽 안으로 뛰어내렸다.

 이게 왠 고생이냐 담이나 넘자고 구출대에 지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크리스가 빠르게 마을 골목으로 사라지며 생각했다.

 

 어두운 방안에 있던 남는 문 안쪽에 있는 자물쇠 3게를 열고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떄 그는 눈부신 햇살에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은발에 조금 작은 키를 가진 그는 팔엔 밴드를 매고 있었고 신발은 딱 달라 붙는 샌들을 신고 있었다. 윗 옷은 평범한 흰 면으로 된 긴 팔 옷이었는데 팔목에는 긴 줄이 달려 있었고 밑이 길어 그의 무릎을 가리고 있었다. 반바지를 입은 그 였기 때문에 그의 하의는 잘 보이지 않았다. 걸어 다닐 때마다 검은 반바지의 끝부분이 보이기도 했지만…… 한쪽 팔에 매고 있는 갈색 가죽 가방까지 모두 평범한 아이템 들이었으나, 특이한 상의에 은발을 한 그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짙게 그늘진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양 벽을 번갈아 차며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건물의 사이를 누비며 이동했다.

 오늘은 건질게 있으려나?

 남자는 옥상을 거닐며 거리를 살펴봤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옥상을 오가던 그는 잠시 멈추어 섰다.

 큰 키, 넓은 어깨, 노랑머리, 가늘게 찢어진 눈……. 크리스인가? 다른 사람일 확률은? 저 칼과 가방, 동료는? 보이지 않는다……. 큰 칼과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누구지? 기사다……. 아니라면 이 마을의 경비병. 아니라면 새로운 테러리스트. 하지만 이왕 저지를 테러라면 이전에 나무를 뽑아갔을 때 다 했겠지. 그냥 여행객? 아니야……. 저 몸은 분명 훈련을 받은 몸이다. 기사인데 노랑머리에 찢어진 눈. 저 검은 음…….

 그는 이렇게 조용히 혼자 중얼거리다니 크리스를 쫓아가며 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저 검은 아마 장인 비르크의 검이다. 저 손잡이 장식은 분명이 그것이야. 저런 신체를 가진 사람이 짝퉁 검을 들고 나닐 것 같지는 않다. 저런 몸을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리는지 예상도 안돼. 완벽한 근육의 분포도. 분명 무술의 프로다. 비르크의 검은 아주 비싼 편이고……. 저자는 크리스다.

 아마도.

 생각을 마친 그가 지붕 위를 달리며 중얼거렸다.

 아닐지도?

 그가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맞겠지.

 그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리며 크리스에게 접근했다. 크리스의 바로 왼 쪽 건물에서 그는 조용히 걸으며 크리스를 미행했다.

 

 

 테이데스의 한 여관. 큰 방에서 건장한 남자들이 바닥에 반달모양으로 앉아있는 가운데 의자에 앉아있는 호리호리한 중년의 남성을 바라보고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일이 어렵게 됐어. 한번의 기습으로 끝내야 했는데 말야, 우린 실패했지. 원인은 두 가지. 라루테가 나의 미행을 눈치챈 것, 우리의 협동력이 좋지 않았던 것. 두 가지, 어때, 동의들 하시나?

 그의 말을 들은 부하들은 어쩔 줄 몰라 고개를 숙였다.

 난 동의 안 해. 내 미행은 좋았어. 결국 그들을 골목으로 모는데 성공했어. 그렇지? 전술도 좋았어. 근데 우린 실패했어. 신기하지?

무표정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비난에 부하들을 정말로 안절 부절하고 있었다. 말을 마친 그는 가느다란 수염을 꼬며 부하들을 무시하는 듯 곁눈질로 쳐다보고 대답을 기다렸다.

 “시프제님, 죄송합니다.

 한 부하가 용기를 내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다음부터는 잘하자고.

 그는 말을 마치고 9명의 부하들의 시선을 받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제부터 행동 방식을 달리 할거야. 알려줘도 못하는 너네들에게 구지 말해야 할까? 실패하기 전에 실패하는 것은 너무 우울한 일이지만 말야.

 그는 턱을 들고 완전한 무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깔보는 태도였다.

 그러나 실패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겠지? 출발하자.

 시프제는 부하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경비병!

 그가 성벽 밖에서 외쳤다.

 무슨 일이십니까. 으악!

 경비병 한명이 나타났고 시프제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단도를 던져 그의 머리에 명중시켰다. 그가 쓰러지고 나서 수 분이 흐르도록 다른 경비병의 반응이 없자, 시프제의 뒤에 있던 부하가 갈고리를 던져 성벽에 걸친 후 그 갈고리에 연결된 밧줄을 잡고 성벽을 올라갔다. 갈고리를 가진 다른 부하가 그 다음 순서로 등반해 성벽에 갈고리를 연결하고 그 밧줄을 타고 성벽의 반대 편으로 빠르게 하강했다. 그러한 순서 끝에 시프제가 올라가고 그는 두 개의 갈고리를 회수하고 반대편으로 뛰어내렸다.

 !

 모든 부하들은 경악했다. 시프제는 그 높은 성벽에서 뛰어 내리며 바닥에 충돌하기 직전에 잠시 공중부양을 했기 때문이다.

 촌스럽게. 이 정도 기를 다루는 기술은 견습기사도 한다. 하긴, 너희가 모자라니 내가 데리고 다니는 거지만. 게일로 간다.

 시프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시프제님, 게일은 여기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아닙니다.

 큰 창을 매고있는 부하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게일로 간다.

 시프제가 부하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부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그의 뒤를 쫓았다.

 

 

 버쉬르의 길거리에서 크리스는 이상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 무슨 일이지? 경비병도 외부인 출입을 심하게 막았고. 성주를 만나봐야 하나? 몰래 들어온 입장인데, 난처하군. 딱히 습격 당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 일단 성으로 가봐야겠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크리스는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한 성을 향해 걸어갔다. 멀리서 보기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조용하고 황량한 거리를 지나다 잡화점을 발견한 그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카운터에서 자고있는 갈색 모자를 쓴 영감에게 크리스가 소리쳤다. 선반에 몸을 기대고 있던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떨어졌고, 그 과정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선반을 잡다 선반 위 물건 몇 개를 떨어뜨렸다.

 괜찮으세요?

 크리스 또한 놀라 카운터로 달려가 밑을 살펴보았다.

 , 너는 누구냐!?

 할아버지는 카운터 밑에 있던 칼을 잡고 있었다. 숨기고 있었지만 크리스는 상대방의 손 근육 상태를 확인 할 줄 알았기에 가 검의 손잡이 두께의 물건을 쥐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외부인 통제가 걸린 마을에서 생각이 짧았다.

 크리스가 생각했다. 그는 카운터에서 다섯 걸음 정도 물러났다.

 지금은 잭네 집에서 가게에 올 시간인데?

 할아버지는 한 손으로 책상을 잡고 일어났다. 한쪽 손은 여전히 카운터에 가리고 있었다.

 만날 사람이 있어 못 나가고 있었습니다. 습격 전에 왔었거든요.

 크리스가 겨우 생각해낸 말을 침착하게 꺼냈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외부인은 모두 나가라는 공지 못 봤나? 안됐지만 그 사람은 다른 마을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거네. 무슨 물건 찾나?

 마을 주민은 아직 경계를 풀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도 있습니까?

 관광지도라면 자네 왼편에…….

 세계지도는?

 크리스가 물었다.

 그건 따로 주문해야 들어오지. 이번 주말에 수도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주문하겠네.

 됐습니다. 그럼 이만.

 크리스가 가게에서 나오며 뒤돌아본 채 말했다.

 정말 되는 일이 없다…….

 크리스는 속으로 생각하고 성으로 향했다. 성으로 가는 긴 대로에서 그는 황급히 몸을 숨겼는데 그의 사기적인 시력이 성문을 지키고있는 경비병을 발견한 것 때문이었다.

 말이 통할 리가 없다.

 그는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성으로 접근했다. 사람이 한명도 없으니 골목에선 나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으나 건물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은 어느 한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됐다.

 이런 시력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지. 뭐, 일반적으로 경비병이 성문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예상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이 성엔 어떻게 들어왔지? 분명 몰래 들어왔다. 아니라면 이렇게 숨어 다닐 이유가 없지. 나름 삼엄해 보이던데 그 경계를 뚫고 들어왔다면 분명 실력자이다. 시프제가 말한 외모와 일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데 어쩐다? 이 자만 있어선 할 일이 없다! 이 자는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더 이상 간격을 좁히면 내 정체가 들킬 것 같고, 일단 미행을 해야겠군. 아무레도.

 성벽 위의 남자가 말했다.

 

 

 시프제와 부하들은 라루테 일행이 탄 것과 같은 중형 마차 세 대로 이동하고 있었다.

 주변 마을엔 이미 너희완 다르게 유능한 고수들을 풀어 놓았으니까, 너희는 내 지시만 잘 따라. 지난번처럼 등신같이 행동하지 말고.

 그가 부하를 노려보며 답했다.

 

 

 크리스는 아무도 없는 성벽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지붕을 타고 다니던 남자는 조용히 밑으로 내려갔다. 크리스는 뒤 돌아봤다.

 미친놈! 이런 크기의 소리도 듣는 건가? 시프제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어. 이 놈 신체능력이 굉장하다.

 그 남자가 생각했다. 바닥에 착지할 때 조금 소리가 났는데 그와 크리스의 거리가 상당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만한 크기의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인가? 너무 예민했군. 하지만 여기서 난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크리스가 자기 옆에 있었던 고양이를 들고 생각했다. 바로 앞에 고양이가 있었고 거리에 사람이 없었으니 걱정할게 없다고 결론을 내린 그는 성벽을 타고 올라갔다.

 …….

 그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성의 정원 한가운데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쪽을 보기위해 그는 조용히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바닥과 충돌하기 직전에 기를 사용해 잠시 공중에 떠서 착지음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많은 경비병들이 성을 지키고 있었으나 다들 밖을 바라보고있는 상황. 그 경비병들 한가운데 크리스가 있는 아주 황당한 상황이었다. 그는 빠른, 조용한 걸음으로 구덩이에 다가가 그 속을 살펴보았다.

 그냥 뽑힌 것이 아니다. 아래쪽은 물론 위쪽까지 뿌리 모양이 선명해. 나무가 그대로 사라진 느낌이군. 조형물이 아니라면 이런 모양을 낼 사건이 있을 수 있나?

 크리스가 생각했다. 그는 고양이를 자신과 먼 쪽에 던졌다. 고양이는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착지해 울었다.

 야옹!

 모든 경비병이 그 고양이를 쳐다봤다.

 ! 너 뭐했어? 저게 어떻게 여길 들어와?

 성 안쪽에 있던 병사가 소리쳤다.

 원래 있던 고양이 아니야?

 성벽의 경비병과 성 안의 병사와의 거리가 조금 있었기 때문에 둘은 큰 소리로 대화했다. 크리스는 이미 성벽을 타고 착지한 상황. 그는 그대로 성에서 나왔다.

 

 라루테…….

 크리스가 마차 안으로 들어가며 라루테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말을 멈추고 그냥 그대로 탑승해 마차에 주저 앉았다. 라루테는 쓰러져있었다.

 출발하죠.

 라루테의 옆에 앉아 그녀를 돌보던 펠리테가 마부에게 조용히 말했다.

 어디로 가야 하죠?

 마부가 마차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아무데나.

 크리스가 말했다.

?
  • profile
    클레어^^ 2011.08.01 01:43

    흐음... 라루테, 의외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듯?

    그나저나 이제 또 무슨 위기가 찾아올까요?

  • profile
    윤주[尹主] 2011.08.01 03:36

     없어진 나무도 검처럼 마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라루테가 쓰러져 버리다니...

     재밌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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