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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성과 가까운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라루테와 숙소로 갔다.
“이봐 호페퍼. ‘회귀’는 실제 물체에게만 적용되는 마법으로 알고 있었는데?”
둘이 보이지 않자 펠리테가 호페퍼에게 조용히 물었다.
“에이, ‘세상 모든 것은 먼지로’ 된다는데요. 눈 앞에 방어막도 세상에 있는 것 아니겠어요?”
잠시 후 둘이 평상복으로 돌아왔을 때 라루테는 여전히 검을 차고 있었다.
“그럼 나중에 숙소에서 뵐게요.”
라루테가 웃으며 말했다.

마을의 왼쪽으로 돌며 두 남자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황궁이라는 같은 직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법사와 기사가 만날 일은 전쟁이외에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답답함에는 아주 치를 떠는 호페퍼는 손톱을 뜯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오, 펠리테 할멈이랑 다니면서 라루테 뒷담화나 할 것을 내가 왜 이랬을까?’
그렇게 손톱을 뜯으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크리스의 안색이 너무 안 좋은 것을 발견 하고 그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크리스님, 우리 연배도 비슷한데 말을 좀 편하게 해도 될까요?”
호페퍼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렇게 하죠.”
크리스가 덤덤하게 답했다.
“선발대회에서 라루테에게 졌지? 그때 상황을 좀 들려줄 수 있을까? 나는 라루테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서 말야.”
놀려먹을 심산이었다. 이전부터 크리스가 라루테에게 겁을 먹은 것 같은 자세를 취하는걸 유심히 관찰했던 그였다. 어느 정도 악의가 느껴지는 질문에 크리스는 호페퍼를 살짝 흘겨봤다. 그 것은 크리스의 거구와 진지한 표정과 합쳐져 엄청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거기에 굴할 그가 아니었다.
“너가 말하면 나도 말할게. 나도 2등으로 여기에 참여했으니까.”
“펠리테님에게 졌단 말이군. 그래 패배자들끼리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크리스가 코방귀를 끼며 말했다.
“좋아 나부터 말해보지.”
성과 시장을 지나 한적한 숲이 나올 때에 호페퍼가 한숨을 한번 크게 쉬고 말했다.
“난 최고가 되기 위해 희생한 것들이 꽤 많이 있어. 그런데 펠리테님의 방어막 한방에 맛이 가버렸지. 법사끼리 서열을 정할 기회가 어디 있겠어? 같이 연구를 하면 했지…… 이번 선발대회에서 나는 큰 기대를 했었는데 말야.”
말을 마치고 그는 크리스를 슬며시 바라봤다. 크리스는 바닥을 보고 걸으며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듯 했다.
‘걸렸다 요놈!’
호페퍼가 생각했다.
“안 그래도 주위에서 말이지, 학문적인 부분에서 펠리테님을 쳐주고 있는 상황이었고…… 물론, 내가 펠리테님보다 지식에 있어서 뛰어나지만 경력이라는 것을 뛰어넘을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그 부분은 인정해도, 실전 마법에서는 내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까놓고 보니까, 나는 뭐든지 2등이었어. 처참하지?”
호페퍼가 말을 마치고 크리스를 쳐다봤다.
“흥, 넌 2등이나 했지. 결승에서 라루테가 이긴 사람이 내 스승이었다. 두 번이나 작살나서 두고두고 놀림을 받고 계시겠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기사가.”
크리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정적은 계속 됐다. 그렇게 30분 정도 걸었을까?”
“응?”
호페퍼가 주택가에 다가갈 때쯤 멈춰 섰다.
“뭐야?”
크리스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펠리테님의 마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마검을 기준으로 마을 오른쪽으로는 구출대의 여성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라루테와 펠리테는 묵묵히 잘 걷고 있었으나 데이지는 아주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제로 정말 심심해 보이는 산책이었다. 라루테는 그런 데이지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데이지님, 마검 전설에 대해서 알고 계셨잖아요? 좀더 자세히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라고 웃으며 물었다.
“마검! 그게 궁금하셨군요! 그래요, 마차에선 너무 짧게 얘기했죠? 그 전설이 사실 되게 긴 얘긴데. 크크크크. 그러니까 200년? 250년? 전에 마계와 인간과의 전투가 있었잖아요? 거기 전투 중에 이 마을에서 일어난 전투가 정말 유명하데요. 마족이 대패를 하고 자기 세계로 도망 가는데 그게 너무 급한 나머지 그 귀한 마계의 검도 두고 간 것이죠. 꽁무니를 빼다가 말이죠. 그때 성주인 비네레루토는 그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이 언덕에 마검을 봉인 한 거죠. 두고두고 기념하려고.”
지금까지 말을 못한 것이 한이었는지 데이지는 순식간에 토하듯이 말을 쏟아냈다.
“헤, 그거 참 재미있네요. 전투의 전리품이라……”
라루테는 나름 성의를 가지고 대답한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억지인 것 같았다. 눈은 앞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여러 가지로 그런 분위기가 풍겼다. 그러나 펠리테는 실제로 재미가 있었는지 피식 거리고 있었다.
“200년 전 이야기라면 전설보단 역사에 가까운데 말이죠…… 그 전설을 이 마을에서 들으신 거죠?”
펠리테가 데이지에게 물었다.
“네…… 예?”
의아해 하며 데이지가 물었다.
“음 실제 역사에 따라도 말이죠. 전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승리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오늘에 와서 마검을 보니 역사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요. 저 봉인은 분명 인간계의 것이 아니니까요.”
“네?”
어려운 마법 얘기가 나오자 데이지는 당황한 듯 했다.
“역사는 사실을 모아 놓았지만, 아시다시피 완성된 사실도 아니고 해석이 들어가다 보니…… 뻔한 얘기죠. 이후에 전염병으로 마을의 몇 사람이 피를 토하고 죽었다고 하죠? 그것이 마계의 복수라는 가정한다면 저 검은 전리품이 아니라, 뭐랄까? 경고 같은 거겠죠. 깔보지 마라는. 이전부터 있던 몇 음모론 중에 하나인데 오늘에 와서 직접 확인하니 음모론 쪽이 더 신빙성이 가는군요. 세상에 없는 방법으로 봉인을 해놓고 언급이 없는 것을 보니 당시 성주가 마법쪽엔 조예가 없었나 봐요. 워낙 세계가 넓다 보니 지방의 역사는 객관적인 시각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죠.”
“…….네?”
데이지는 잘 이해가 안가는 눈치였다.
“흔히들 ‘자위’한다고 하죠? 그런걸?”
펠리테가 자신의 말을 쉽게 단축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가 수 분 후에 말했다. 데이지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라루테님. 여기는……”
펠리테가 라루테를 쳐다보며 물었다. 분명 그들은 몇분 전에 왔던 곳에 도착해 있었다.
“아, 이야기에 집중을 하다가 저가 실수를 했군요. 이제 제대로 가겠습니다.”
라루테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는데 이번엔 집들이 사방을 막은 막다른 골목이 보였다. 그리고 라루테는 그곳으로 전진했다.
“라루테님, 여기는 막혀있는 곳 같은데요. 어디 편찮으세요?”
데이지가 의아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뭔가 느껴집니다. 따라오시죠.”
분명 막혀있는 것이 보이는데도 라루테는 계속해서 막다른 벽을 향해 걸어갔다. 그 좁은 길목으로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니 밖에서는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막다른 벽에 다다르자 라루테는 잠시 서있다가 뒤를 돌아봤다.
“어디서 보냈지?”
라루테가 어둠 속을 향해 물었다. 라루테의 행동을 보자마자 펠리테는 재빨리 먼 거리에 방어막을 쳤다. 그 골목은 앞 뒤로 막히게 된 것이다. 몇 번 검과 방어막이 부딪히는 특유의 소리가 난 후, 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호리호리하고 평상복을 입은 키가 큰 중년이었다.
“시장을 돌 때 당신이 쫓아 오는 것을 알았고, 확인하기위해 같은 곳을 맴돌았지. 이런 골목까지 따라올 줄이야…… 얌전히 밖에서 기다렸다면 좀더 오래 미행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루테가 목을 이리저리 돌리고 검을 바로 잡으며 말했다.
“너가 이런 곳에 오는 것만을 기다렸는데, 내가 왜?”
그 남자 또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라루테. 너 정말 유명하던데? 나랑 1:1 대련 한번 해볼까?”
그 말을 듣자 마자 라루테는 펠리테를 힐끔 쳐다보고 그 남자를 향해 고개를 까딱했다. 펠리테는 그런 라루테에게 조그만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그 보자기를 받자마자 그녀는 그 남자를 향해 던졌다.
“거절이지?”
남자는 보자기를 양날 검의 면 부분으로 받아 치며 말했다. 그리고 그 보자기와 칼이 만날 때 펠리테가 엄지손톱의 방향을 상대방을 향하고 폭탄의 스위치를 누르듯이 주먹을 지었다.
“쾅!”
엄청난 폭발 음과 함께 보자기가 터졌다.
“그렇지?”
큰 폭발이 있었으나 남자는 전혀 다치지 않았고, 옷 맵시를 바로한 뒤 정말 태연하게 말했다.
“정말 순수하게 실력을 겨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내가 워낙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기 힘든 사람이라 말이지. 모든 기사가 실력을 겨루는 그렇게 재미있는 일에 참여할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좀더 진지하게 전해야 했을까?”
그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으나 진중한 나이의 얼굴에서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내가 당신에게 죽을 것이란 확신을 하는 건가? 지금 위험한 상황인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고 라루테는 자세를 바로하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래 나는 위험한 상황인 것 같아. 그러나 너에 비하면?”
그도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수에서 보나 개인 역량에서 보나 내가 우위 아닌가?”
“캉!”
그는 그렇게 외치고 그녀의 에게 일격을 날렸다. 이후 여러 번 검의 충격음이 났다. 얼마 후에는 평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붕에서부터 벽을 타고 내려왔다. 단도를 든 사람도 있었고 여러 개의 표창을 들고 있는 사람, 장검을 들고 있는 사람 등 아주 다양한 무기를 든  사람들이었다. 라루테는 그와 검술을 겨루면서 살짝 하늘을 봤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응? 마족?”
크리스가 호페퍼와 함께 펠리테의 마력이 느껴진 곳을 향하여 달려갈 때 그 숨이 차는 급박한 상황 중에 헉헉 대며 말했다.
“뭐? 마족?”
크리스가 호페퍼 쪽으로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응? 아닌가? 아무튼 강한 기를 가진 사람들이 몰리고 있어!”
그 말을 들은 크리스는 속도를 낮추어 호페퍼의 뒤로 점점 물러나더니 그의 허리를 잡고 어깨에 짊어졌다.
“방향만 말해. 일단 직진한다.”
이후 그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달려갔다.


다시 좁은 골목에서.
펠리테는 한 무리의 급습을 확인하자마자 방어막을 쳤지만 그 크기가 라루테를 포함할 경우 그 안에도 자객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신과 데이지만을 겨우 보호해주는 수준이었다. 라루테는 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상황을 파악한 뒤 겨루기를 중단하고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여기서 끝인가?”
라루테가 말했다.
“뭐, 재수가 없는 거지.”
그가 웃으며 답했다.
“죽기 전에 누가 이 일을 시켰는지 알 수 있을까?”
“네가 죽기 전에 알 내용은 죽을 거라는 사실 외에는 없는 것 같은데.”
라루테를 두고 앞뒤로 무장한 무리들이 포위하고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포위당한 그녀는 지금까지 취하고 있던 오른손에 검을 쥐고 왼손으로 균형을 잡는 기본 자세에서 양손으로 검을 쥐고 검의 끝이 하늘을 향하도록 자세를 잡았다. 비장한 표정과 함께 그 모습은 출전하기 전에 의식을 치르는 기사의 모습 같았다. 포위한 사람들은 그런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들의 지휘관이 언제 공격 신호를 보낼지를 번갈아가며 주시하고 있었다. 굉장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그녀는 자세를 풀면서 정말 빠르게 뒤로 뛰었다.
“야! 펠리테 전담! 어디 봐?!”
펠리테는 잠깐 방어막을 풀고 
“쾅!”
라루테와 겨루던 남자의 발을 향해 폭탄을 누르는 시늉을 했다. 처음 방어막으로 막아 마력이 전달되지 않아서 터지지 못했던 반정도 되는 양의 가루들이 폭발했다. 폭발의 영향으로 라루테는 뒤로 날라갔고 날라가는 동안에 적들을 뱄다 3명이 라루테의 검에 맞고 죽었다. 완전히 전열이 무너진 그 무리들은 라루테에게 돌진했고 라루테는 뒤로 이동하면서 적들을 뱄다. 그녀는 단검, 장검, 갈고리 모든 무기를 상대 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전투를 펼쳤다. 마침내 그녀는 골목의 막다른 벽까지 갈 수 있었고 펠리테는 그녀를 포함하는 방어막을 다시 만들었다. 그 방어막에는 적들의 시신 두 구가 쓰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피가 난자했다. 데이지는 눈을 두 손으로 가리고 바닥에 주저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 데이지를 라루테는 잠깐 보고 자신과 겨루던 남자를 노려봤다. 그녀는 물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상대 남자는 비교도 안 되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청나게 화가 난 표정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왜 내가 시킨 데로 안 움직이는 거야? 분명히 할 수 있다고 했지 않았나? 할멈을 주시하는 것이 너희에겐 과한 일이었나?”
남자가 성질을 냈지만 방어막 안에 있는 라루테와 일행들은 들을 수 없었다. 펠리테는 방어막에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철수.”
그런 펠리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방어막을 쳤으니 주위를 다시 포위하면……헉!”
갑작스러운 철수 명령에 자객들이 당황하는 중에 지휘자와 가까이 있던 창을 든 남자가 용기를 내고 의견을 꺼내봤으나 상대방 남자는 그를 노려보며 칼로 목을 찌르는 시늉을 했다. 창을 든 남자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빨리!”
지휘자가 소리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자객들도 그를 따라 사라졌다.
“라루테!”
얼마 후 호페퍼를 업은 크리스가 소리를 지르며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도망친 적들을 쫓아주세요.”
라루테는 크리스가 다가오기 전에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크리스가 돌아가면서 뒤에 업혀있던 호페퍼가 잠깐 보였는데 그는 멀미를 할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크리스가 사라지고 라루테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라루테님?”
펠리테는 라루테에게 뛰어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외상은 없었다.
“라루테님! 무슨 일이에요?”
바닥에 쓰러져있던 데이지가 정신을 차리며 라루테를 챙겼다.
“아뇨, 아무, 일도, 없습니다. 갑자기 몸을 움직여서, 무리가 왔어요. 후- 여자의 몸이란……”
라루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 라루테님은 환생했었어!’
데이지가 생각했다.
“라루테님, 남자에요 여자에요?”
데이지가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라루테는 자신의 몸을 훑어보더니,
“여자죠.”
라고 답했다.
“아, 그렇죠? 하하하하…… 저가 이상한 질문을 했네요.”
너무 담담한 반응에 데이지는 당황한 나머지 어색한 웃음과 함께 과하게 반응했다.
“놓쳤어.”
크리스가 기절한 호페퍼를 짊어지고 나타났다.
“이놈이 마력을 추적해야 하는데, 기절해버렸네.”
그가 호페퍼를 바닥에 누이며 말했다.
“무슨 일이였어?”
그가 라루테에게 물었다.
“숙소로……”
라루테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기절했다. 그 순간 데이지가 순발력을 발휘하여 그녀를 받친 덕분에 바닥에 쓰러지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라루테를 부축하며 일어났다.

그들이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해가 졌다. 한밤중이 되서야 라루테는 정신을 차렸다.
“후- 죄송합니다. 온몸에 쥐가 나는 기분이었어요.”
라루테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라루테가 일어나자 호페퍼는 마법을 중단했다. 그는 높은 난이도의 치료마법을 사용해 라루테의 신체를 회복시켰다.
“음- 펠리테님과 데이지님께 들으셨겠지만 프로들이 우릴 노리고 있었어요.”
“왜?”
크리스가 물었다.
“짐작도 안갑니다.”
라루테가 답했다.
“라루테, 또 다른 마족의 기운을 느꼈어. 그 크기는 펠리테님 정도고 너가 싸운 곳 근처에서 느꼈어.”
“그 정도 마력이라면 저도 느꼈을 텐데요? 그런 마력은 없었습니다. 호페퍼님이 오시는 거야 확실히 느꼈지만……”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펠리테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펠리테님 수준의 마력이 분명 거기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며 호페퍼가 말했다. 펠리테가 마력을 느끼는 데에 실수를 했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곳에 있었던 펠리테님 급의 마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펠리테님 아닐까요?”
라루테의 말이 끝나자 호페퍼와 펠리테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분명 인간과는 약간 다른 느낌의 기였는데?”
호페퍼가 말했다.
“펠리테님 가루를 만들어 보세요.”
라루테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펠리테는 엄지와 검지를 비비며 탁자 위로 가루들을 만들어 냈다.
“더 만들까요?”
펠리테가 손가락을 비비는 것을 멈추고 물었다.
“아뇨. 호페퍼님 지금 펠리테님의 마력을 감지해 보세요.”
라루테가 호페퍼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음……”
그는 인상을 찡그려 가면서 열심히 감지했다. 그러다 눈을 감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번쩍 눈을 떴다.
“그래! 이 느낌이었어!”
호페퍼가 소리쳤다.
“아침에 느꼈던 것도 비슷한 상황일 수 있겠어요. 아마 같은 상황이겠죠. 내일 아침 일찍 가서 확인하고, 마검 챙겨서 여기서 떠납시다.”
라루테가 말했다.
“그 자객들은 우리를 계속 쫓아 올까요?”
잠자코 있던 데이지가 물었다.
“글쎄요. 아마 쫓아 오겠죠. 이번 사건은 분명 계획된 일이었고 타깃은 저였으니까요. 앞으로 다음 마을부터는 신분을 숨기는 것이 좋겠어요.”
“뭐로?”
크리스가 물었다.
“음~~~ 일단 펠리테님이 할머니고 우린 할머니의 팔순을 기념하여 여행을 다닌다는 설정은 어떨까요?”
라루테가 그 말을 하자 펠리테를 제외한 전원이 킥킥댔다.
“농담 아닙니다."
?
  • profile
    윤주[尹主] 2011.06.04 07:04

     팔순 기념 여행이라뇨 ㅋㅋ


     재밌게 봤습니다. 점점 더 궁금해지는 얘기들뿐이네요. 마검에 대해서도 그렇고, 마족도, 펠리테의 마법 가루도 그렇고;

  • profile
    클레어^^ 2011.06.04 07:24

    하, 할머니...;; 펠리테 여사님께 큰 실례네요...;;

    (사실 현실로 따지면 노인회관에서도 중고위급?)[끌려간다]

    소설 잘 봤어요. 라루테라는 여주인공... 정말 미스터리하네요.

    그런데 얼핏 읽어보니까 라루테와 크리스와의 관계... 제 소설 '우리들도 용사다'의 제르딘과 데이비드와의 관계와 진짜 조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사실 전 님의 소설을 지금 처음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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