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8 05:24

강지혜, 목지혜1-3

조회 수 1016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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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지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전 아카시아는 계속 지혜의 눈치를 살폈다. 지혜는 목석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침대 바닥을 보고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

"좋아.“

지혜가 전 아카시아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응?”

지혜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란 전 아카시아가 반사적으로 답했다.

“하고 싶다며 사회생활. 어떻게 할 거냐고.”

“그야 그냥 나가서....... 나야 구경만 해도 만족하니까.”

전 아카시아의 말에 지혜가 코웃음을 쳤다.

“야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어? 하긴 모르겠구나. 스미마생(미안). 네 상황을 잊고 있었네 그러니까, 네가 아카시아의 요정이었는데 말이야. 아니, 아카시아.”

“무섭다고?”

“그래........”

지혜가 전 아카시아를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 그리고 옷장에서 얇은 천 쪼가리 몇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일단 이거 입어.”

“뒤집어서. 안과 밖 말고 앞하고 뒤를. 그렇지.”

전 아카시아가 속옷과 잠옷을 입는 데에는 20여 분이 지난 후였다.

“좋아.”

지혜가 말했다.

“이제 뭐 할 거야?”

지혜의 질문이었다. 전 아카시아의 정곡을 찌르는 그 말! 그는 인간 사회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서 사회에 녹아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생각할 수가 없었다!

“따, 딱히 계획은 없어.”

“나루호도(그렇군). 딱히 하고 싶은 일은 없다, 이거지?”

전 아카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건, 찬스군 후훗.”

지혜의 말에 전 아카시아 약간의 혼동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상황의 비현실적인 부분을 분명 인지할 것 같은데 당황하지 않는 모습, 오히려 음흉한 태도와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말투 때문이었다.

“이름이 뭐야?”

지혜가 물었다.

“모르겠어.”

전 아카시아가 거짓말 했다. 인적 드문 언덕의 나무에게 이름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없는 것이었다.

“너 이제부터 목지혜다. ‘목지혜’라고 부를께. 싫으면 말구.”

“아, 아니 좋아.”

뜻도 모르고 목지혜가 답했다.

“이제부터 내가 뭔가 제시 할건데....... 강요하는 건 아니야. 다만 네가 앞으로의 계획이 없다고 하니까, 그냥 제시만 하는 거지. 자네 ‘왕자와 거지’이야기 알고 있나?”

목지혜가 고개를 저었다. 언덕에 올라 동화를 낭독하는 사람은 평생에 본적이 없었다.

“좋아. 알려주겠어. 어느 날 왕자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한 거지를 발견한 거야. 자유를 원했던 왕자와 안정된 생활을 원했던 거지는 서로 옷을 갈아입고 서로를 연기하지! 마지막에 어떻게 됐더라? 아무튼 이 동화의 교훈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으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지! 동화지만, 아무튼.”

“그러니까 내가 거지인 거지?”

이야기를 듣고 한참동안 생각에 빠졌던 목지혜가 말했다. 강지혜, 얘 이름이 강지혜다. 강지혜는 한숨을 푹 쉬었다. 실제 실오라기 하나 걸칠 것이 없었던 목지혜는 거지와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바보에 더 가까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와 같았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으면 내가 도와주겠다, 그 말이야. 너 결국 사회생활이 해보고 싶다, 그 말이잖아?”

“그, 그렇지?”

목지혜가 답했다. 그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지혜의 표정에서 사악한 장난끼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엄마! 나 오늘 방에서 긴히 할 게 있으니까 들어오지 마요!”

“알았다! 어련히 할 게 있으시겠지.”

지혜 엄마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두꺼운 나무 문을 통과하여 전달됐다.

‘또 보고 싶은 만화가 새로 나왔겠거니.’ 이게 지혜 엄마의 생각이었다. 학교를 빠지면서 까지 그런 적은 처음이었지만, 새벽까지 만화를 보거나 주말에 만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일은 빈번하게 있었으니 말이다.

그 날 지혜는 정말 방에만 있었다. 잠깐 방에 나와서 식사를 가져가는 것이 그 날 방에서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그렇게 방에만 있으면서 뭐 그리 배가 고픈지, 평소보다 두 배량의 밥을 퍼가 깨끗하게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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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3.01.19 17:07
    거지와 왕자, 얘기부터 흥미가 돋네요 ㅎ

    제 생각이지만, 1-1화를 회상처리하고 두 지혜가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아니면 학교에 간 지혜 얘기에서부터 시작해서, 목지혜의 정체를 독자에게 서서히 밝히는 식으로나.
  • ?
    다시 2013.01.19 22:25
    그거 고려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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