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5 05:27

강지혜, 목지혜 1-1

조회 수 1068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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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밤마다 언덕에 올랐다. 차가운 밤공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조용한 곳을 좋아했다. 시끄러운 곳을 싫어 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녀는 넓은곳을 좋아했다. 그녀는 그녀가 사는 곳과 반대되는 곳을 좋아했다. 그녀는 그녀의 집을 증오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아파트에 산다. 상상도 못하게 좁고 덥고 시끄러운 집이다. 적정인원인 세명 이하로 사는 가구는 이 부부 하나 뿐인 것 같았다. 남편이 돌아오고 저녁식사가 끝나면 그녀는 항상,

“잠깐 나갔다 올게.”

매일 그녀가 어디로 가는 지 궁금했던 남편은 그녀에게 동행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떳떳했던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고 남편은 그 동행 이후 다신 따라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언덕에 오르고, 언덕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볼 뿐이니 도무지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그녀는 유령처럼 조용히 서있다 한 시간이 지나면 내려왔다. 동행한 남편에게 어떤 살가운 말도 걸지 않았고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소음이 싫어서, 사람이 싫어서 오른 언덕이었다.

그렇게 매일 언덕에 올랐다. 그렇게 매일 6개월! 가난한 그녀는 하소연 할 곳이 필요했다. 결혼을 반대했던 부모님에겐 할 수 없었다. 자신있다고 하지 않았나. 친구들에겐 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창피하기도 하고, 얘기를 꺼내는 것만으로 손을 벌리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고된 공장일에 녹초가 된 와중에도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남편은 후보에도 없었다.

그녀는 밤마다 언덕에 올랐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녀는 고전에 나온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동화지만, 아무튼. 대상은 향기로운 아카시아 나무였다. 그녀는 밤마다 나무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또 바퀴벌레가 나왔어. 평소였다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정말 커도 좀 컸어야지! 약을 어제 설치했는데 바로 나온 걸 보면, 이건 분명 다른 집에서 기어 들어온 것 같아. 다들 엄청 더럽게 살거든. 난잡하게 이상한 물건들 쌓아 놓고.”

 

“옆집 애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애 엄마가 다그치든 소리를 질러데니 당연한 일이지. 가끔은 그 여자 목소리가 더 크다니까? 애가 무슨 죄야?”

“임신했어. 적금도 순조롭게 쌓이고 있고,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말이다. 그렇게 6개월이 막 차가던 날이었다.

“새 집을 구했어. 방도 두 개나 있고. 깨끗한 집이야. 조금 이르지만 가야지. 지혜가 크는데. 너무 기쁜데 왠지 아쉽다. 이전 집에는 요만큼의 정도 없어. 너랑 헤어지는 게 왠지 아쉽네. 바보 같이. 크크. 덕분에 견딜 수 있었건 것 같아. 이사 가서는 너 같은 식물 만들지 않도록 열심히 행복하게 살게! 잘 있어! 안녕!”

그녀가 언덕을 내려갔다. 다신 오지 않을 결심을 하며 말이다. 다신 불평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녀의 동화를 끝내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힘든 역경을 꿋꿋이 이겨내는 동화는 끝나고 평범한 육아일기가 시작되어야 했다.

이것으로 그녀의 이야기는 끝났다. 주인공도 아닌데 이만큼 다뤘으면 신경 많이 써준 거 아닌가? 아카시아 나무의 이야기다.

“가지마!”

그것이 소리쳤다! 그녀는 듣지 못했다. 바람 없이 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설령 그것을 봤었다 해도, ‘아 바람이 불고 있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아카아가 소리치고 있구나!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내일도 와야 해. 이렇게 말 해놓고 또 올 거지? 세상에 안 힘든 곳이 어디 있겠어?”

안 힘든 곳은 없어도 덜 힘든 곳은 분명히 있다. 그녀는 새로 이사 간 그 곳에서 전에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히 온다.”

아카시아 나무가 말했다.

 

“안 와. 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지네가 아카시아를 비웃으며 말했다.

“꺼져.”

아카시아가 퉁명하게 답했다.

“그 여인은 네가 필요 없거니와 네가 자신을 찾는지 조차 모른다. 어찌 다시 볼 수 있겠는가?”

“그딴 헛소리 할 거면 당장 내려와!”

정곡을 찔린 아카시아가 소리쳤다.

“미련한지고.......”

다람쥐가 혀를 차며 내려왔다.

“꼭 그 여자일 필요는 없어. 누군가, 아니, 아무나 와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할 사람이면 아무나 오면 되!”

아카시아가 외쳤다. 사실 그랬다. 그저 먹고 죽는 자연의 섭리만 바라보던 한 그루의 나무에게 인간 세상은 너무나 자극적인 것이었다. 서로 싫은데도 같이 모여 살지 않나, 생계와 가사에 선을 긋고 일하질 않나, 심지어 다른 종을 키우기까지 했다!

“그녀는 특이한 사람이었지.”

“가라고!”

아카시아가 소리치자 다람쥐가 쪼르르 언덕 밑으로 달려갔다.

너무 재미없고 단조롭지 않은가? 수명이 긴 아카시아는 수 많은 타생과 죽음을 보며 생명의 순환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복잡하고 사소한 인간 세상이 좋았다. 가만히 서서 생각만 하는 나무의 삶이 지긋지긋해 진 것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

매일 별에게 빌었다.

“인간이 되게 해 주세요....... 인간, 인간.......”

 

 

16년 후

 

“인간, 인간, 인간, 인간, 인간, 인간, 인간, 인간, 인간.”

“시끄러워!”

별이 소리쳤다.

“별님 제 기도를 들어주셨군요!”

응답을 받은 나무가 환의에 차 말했다.

“그게 어딜 봐서 기도야? 꼬장이지! 너 같이 짜증나는 놈은 피노키오 이후로 처음이다!”

“많이 시끄러웠나요?”

“말이라고 하나.”

별이 말했다. 그리고 자신과 대화 나누는 대상을 찬찬히 살펴봤다. 뿌리, 기둥, 가지, 잎 그냥 나무였다. 나무.

“너 팔 다리는 어디있냐?”

“없는 데요.”

“아오! 변신도 시켜야 해! 개 귀찮아!”

별이 성을 냈다.

“죄송합니다.”

아카시아가 어쩔 줄 모르고 사과했다.

“외모는? 아무렇게나 하면 돼지?”

“지혜처럼요!”

“무슨 지혜? 이지혜, 아님 서지혜?”

“아니, 지혜처럼요.”

“그러니까 무슨 지혜?”

별과 나무의 실랑이는 나무가 6 개월 간의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야 끝날 수 있었다. 나무가 아는 지혜는 한 명 뿐이니 말이다.

“알았어! 오늘 밤 푹 자. 일어나면 지혜가 되어 있을 거야.”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너, 뿌리 뽑힌 나무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

“예? 저 죽어요?”

놀란 나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래 넌 무조건 죽는다.”

별이 진지한 표정을 답했다.

“말을 해주셨어야죠!”

“지금 해주잖아?”

나무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대로 더 살아봤자 재미가 없을 거란 확인은 있었다. 하지만, 죽는다니? 그건 보통 일이 아니지 않은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아카시아는 나뭇잎을 막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자신의 한마디로 운명이 정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냥 살기만 했는데 목숨이 걸린 고민을 해야 한다니!’

나무가 속으로 탄식했다. 하지만 그것은 행복에 겨운 탄성이기도 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자신의 가치를 찾는 다는 것이 이미 자연의 법칙을 벗어난 것 같았고, 그것은 곧 인간에 가까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행복한 느낌이었다.......

“좋아요! 좋습니다! 까짓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니겠습니까?”

“여기선 ‘죽기’말고 없을 것 같은데.”

별이 중얼거렸다. 그 둘은 너무나 먼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아카시아는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좋아, 네가 원해서 하는 거야? 나는 소원을 들어준 것 뿐이지 아무 잘못도 없어?”

“예! 모두 제 책임입니다!”

아카시아가 신나서 답했다.

“원망만 하지마라.”

별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절대로.”

아카시아가 말했다. 그런 아카시아의 굳은 표정을 본 별은 그의 의지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이야. 물과 햇빛은 피해라. 새 잎이 돋아 날 수 있으니까.”

‘밤에만 돌아다녀야 겠군.’

아카시아가 생각했다.

“분명히 말했어? 일주일이라고.”

“네 분명히 들었습니다.”

“정말 딱 일주일이야?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기적은 없으니까.”

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화는 모두 끝난 것 같았다. 아카시아는 별이 더 이상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연신 감사함을 표하는 인사를 했다.

“어리석은 자여, 모두 제 자리가 있는 것을.”

“내 평생소원이었어. 내가 얼마나 인간 사회를 바라왔는지 알아?”





[전에 '식물인간'이라고 했던 소설이 바로 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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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3.01.15 18:49
    그러니까, 네이버 연재 공모전에 제출하시는 게 맞죠?
    아니라면 죄송하지만...

    이번에 공모전에서 받는 게 판타지/무협/로맨스입니다.(퓨전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셋 중 하나 요소는 가지고 있는 걸 원한다고 봅니다)
    다시 님께서 이 중 어떤 장르를 고려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할 얘긴 아닌 것도 같지만서도... 첫 화임에도 장르가 분명히 드러나질 않아요. 독자가 첫 화를 보자마자 '이건 판타지다'라고 느낄 만한 걸 하나 던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 중간 인상적인 장면에서 시작해 회상으로 역전해 들어가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작명 탓인지, 지나치게 동화적입니다. 독자들의 평가에서 악영향이 예상됩니다. 독자들은 판타지, 하면 떠오르는, 정통 판타지/게임 판타지/퓨전 판타지 정도를 기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첫 화에선 이 셋 중 어느 것과도 관련있어 보이지 않는 데다가, 차라리 환상성을 가미한 순수소설처럼 보입니다. 순수소설처럼 보이는 건 이번 공모전에선 약점이 될 것입니다.

    쓸데없는 우려라면 좋겠지만, 조금 걱정이 되네요.
  • ?
    다시 2013.01.16 04:49
    완전히 동화처럼 갈 생각입니다. 우려하신 대로죠. 심사위원이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인데......최소한 독자들에겐 거절 당하지 않도록 재미있게 쓸 예정입니다. 저가 쓰다보면 글이 무겁다고 하나요... 분위기가 자꾸 어두워져서 일부로 동화를 선택했습니다.... 장르는 판타지라 우길 생각이구요.
    그 부분이 약간 걱정이긴 한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현실과 꿈'같은 글을 각색한다고 해도 별 인기가 없을 것 같고... 떠오르는 글이 이 것이라서요 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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