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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당연히 실화입니다.

 

 

 

 

 아버지는 내가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기를 바라셨다.

 

 

 

~<드래곤 슬레이어>~

 

 “좀더 허리를 숙여서!”

 아버지가 나에게 소리쳤다. 오늘부턴 목도가 아닌 철제 검을 휘둘러야 했기에 아버지가 원하는 동작을 취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컸다. 나는 검을 휘두르다 그만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 손에 땀이 찼고 손목에 힘이 빠진 것이 문제였다.

 “! 그것 밖에 못해! 너 병신이니?”

 아버지가 소리쳤다. 하지만 내 나이 18, 이 훈련도 18년 째다. 이런 순간을 넘어가는 방법 쯤이야 옛날에 터득했지.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조용히 말했다.

 “저는 재능이 없나 봐요.”

 “그렇지 않다!”

 아버지도 무릎을 꿇고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말이냐. 너는 재능이 있어! 너는 타고 났다!”

 아버지는 내가 재능이 없다고 푸념하면 급하게 너그러워지셨다. 행여 포기한다 할까 겁이 나신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배워온 게 용을 잡는 기술들뿐인데 다른 거 뭘 한단 말인가.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세상일 참 모르더라. 여느 날처럼 실수를 하고 심하게 혼난 밤이었다. 유독 바람이 좋은 밤이기도 했다. 나는 짐을 싸서 나갔다. 밖에서는 돈이 필요하다. 내 짐에는 아버지의 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자취를 시작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지원 없이 용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거 지겨워서 가출한 건데 내가 왜? 여러가지 일…… 편의점, 공사장, 물류센터 등등을 해본 결과 내가 잘하는 일은 두가지로 압축되었다. 물류센타, 글쓰기.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다.

 

 “여기 제 글입니다.”

 나는 출판사 사장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

 그는 한 두 장 넘겨보더니 진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런 글은 처음 봤을 것이다. 그는 세 번째 장을 채 다 보기 전에 입을 열었다.

 “장난?”

 재능은 내가 그 일을 좋아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그 일을 사람들이 좋아해줘야 하는구나, 깨달았다. 그러니까, 나는 글에 재능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물류센타 뿐이야! 하고 자취방에 돌아갔다.

 

 단 한마디였지만 충격은 컸다. 비좁은 옥탑방에 누웠는데 무슨 대 평원에 누워있는 것 같더라.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쓸쓸하고 외로웠다. 나야 항상 외로운 사람이었지만. 친구와 놀다가도 시간이 되면 집에 가야 했으니까. 훈련땜시로. 내가 글에 재능이 없었다니,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용만 안 잡으면 되니까. 하지만 충격은 충격이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때였다. 얇은 철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빠의 실루엣이었다.

 나는 창문을 깨고 도망갔다.

 “아들아! 얘기 좀 하자!”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대답했다. 이 집 저 집 가스관을 타며 바닥으로 내려갔다. 전직 용잡이었던 아버지라 하더라도 젊은 나를 잡기는 어렵겠지.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아버지는 나를 쫓아오고 있지 않았다.

 “얘기 좀 하자!”

 아버지가 옥상에서 소리쳤다.

 “거기서 말씀하세요!”

 내가 소리쳤다.

 “조용히 말하고 싶은데!”

 “그럼 싫어요!”

 “너 유리창 어떻게 변상할거야?”

 .

 “알아서 할거에요!”

 유리창이 얼마지? 깨본 적도, 사본 적도 없었는데.

 “용 한번 잡으면 이천만원이다!”

 “내려오세요!”

 아버지가 내려왔다.

 “좀 들어가서 얘기하자.”

 우리는 카페에 갔다. 아빠는 아메리카노를 시키셨고 나는 물을 마셨다. 커피는 맛도 없고 마침 내 지갑은 두고 나온 상태, 아버지에게 손 벌리고 싶지도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 너만 물리칠 수 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걸요.”

 “너는 할 수 있다. 내 장담한다. 너는 타고 났으니까.”

 나는 아버지를 쳐다봤다. 나를 강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천만원이라니.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세요.”

 

 

 나는 아버지에게 장비를 얻어 산으로 갔다. 아버지는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내가 용을 잡으러 가는 것만 기다리신 분 같이 말이다. 하긴, 기다리지 않았다면 내 평생을 용잡이 교육시키는데 사용하지 않으셨겠지.

 버스를 타고 산까지 가는 길은 제법 길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분명 내 인생인데, 이미 내 마음대로 살 수 없는 것 같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원하는 데로 그들의 영향을 받아버렸다. 특히 아버지가 그랬고. 지금이야 내 멋대로 살고 있지만, 결국 이렇게 용을 잡으러 가고 있다. 하지만 뭐, 악당을 잡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이번 일만 잘 되면 여유자금이 생길 것이다. 천천히 가자.

 

 산에 올라가자 거대한 팔각정이 보였다. 용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것이라고 팻말에 적혀있었다. 나는 거기서 용을 부르는 의식을 행했다.

 

 “제물은 오랜만이군!”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메아리가 울렸다. 용은 먹구름과 함께 여러 꽈리를 틀며 나타났다. 실로 엄청난 크기였다. 하지만 아버지와 했던 훈련 때문인지 그리 위압적이지는 않았다.

 “네 놈이 용이냐!”

 내가 소리쳤다. 하지만 주변이 워낙 시끄러워 들릴까 모르겠다.

 “그렇다만?”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메아리가 울렸다.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괴롭히는 내 놈을 처단하겠다!”

 나는 칼을 들고 그것에게 달려들었다.

 “, 이봐 나는 딱히-“

 그 메아리가 채 끝나기 전에 나는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용은 손으로 내 검을 막았다. 내 검은 산산조각이 났다. 뭐야, 나 죽는 건가? 그렇게 절망한 순간! 용은 여자 같이 비명을 질렀다. 손에서는 붉은 피가 철철 흘렀고 비늘은 모두 뽑히며 사라졌다. 흡사 도롱뇽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나는 딱히 사람을 괴롭히는 용이 아니었단 말이다…….”

 용이 신음하며 말했다. 더 이상 메아리는 없었다.

 “?”

 “아니라고!”

 그가 억울한 듯 소리쳤다.

 “, 하지만 아버지는 분명 네가.......”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

 “박정희이시다!”

 둘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용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를 살펴봤다.

 “너 상당히 동안이구나.”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과는 동명이인이다.”

 “, 실례했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용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마지막 유언이 될 것 같아 기다려줬다.

 “, 용잡이 박정희!”

 “우리 아버지를 알아?”

 “알다마다, 나를 잡으려다 떨어져 죽을 뻔한걸 내가 살려줬지.”

 “아닛!”

 충격이었다. 그렇다면 용이 악당이 아닌 것이 맞는 건가.

 “이럴 수가, 우리 아버지가 악당이었던 건가! 예상은 했었지만!”

 내가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왠지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역시 악당이었다.

 “아니지. 아버지도 너의 할아버지에게 많이 당했다. 그러다 용을 못 잡아 컴플랙스가 더 심해졌고 너를 가혹하게 가르치게 되었지.”

 ?

 “그렇다면, 내가 악당이었단 말인가.”

 나는 좌절했다. 그런 뜻도 모르고 혼자 집을 나가고 방황하다 선한 용을 잡은 사람은 나였다. 억울하지만 나는 악당인 것이다.

 “아니지. 너는 아버지한테 많이 당했잖아.”

 ?

 “그렇다면 누가 잘못한 거냐? 누가 악당인 거야? 역시 노무현?”

 “세상에 악당이 어디 있어.”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 아직 이천만원이 남아서 집중할 수 있었다. 며칠 전에 출판사에 냈던 글은 오이디푸스를 베끼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제발 그만 오라며 거절당했다. 2012820일 입대를 앞두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적어본다. 제대하면 뭐 먹고 살지. 지리산에도 용이 있다는데 그걸 잡으러 가야 하나. 나는 재능이 있으니까……. 근데 어떤 일이든 태어나자마자 19년 동안 수련하면 그걸 못할 수가 있나?

?
  • profile
    윤주[尹主] 2012.10.19 05:29
    난해한 걸 던져놓고 가셨군요 ㅠㅠ 알 듯 모를 듯;;
    다시 님께 해명을 요구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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