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13 16:25

현실과 꿈 아저씨편- 17

조회 수 449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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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서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자신의 세계에 데려온 이상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였다.

 “언제입니까? 궁금한 때가.”

 애서가 힘 없이 말했다.

 “우선…….”

 언제나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그였지만, 최대한 침차가헥 다듬으며 담담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호페퍼가 성 밖으로 나갈 때, 기석은 한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그에 대한 예의나 타지의 만남과 이별이 주는 울렁거리는 느낌 때문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그는 정신적인 공황상태를 느낀 것이었다. 그의 머리는 몸에게 명령을 내릴 여유가 없었다.

 ‘뭐지? ?’

 언제나 가벼운 그였지만, 제누에를 끔찍이 좋아하는 것은 농담이 아닌 듯 했다. 그녀 때문에 그는 한 밤중에 방 밖을 서성거리고 생판 남에 가까운 자신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무엇보다도, 그 끔찍한 음식을 견뎌낸 그 아니었나? 예의 없고 기분파인 그가 이렇게 얌전한 반응을 보이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호페퍼는 마법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빠르게 사라졌다. 그의 모습이 사라진 후 한참 뒤에 그는 식당으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에요?”

 “그게, 호페퍼가 우릴 봤어.”

 “?”

 제누에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석은 말을 할 듯 안 할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질문을 받은 기석은 제누에를 멍하게 쳐다보며 답했다.

 “아무 것도 안 했어. 아니, 나에게 사과를 하더라고?”

 “그렇게 안 봤는데 굉장히 어른스럽네요?”

 “…그러게.”

 기석은 가게를 나와 성을 한 바퀴 돈 후 숙소에 돌아가 누웠다. 그는 호페퍼의 행동에서 순간적으로 달라진 행동에 이질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친숙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왠지 자신의 선택도 그랬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변수가 많은 새로운 만남보단 기존의 인간관계를 더 우선시 하는 건가?’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로 했다. 그러나 머리를 비우려는 순간, 그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것을 방해했다.

 “들어오세요.”

 경비병이었다. 그는 기석을 찾는 손님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날 찾을 사람은 제누에 밖에 없는데?’

 밖에 나가자 제누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그냥……. 심심해서.”

 “나 당분간은 금주야.”

 “꼭 술을 마셔야 재미인감

 제누에는 시선을 피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었다. 둘은 기석의 숙소로 들어갔고, 같은 침대에서 잤다.

 

 

 깨어났다. 속옷을 확인해봤다. 멀쩡하다. 분명 꿈에서였지만 너무 생생해. 기분 좋았다. 오늘은 예약했던 병원에 가는 날. 종합병원에 가려다 그냥 정신병원을 예약했다. 왠지 뇌가 잘못돼서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대충 차려 입고 나가려는데, 불안하다. 신발장에 놓인 거울을 보고 연습한다.

 대충 말이 나온다. 조금 더듬는다 해도, 거기에 정상인 사람보단 나같이 비 정상적인 사람들이 훨씬 많이 올 테니 이해해주겠지.

 

 

 나는 심호흡을 가볍게 했다. 어떻게 그리 헤매지 않고 병원까지 왔군. 할 수 있겠지. 그냥 말하면 돼. 쉬운 일이지. 그럼 아마 치료해줄 거야. 그럼 아마 그런 꿈 꾸지 않겠지. 좋아. 모두 없었던 일로 하는 거야. 제누에든 호페퍼든, 애들 이야기지. 판타지 소설에나 나오는.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패배자들이나 좋아하는 이야기야. 그런 유치한 것들은.

 손잡이를 잡는 순간 쇠의 차가운 기운이 잠깐 동안 느껴졌다. 그 이후에는 뭘 잡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무감각해졌다. 점점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 이게 진짜 정신적인 문제일까? 차라리 뇌 쪽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분명 뇌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종합병원에 가야겠어.

 돌아오는 버스를 타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패배자는 아닌 것 같다. 패배는 누군가 승리해야 할 수 있는 거고, 만족에 대한 문제는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거니까.

 집에 돌아왔을 땐 별로 시간이 지나지 않았었다. 딱히 시간이 걸릴 일이 없었지만, 이렇게 제 시간에 돌아올 줄은 몰랐네. 역을 놓치거나 길바닥에서 잠이 들거나 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야.

 너무 제 시간에 들어왔는걸. 할게 없다. 해야 할 건 있는 것 같은데……. 제누에를 만나거나 성을 지켜야 하니까. 물론 꿈 속의 일이지만.

 자신이 부끄럽다. 중학교 때나 꿀만한 야한 꿈이 아직도 떠오른다. 제누에와의 잠자리……. 너무 생생했던.

 어떡하지. 구제불능이야. 진짜가 아닌데.

 아니지. 꼭 진짜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그 기준도 모호하고. 사실, 꿈도 진짜고 현실도 진짜잖아? 내가 똑같이 경험하는 것들인데 거기에 가짜가 어디 있어. 선택하자. 이곳인지 그곳인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4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환상적인 곳은 이곳일지도 모른다. 쉽게 선택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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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8.16 00:14
    과연 기석씨는 꿈에서 무슨 짓을...
    저도 잠을 통해서 현실과 판타지를 왔다갔다하면... 클레어는 어떤 모습으로 나와 있을까요?
    (혹시 여전사? 아니면 마법사? 아니면... 격투가??)
  • profile
    윤주[尹主] 2012.10.16 01:55
    아쉬운 데서 끊겼네요; 밝혀지려던 것들이 이것저것 있었는데...
    올려주신 화까지, 아쉬운 대로,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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