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9

by 다시 posted May 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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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나는 내 몸을 바라봤다. 얼음은 전혀 없었고 교복 차림이었다. 돌아온 건가? 여긴 다시 병실이었다.

 “제신아! 너 도대체 요즘 왜 이러니, 지금껏 이상했지만 자해는 아니잖아! 말을 해도 알아 듣지를 않고!”

 “엄마!”

 내가 부르는 소리에 놀란 엄마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제신아?”

 느낌이 이상하다. 꿈을 꿀 때처럼 아니, 진짜 현실처럼 감각이 살아있는 기분이다. 아직 완전하진 않았지만 행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어떻게 된 거지?

 “제신아 어떻게 된거야?”

 나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굉장히 급박한 기분이 드는데.

 “엄마 나 화장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부재중 통화2 문자메세지1]

 아저씨다.

 “아저씨!”

 “너도 돌아왔구나!”

 아저씨도 돌아왔다! 꿈에서 죽으면, 현실로 돌아오는 것인가?

 “! 이제 완전히 돌아온 걸까요?”

 “그건 아닐 것 같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었어. 산소만 끊겨 기절한 상황이었다고.”

 “그럼?”

 “곧 죽을 것 같다. 그런 느낌이 들어.”

 “저도 돌아왔다는 것은?”

 “…같은 위험을 안고 있는 거지. 제신아, 내 말 잘 들어라.”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김지혜,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 위치 보냈으니까 찾아가! 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너는 그곳에서 신체능력이 뛰어났으니까 제법 오래 버틸 거야! 놈이 전에 우리가 있던 성을 쓸어버린 것 같아. 꿈에서는 상대가 안돼!”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지?

 “, 그럼 찾아가서 뭘 하면 되죠?”

 “그건…….”

 아저씨는 말을 잊지 못했다. 나는 치사한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책임을 아저씨에게 돌리기 위해 나도 모르게 질문이 나왔다.

 “…그건 네가 선택해라. 미안하다. 확실하지도 않은 죽음 때문에……. 이상한 말을 해버렸어. 하지만

 [!]

 뭐야, 휴대폰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심장이 멎으셨어요!”

 여자 목소리, 간호사인가? 뭐야, 진짜 죽는 거야? 꿈 때문에?

 나도……. 죽는 건가?

 화장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제신아! 이제 괜찮은 거니?”

 엄마는 입을 가린 채 울고 계셨다. 그렇다 해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 몸은 더 날쌔지고 감각은 더 민감해지고 있다. 이러다간 정말!

 문자를 확인했다. 어쩌자고 확인하는 거지? ? 같은 병원에 있다! 같은 곳에 있었어!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아저씨, 정말 죽는 건가? …나도?

 [8층입니다.]

 저기다. 저기야!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좁은 방에 하나의 침대가 놓여 있었다.

 [이름 : 김지혜]

 [혼수상태]

 그런 거였나! 얼굴을 보니 확실히 그 애가 맞다. 이제, 어쩌지? 고민하는 내면과 달리 나의 손은 인공 호흡기로 가고 있었다. 그래, 악인이야. 게다가 아저씨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호흡기를 제거했다.

 

 

 [털썩!]

 아저씨와 소년의 몸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소녀의 의식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녀가 제어 중이었던 얼음을 유지시켜줄 기운도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소녀가 헉헉대며 말했다. 그녀는 순간 의식을 잃었었다.

 ‘뭐야? 어떻게 돌아온 거지? 현실에서 죽으면 꿈으로 가는 건가?’

 “너네 무슨 짓을 한 거야?!”

 소녀가 소리쳤고 소년은 죽은 척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실눈으로 아저씨의 상태를 확인했다. 죽은 것 같았다.

 ‘젠장, 어쩌지? 달려들었을 때 승산은 없다.’

 소년은 고민했다. 죽은 척에 속고 있는 것 같지만 언제 알아차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내가 죽은 줄 알고 있는 것은 다행이군.’

 그때 한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지나갔다.

 ‘죽은 줄 알아? 나도 저게죽은 줄 알고 있는 거라면……?’

 소년은 용기를 내어 살짝 소녀를 살펴봤다. 여전히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

 소년은 의식적으로 다리를 움찔거렸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얼렸다. 소년의 의식이 흐려져 갔다.

 

 

 “헉헉헉.”

 숨이 막히는 느낌이 이런 건가!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찡그리고 있다. 혼수상태에서 표정을 지을 수 있나? 나은 거다. 이제 혼수상태가 아닌 거야.

 “죄송합니다. 돌아가실 것 같아요.”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이 병실엔 나와 얘 밖에 없다.

 목을 졸랐다. 소녀가 눈을 떴다.

 “으으…….”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 내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다! 상대가 현실에서 정신을 놓으면서 꿈에 얘의 마법이 약해질 걸 몰랐어! 어쩌지?

 

 

 소년과 소녀는 마주보고 있었다.

 “, 너 뭐야?”

 갑작스럽게 느낀 황당하고 급박한 경험에 겁을 먹은 소녀가 물었다. 소녀의 물음에 소년은 눈빛으로 답했다. 그는 그녀를 살기를 띤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아저씨를 죽였어!”

 그는 지면에 머리를 박았다.

 

 

 상대는 악인이다.

 눈을 찡그리고 있는 저 마른 아이……. 얼마나 병실에 있었던 걸까? 너무 말랐다. 그리고 깨끗하다. 이전에 할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맡았던, 그때의 병실 냄새가 나지 않는다. 미묘하고 무서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부모님이 자주 와서 온 몸을 닦아준 걸까? 되살아난 후각이 억울하다.

 상대는 악인이다. 마을사람을 죽이고 아저씨를 죽이고 이번엔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 만약 내가 나의 죽음을 택한다 해도…….

 얘가 하는 살인은 멈추지 않을 거야. 괴물 편에 서서……. 삐뚤어진 것들의 편에 서서. 나는 겁쟁이다. 스스로가 핑계를 대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 이게 옳다. 내가 옳다. 죽는 것이 무섭다. 망설임은 없다. 내가 과감해서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살고 싶다. 살아나는 감각이 민감해질수록 죽음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

 나는 뒤 돌아 벽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입술에서 바람이 나가는 느낌이 선명하게 낫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나는 소녀 위에 앉아 목을 졸랐다.

 그래 나는,

 살고 싶다. 내가 살 수 있는 곳에서. 목을 조르는 악력만큼 눈을 꼭 감았다. 아니야. 이것은 내가 선택한 행동, 이것만큼은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고 싶다. 내가 한 행동을 똑똑히 보고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싶다. 아니, 죄책감을……. 더하는 일인가 내 알량한 양심, 자존심 따위의 것들 때문에.

 눈을 떴다. 나를 보고 있다. 눈물이 맺혔다.

 “, , .”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소녀가 거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들이마셔도 공기는 들어가지 않는, 아마도 깨어나서의 첫 호흡.

 마른 입에선 더 이상 신음 소리가 나지 않았다.

 몸이……. 축 늘어졌다. 미약했던 몸부림도 이제 끝이 났다. 내 감각도 점점 무뎌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좀더 목을 졸랐다. 혹시- 살아나기라도 하면 안되니까.

 “꺄악!”

 간호사와 함께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나를 밀쳐내 내동댕이 치고 소녀의 상태를 보고 있다. 소리를 지르며 오열하고 있다.

 조용하다.

 나는 눈물을 닦기 위해 팔을 들었다. 들려고 했다.

 들리지 않는다.

 

 

 

 

 

 

 “여보, 일어났어?”

 미모의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보며 말했다. 사랑스러운 부부는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성은 남편을 위해 최대한의 밝은 미소를 보여줬다. 자고 일어난 남편의 표정은 항상 어둡고 침울했기 때문이었다. 평소 잠들기를 거부하기도 하는 그였다.

 “.”

 그가 일어나며 말했다.

 “악몽이라도 꾸는 거야? 어떻게 매일 아침마다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악몽…….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어떤 꿈인데 그래? 말하면 좀 나아질 거야.”

 아내가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아직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얀 침대에 비스듬하게 앉아 그런 미소를 보이며 부탁했을 때,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침대에 앉았다.

 “하얀 방, 침대에 손, 발을 묶여 누워있는- 꿈이야. 매일매일.”

 “- 힘 쌘 자기가 겨우 그런걸 못 이기는 거야? 묶고 있는 끈을 끊어버림 되잖아.”

 “꿈에서는 약해.”

 “크크, 억울하겠네.”

 그녀의 말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

 그가 일어나며 말했다.

 “억울하지 않아.”

 “?”

 여자는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방금 한말은 잊어줘.”

 “? 이상해!”

 그녀는 웃으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또 다시 그 때를 떠올렸다.

 ‘…….’

 그의 실제 현실은 소녀를 죽인 정신병자였다. 정신병원에 수감중인 현실을 그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의 마지막 모습을 본 것은 스스로 자처한 일, 누구에게 탓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정당방위 임이 분명했다. 오로지 그만 알고 있는 정당방위였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 뿐. 하지만 모두가 아는 데로, 그 또한 자신이 정당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아침마다 진행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는 세수를 하는 것으로 그것을 그만두고 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늘도 왕실 수석 기사의 하루는 익숙한 저항으로 시작되었다.

Who's 다시

나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