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2 15:48

땀과 오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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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과 오줌의 노래

 

 

 야한 꿈을 꿨다. 아쉽게도 주인공이 내가 아니었지만 꽤나 생생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방금 막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졸리자 않고 총명한 이기분, 상쾌한 아침의 시작인가? 하는데 무슨 일인지 좀 과하게 불끈거린다. 아. 나는 황급히 속옷 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빨리 끝나라. 웃기는 일이다. 내 몸인데 이렇게 언제 시작하는지, 언제 끝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황당하지 않는가? 가만, 이것도 생리처럼 주기적으로 오는 것인가? 저번에 했을 때가 언제였더라? 당시 날씨도 기억 나지 않는다. 이정도로 가끔 이라면 괜찮을까.

 현실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일이라도 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나의 일이었어도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땐 몽정이 아니라 사정을 했을 테니 말이다. 여자친구라도 사귀어야 하나? 하지만 이런 것의 해소용으로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너무나 못마땅한 일이다. 동물 같은 일이야. 이런 생각이 든 뒤로는 사람을 사귈 때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망설여진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그 경우에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당연히 목적이 있으니 나를 찾아 오겠지. 아무런 목적이 없는데 나를 찾아왔다. 그건 우연이다. 생각할 가치가 없는. 아침부터 무슨 잡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제법 진지한 생각 같은데, 속옷을 갈아입으면서 하니 좀…….

 [따르르르릉]

 나갈 채비를 마치자 알람이 울렸다. 너무 일찍 일어났어. 다시 자기는 좀 그런 시간, 오늘은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이렇지 않았어도 충분히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은데……. 약간은 기대하는 것이 있었지만, 확실히 평소보다 두근거리는 날이었지만, 완전히 잡쳤다. 불쾌한 아침.

 

 아빠보다 엄마가 좋았다. 엄마보단 ‘지우’가 좋았고 ‘지우보단 로켓단이 좋았다. 이유는 그냥? 내가 태어난 이후로 그냥은 없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엄마에게 배운 소중한 원리이자 진리이다.

 왜 좋은가? 아니, 왜 더 좋은가? 우선 이름의 특이성이 있겠다. ‘지우 내 주변에는 없지만 너무나 있을 법한 흔한 이름이다. 연예인 중에는 꽤 있고, ‘로켓단 비록 단체의 이름이기에 비교하기엔 지우에게 조금 미안하나, 그들은 그야말로 일심동체, 인격체의 성향을 가진 단체이기에 그렇게 됐다. 로켓단, ‘포켓몬 뭔가 말이 이어지는 느낌이 좋다. 잘 모르지만 한글의 어떤 원리가 이 리듬을 좋게 했을 것이다. 이름 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승리하는 지우와 언제나 패배하는 ‘로켓단 어느 쪽에는 괴리감이, 어느 쪽에는 동정심, 동조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남들과 대화할 때, 언제나 ‘지우’처럼 승리한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들 마음 속에 더욱 강렬히 남아있는 것은 ‘로켓단’의 실패 사례들과 같은 이야기들, 창피했던 일, 미안한 일, 억울한 일이다. 만화 속이나 현실 속이나 주인공 보단 악당이 많기 마련 아닌가. 나도 그렇고 로켓단도 그렇고 아빠도 엄마도.

 특별한 사업 없이 회사 생활을 하는 두 부모님. 언제나 영화 같은 일을 기대하던 나에게 부적절한 환경이라 생각했다. 두 분의 성격, 캐릭터는 제법 개성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도 않았다면 난 입양을 원했을 것이다. 너무나 조용한 집.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당장 내 능력이 없으니 환경이라도 나를 특이하게 만들어 준다면 좋았을 텐데. 불우한 가정 환경이나 알코올 중독 폭력 아버지. 매 맞는 어머니. 후레자식이라 욕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실제로 없었던 일이었으니까. 생각이 죄가 되는 것은 좀 종교적인 일 아닌가? 사회에선 사회의 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돌아와서, 엄마는 굉장히 현실적, 차가운 성격이었고 아빠는 착하고 여린 성격이었다. 부부싸움은 없었다. 부부 훈육이 가끔 있었지. 엄마가 아빠의 잘못을 지적한다 -> 아빠가 사과한다. 엄마가 아빠의 잘못을 지적한다 -> 피곤하고 억울한 아빠가 소심하게 신경질을 부린다 -> 신경질을 지적한다 -> 아빠가 사과한다. 나름 귀여운 부부? 였다. 앞으로 쭉 잘 살.

 할머니는 아빠를 좋아하고 엄마를 싫어했다. 잘난 아들을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신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 행동하셨다. 실제로 연봉은 아빠가 더 높았지만 잘났는지는 잘 모르겠던데. 아무튼 엄마는 그런 대우가 억울했었고 할머니의 잘못을 지적했다. 할머니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만날 일이 1년에 한 두번? 정도였으니까.  정말 그럭저럭 쭉 잘 살.

 

 내 인생, 내 가족, 조금은 영화같이 살 수 있게 됐다. 반전 영화. 전세집은 전세를 내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집에는 빨간 딱지가 붙었다. 아빠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안절부절 하기를 반복했다. 엄마가 나서야 했다. 그러나 엄마, 이성적이나 법은 잘 몰랐고 침착하지만 돈은 없었다. 여러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할머니와의 접촉도 잦아 졌다. 후에 안 일이지만, 다른 친척들도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 아빠는 막내이고 사랑 받던 귀여운 사람이었던 것 같았다. 엄마는 그 사람의 아내였다. 연봉은 조금 딸리지만 전세집도 직접 알아보는 행동파 아내. 모든 책임은 엄마에게 갔다.

 

 왜 나는 ‘로켓단’이 엄마보다 좋았을까? 나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 엄마가 지우보다 좋다. 그러니까, 로켓단>엄마>지우>아빠 순으로 좋아했던 것이다. 아무튼 돌아와서, 왜 더 좋았을까? 엄마는 덜 인간적이었다. 실패하지 않으니 동정이 가지 않았다. 시크녀? 시크함의 종결자였다. 우리엄마. 우리엄마 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감히 ‘우리따위의 단어가 그 분과 붙으려고 하다니 괘씸할 따름이다. 차라리 THE 엄마’가 어울리지.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도 최고의 선택을 내리셨다.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나보고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씀하셨다. 방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 집으로 이사를 갔을 때. 나는 문에 바짝 붙었다.

 여보 왜 그래?

 아빠가 조금 겁먹은 듯한 말투로 물었다.

 잠깐 나가서 얘기하자.

 엄마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하마터면 못 들을 수도 있었다. 역시 엄마, 내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이건 몰랐겠지 나는 따라 나가 부부를 쫓았다. 아무도 없는 9시 놀이터였고 나는 숨바꼭질을 할 때면 항상 숨고 항상 잡히던 미끄럼틀 아래로 들어가 숨었다. 아슬아슬했다. 엄마가 돌아봤을 때는 철렁했으니까.

 이혼하자.

 ?

 철렁. 아빠도 아마. 나는 아마 아빠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겠지.

 무슨 일이야?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말해. 고칠게.

 아빠는 나이도 있으면서 젊은 연인들이 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신은 잘하고 있어. 고칠 거 없어.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이런 표정은 처음 봤다 미안한 듯 바닥을 보고 있었다.

 우리 가족 때문이지? 그렇지? 내가 말 할게. 신경 끄라고. 응? 그, 그래 지환이는? 지환이는 어쩌고?

 필사적이었다.

 아니야.

 맞다. 아빠는 그런 용기를 낼 사람이 아니었고 용기를 낸다 해도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칠만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설령 아빠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말을 꺼낸다 해도 화살은 다시 한번 엄마를 겨냥할 것이 분명했다. ‘지가 뭔데 이런걸 시켜. 뻔뻔스럽게. 따위의 말이 다시 한번 나왔겠지.

 아니야, 할 수 있어. 한번 믿어봐. 응? 내가 한다니까? 어머니보고 고치라고 할게.

 전화로는 항상 엄마라고 부르면서 엄마랑 얘기할 때는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

 어머니도 잘하고 있어. 고칠 거 없어.

 ? 그럼 뭐가 문젠데?

 울기 직전이다. 때 쓰는 나 같다. 이제부턴 때 쓰지 말아야지. 용돈도 사실 크게 필요 없잖아? 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오면 돈 쓸 일도 없는데.

 오래 생각한 거야. 미안해. 하지만-.

 엄마가 입을 다무셨다.

 다들 이해가 가. 아들이 이런 사고를 겪었는데 책임이 있는 나를 미워하는 거, 이해가 할 수 있고 견딜 수도 있어.

 근데 왜?

 정말 근데 왜?

 천성이 못돼서 그래. 견디기 싫어.

 정적이 흘렀다.

 지환이…….

 아빠가 말했다. 정적이 계속 흘렀다. 아빠가 훌쩍거리며 팔로 눈을 가렸다.

 내 인생도 있잖아.

 나는 엄마의 아들이었고, 울지 않았다. 많이 섭섭하기는 했다. 이해는 간다만…….

 

 때는 내가 중학교 2학년 이었을 때, 엄마 아빠는 이혼을 했다. 아빠는 항상 우울한 표정을 했고 가족들은 위로하는 표정을 했다. 말투는 제법 통쾌해 보였다. 원조도 확실해 졌고 생활도 나아지는 듯 했다. 엄마 아빠 두 분은 불행해 졌고 아빠의 가족들은 행복해졌다. 다수의 행복. 해피엔딩인가?  엔딩은 무슨, 내 인생 끝난 것도 아닌데. 잠깐 그러고 보니, 엄마, 불행해 졌나? 엄마 인생을 찾으러 갔는데. 나에게 어떤 연락도 없었다. 가끔 아빠가 전화를 거는 것 같았고 친척 모임에선 엄마가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일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이제 내 엄마가 남의 엄마? 이러니 어떻게 엔딩일 수 있나.

 

 고등학교 들어가선 꽤 좋은 생각이 정리 되었다. 모성애에 대한 정의이다. 무엇이 동물과 인간을 구별 지을까? 가끔 엄마가 아들을 살해 했다든지 그 반대 경우든지 뉴스에 뜨면 ‘개만도 못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렇다.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다. 개도 모성애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모성애는 결국 본능 적인 것이다. 동물의 왕국‘인간 극장’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똑. 같. 다. 개 같은 사람’은 욕이 아니다 사람은 원래 개 같은 것이다. 사람은 개 같고, 말 같고, 양 같고, 소 같은. 그런 거다. 모성애에 대한 문제는 이렇게 명쾌하게 끝났다. 제법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무엇이 동물과 인간을 구별 지을까? 이성?

 이성의 아이콘, 나에게는 엄마였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아빠 빼고, 결정을 내리셨다. 인간은 모든 동물 위에 군림하고 있다. 패리스 힐튼 같은 사람도 있지만, 군림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과학적 지식으로 창, 총을 만들었고 카메라를 발명해서 동물의 왕국을 찍었다. 과학적 사고-이성적 사고 비슷한 거겠지. 아이콘, 엄마는 사실 아이돌 같은 것이었다. 사실 나는 엄마를 존경한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이다. 이렇게 말할수록 점점 더 비꼬는 것 같은데 진짜 그렇다. 진짜 비꼰다는 것이 아니라. 멋지지 않나? 쿨하고 시크하고 멋진 선택, 멋진 사람이다. 이성의 아이콘, 인간의 아이콘아닌가. 모성애를 이겨내다니. 개만도 못한 사람’들과 ‘개 같은 사람’들을 제치고 개보다 나은 사람이 되셨으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연락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비꼬는 것이 아니었다. 가끔 보면 사람들이 나보고 말하는 버릇이 안좋다고, 기분 나쁘다고 하는데, 정말 아니다. 비꼬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로켓단’이 더 좋은 것은, 엄마가 불리한 환경에서 싸웠기 때문이었다. ‘로켓단’은 티비를 틀면 나오는데, 엄마는 어디서도 볼 수 없으니까. 많이 본 사람이 정도 가고 인기도 있는 것이 당연하지.

 

 나는 성인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었고, 군인이 되었고, 알바생이 되었다. 어렸을 적 그대로 생각하는데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고, 밤에 술을 먹을 수 있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아무튼.

 연락이 왔다.

 

 이틀 전 이었다. 엄마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병원으로부터 받았다.

 “네?

 “아들분 이시죠?

 “네, 그런데요?

 분명히 나는 아들이 맞지. 남자니까.

 “많이 다치지는 않으셨지만 경미한 골절도 있고 후유증 위험도 있기 때문에 입원을 하셔야 겠어요.

 “아, 네.

 몇 년 만의 전화인가? 비록 엄마가 직접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엄마와 관련된 전화라도 처음이었다.

 “근데 제 번호를 어떻게?

 “네? 단축번호 1번이어서…….

 “아, 네. 알겠습니다. 지금 갈게요.

 당시 엄마는 누워있었다. 마취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가족분 들은 안 들어 오시나요?

 “이혼을 하셔서.

 간호사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요즘은 뭐 창피한 일도 아니고 흔한 일이기 까지 하니까. 그런데 그냥 , 네. 하면 되는 것을 왜 이렇게 자세히 말했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간호사는 실수를 한 듯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수는 내가 했는데, 이런 것도 재미있군. 그녀는 황급히 퇴장했다.

 “죄송합니다. 그럼 전 이만…….

 나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간호사 귀여웠다.

 엄마는 누워있었다. 십년 이 넘어서 병실에서 하는 재외. 눈물을 흘려야 하나. 나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눈물 연기는 어려운 것이니까. 엄마는 조금 늙었다. 지루한 말로,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지난 것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변화만 있을 뿐이었으니까. 관리를 잘하셨다. 엄마 인생, 그럭저럭 잘 운행 중인가보다. 아, 아빠에게 알려야 하나. 안 하는 게 낫겠지. 병실 분위기도 그럭저럭, 좋다. 경미한 상처들이 모여서 그런가 보다.

 근데 왜?

 왜 내가 단축번호 1번이지? 아직까지도? 중학교 입학하면서 휴대폰을 처음 샀을 때, 엄마는 내 번호를 1번에, 아빠를 2번에 저장하셨다. 아빠는 투정을 부리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놀리고.

 1번인 나를 지우기 위해 고민을 했겠지. 그러다 못 수정한 건가? 그 엄마? 그게 아니라면 정말 근데 왜?  엄마는 휴대폰을 받는 용도로만 쓰신다. 시크하시니까. 아마 그래서 수정할 생각을 안 하셨을 것이다. 헤어졌다고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우는 것, 어린 애들이나 하는 짓이니까. 단축번호에 대한 문제는 나름 명쾌하게 풀렸다. 이상.

 

 [따르르릉]

 그리고 오늘 몽정했다. 진짜 기분 좆같네. 병원 갈려고 한 날인데. 진짜 좆같다. 진심.

 알람을 끄고 가만히 시계를 처다보다 출발했다. 아마도 엄마는 깨어나겠지. 왜 찾아가는 거지. 찾아가고 싶다. 병원이 붙잡아 두지 않으면 보지 못할 사람 같으니까. 연락 하나 없다가 병원에 누워있는 약자의 입장에서 나에게 사과하는 것이 보고싶다. 내가

 왜 연락 안 했어요?

 하면

 미안하다……. 면목이 없어서.

 왠지 그럴 것 같다. 그런 분이 아니지만 왠지. 떨린다.

 

 

 엄마는 앉아있었다. 티비를 보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과 다 같이. 스타킹의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엄마가 싫어하는 타입의 방송인데, 어쩔 수 없겠지. 다 같이 보는 거니까. ‘내 취향도 있잖아. 하면서 채널을 돌릴 수는 없었겠지. 뭐라고 불러야 하지. 저기…….? 어떡하지?

 몸은 어떠세요?

 침대 옆으로 가서 물었다. 엄마는 본인치고는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할까? 나는 계속 기다렸다. 엄마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앉아.

 침대 옆에는 간이 의자가 있어 퍽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

 나는 배우가 아니지만, 배우가 될 수 있는 사람이므로 팔로 눈을 가렸다.

 나는 아빠의 아들이기도 했다.

 

 

 중학교 가정 시간에 꽤 유용한 사실을 배웠다. 십 여년이 지났으므로 정확한 기억이라는 자신은 없지만, 자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단백질이 썩어서 고환이 곪는 다는 것은 괴담이었다. 땀과 오줌을 통해서 분출이 된다고 했다. 운동을 가끔씩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면 몽정을 하지 않을 테니까. 짝짓기 대상도 없고, 사실, 동물적인 일 아닌가. 성욕을 해소해야만 한다는 것이. 자신의 성기를 주무르는 것이 얼마나 꼴사나운 일인지……. 나는 도무지 하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운동을 했다. 그러나 또 가끔씩은 몽정을 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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