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8 09:34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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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걱정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사실 진짜 문제가 되는 일은 전달되는 방법부터 다르다. 진짜 큰 지진이나 홍수가 일어나면 그게 뉴스로 나오남? 사이렌이 울린다. 아아, 여러분 지금 큰 지진이 일어납니다! 어서 대피하세요! 이렇게! 급박하게! 왜냐? 생명이 달린 일이니까. 급한 일이니까. 그런데

 

 정리하셔야 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담백하잖아. 정말, 그렇게 당연한, 자연스러운 일 인 건가? 그러니까 나는 당연히

 죽어야 하는 건가?

 

 병원에서 나왔다. 유난히 하늘은 맑았고, 원래 맑았겠지만, 이제 와보니 유난히 맑아 보이고, 그래, 그래……. 날은 따뜻하고 아주 좋은 날이다 시팔……. 아주 굿이야. 이제 뭘 해야 하지. 뭘 해야 하나? 나는 어느새 버스 정류장에 서있었고.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까. 그래, 서있었고. 버스를 탔다. 낮이라 그런지 대부분 나이든 아줌마들, 노인 분들.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걸까? 노인들을 보며 나도 곧 저렇게 되겠구나 걱정하곤 했는데. 개뿔.

 혼자 작은 방에 앉았다. 그래 나는 늘 혼자였어.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려 놀아도, 결국 돌아오면 혼자니까 결국 늘 혼자였던 거지. 둘이 함께 있어도 각자는 혼자인 것이고. 결국 무슨 수를 써도 누구나 영원히 처음부터 쭉 혼자인 거지. 배가 고프다. 밥을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짜장면을 시키기로 한다. 짜장면은 맛있다. 맛있는 게 먹고 싶다. 먹으면 좋을까. 아마 아니겠지.

 내일은 주말이고 이제 다음날엔 출근을 해야 했다. 이제 얼마나 남았나. 일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니까 항상 조심하면서 행동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될까. 그래, 내 생에 마지막, 무엇을 해야 하지? 고향에 내려갈까. 엄마나 아빠나 내가 내려가면 좋아했는데, 아주 산다고 하면 싫어하실까? 그럼 죽는다고 하면 좀 나을까? 그깟 알바 몇 푼이나 준다고 계속해. 근데 방세의 일부를 알바로 내고 있으니까 가긴 가야 하는데. 아직 몸에 별 부담은 안 가는 것 같고.

 짜장면이 왔다. 먹으면서 생각해보자. 얼마 없는 시간이다. 아껴서 써야지. 그런데 짜장면, 너무 맛있다. 다른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맛있다. 단무지랑 먹으니까 그냥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참 좋은 조합이다. 짜장면, 군만두, 단무지. 가장 핵심은 느끼함을 없애주는 단무지인 것 같다. 뭐, 양파가 될 수 도 있겠지만 오늘따라 단무지가 참 달고 맛있다. 짜장면은 맛이 변할 수 있겠지만 단무지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최고의 식사를 마치고

이제 뭐하지.

방바닥에 누웠다. 조금 있으면 평생 누워있을 것이지만, 이렇게 배부를 때 눕지 않는다면 포만감의 만족을 느낄 수 없으니까. 먹고 바로 눕는 것은 몸에 안 좋다고 어디에 선가 들은 것 같은데 연명치료도 선택 사항이라는 내 몸에도 적용할만한 사안인지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 같으니 눕는 거다. 조금 있으면 영원히 누울 것이고 그거 보다 이른 시간에 다시 한번 배가 고파질 것이다. 그래서 언제쯤이었지. 지금부터 6개월 후쯤 이라고 했지. 엄마가, 문제 생기면 연락하고, 했는데.

 왜 그러셨을까. 문제에 대해 내가 잘못된 반응을 보여서 해결하는 것을 어렵게 할 까봐 그런 거였겠지. 그래서 어떻게 해결해 주실까 이 문제를. 알리면 뭐가 나아지는 거지? 내 장례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건가?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시니까 갑자기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슬퍼하실 것이다. 사실을 알리지 않은 나에게 화도 나시겠지. 그러나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좀더 슬퍼하실 것 같다. 나를 사랑하시니까. 차라리 화가 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때는 내 죽음이 내 책임이 되지 않을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뭐하냐?

 아빠다. 상대방은 아빠인데 나는 뭐하고 있지. 그냥 남들처럼 죽어가는데, 비교적 속도가 빠른 편으로.

 그냥 있어요.

 저녁에 약속 있냐?

 아빠는 근처에 일이 있어서 올라왔으니 저녁 때 고기를 먹자고 하셨다. 고기……. 고기도 맛있을 것 같다. 차라리 알바가 있는 날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평소 때라면, 영어 공부라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 생산적인 인생을 살진 않았으나 또 남들 하는 거 대충 따라가고 있기도 했는데, 갑자기 너무 앞질러버렸다.

 웹서핑을 하기위해 컴퓨터를 켰다. 그러나 이제 곧 죽을 사람에게 너무 의미 없는 일 같다. 너무 노골적으로 시간을 때운다는 느낌이 있어. 영화를 볼까. 옛날에 나온 재미있다는 영화는 다 본 것 같은데, 요즘 뭐 하는 게 있나? 옛날에 나온 재미없다는 영화를 볼까? 혹시 아나 지금 보면 재미있을지도. 산책을 해야겠다. 돌아오는 길엔 커피도 한번 사 마셔봐야지. 이렇게 감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는데……. 정말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이 변하는 건가.

 각혈을 몇 번 했었다. 어지러움도 많이 느꼈었고.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약국엔 가기 싫어서 동네 병원에 갔는데, 점점 큰 병원으로 옮겨지더니 결국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화창한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이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끝나고 싶진 않았는데, 그냥 당연하게, 당연하게 살고 싶었다. 내 능력 만큼 일해서 일한 만큼 벌고 버는 데로 쓰면서 그냥 그렇게 하루를 견디던 즐기던 ‘살고 싶었는데. 이걸 바라진 않았는데. 길거리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볼 때마다, 저렇게 불편한데 어딜 다니시나, 나는 저렇게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늙어서 편안하게 죽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가끔 했는데. 가만, 건강하게는 어폐가 있겠지만 거동 불편하지 않을 때 죽는 것은 내가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어느새 동네 한바퀴를 다 돌았다. 잠깐, 이게 동네야? 내 집 주변으로 건물 몇 체 도는 것이 ‘동네 한바퀴일리는 없지 지금까지 나에게 필요했던 산책의 길이가 이정도 였으니 이런 건가. 그런 거였겠지. 이제 나는 변했으니 새로운 한 바퀴가 필요하다. 어디로 갈까? 목적지에 목적이 없더라도 방향을 정하는 데에 필요하니까. 다시 병원에 가고싶다.

 너무 늦게 찾아오셨습니다.

 라니, 내가 어떻게 안다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뭘……. 머리를 새차게 긁었다. 화를 내고 싶은데 받아줄 사람이 없다. 나한테라도 내볼까. 그냥, 배수구에 침을 뱉는 것으로 그만 두었다. 폐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끊었었는데 담배나 피러 가야겠다. 빌어먹을 발암 물질이 담배에만 있는 것은 아닐 태니까. 아마 내 몸에 제일 많지 않을까.

 “…….

 편의점 알바생은 손님을 보고도 인사하지 않았다. 매니저가 없기 때문이지. 나도 해봤다. 편의점 알바. 매장에 혼자 있을 때 그냥 내가 주인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주인 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도 든 적이 있다. 그깟 손님 안 오면 어때? 내가 조금 예의 없게 군다고 까칠하게, 여기 편의점은 오지 말아야겠다! 하면, 손님을 잃은 사장과 가까운 편의점을 잃은 손님의 손해지 나에게 손해가 될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고맙지.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 컵라면이나 먹고 가서 괜히 쓰레기통을 비워야 하는 것보다 몇 배는 좋지.

 바로 담배나 사가면 되는데 괜히 한 바퀴 돌고 싶어졌다. 가끔 사먹었던 고깃집 공기밥보다 비싼 햇반, 누워있는 스윙칩과 서있는 프링글스. 아마 프링글스가 몸에 더 해롭겠지. 많은 물건들이 같은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다. 정말 자세히 보면 다르게 생겼지만, 그냥 봤을 때.

 딸랑!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추리링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프링글스와 맥주를 사 나갔다. 남은 프링글스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도 저렇게 팔려 나갔으면 좋겠다.? 프링글스의 존재 이유는 그거였으니 이런 생각을 하고있지 않을까? 그러다 재수 없으면 술 취한 손님이 쏟아 박살이 나고 그런 거겠지.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각 지역으로 공급되는 프링글스들을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짠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감자부터 시작해야 했나. 담배는 사지 말아야겠다. 사자면 라이터도 없으니 사야 하는데, 집에는 있지만 또 집까지 와서 피는 건 뭔가, 그냥 과자나 사 나가야겠다. 프링글스, 아니 스윙칩……. 결국 생수 한 병을 들고 카운터로 갔다. 집에 가자.

 집에 가서는 다시 누웠다. 두시간만 있으면 약속 시간이다. 그냥 누워있다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시계를 보고 있었는데 초침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저렇게 빨리 움직였나. 작은 전지인데 생각보다 힘이 좋구나. 크고 힘이 좋은 것들이 항상 부러웠는데.

 !

 혼자서 웃어버렸다.

 

 집에서도 그랬듯 조용한 식사시간이다. 머리 처박고 치열하게 먹는 것도 아닌데 아빠와의 식사는 항상 정적으로 시작했다.

 요즘 뭐하고 지내냐.

 그러다가 정적이 낫겠다 싶은 아버지의 말이 시작되곤 했지.

 , 그냥 알바하고, 이력서 넣고…….

 혼자 해보겠다고 자취하는 건 좋은데 좀 치열하게 해봐.

 지글지글 고기는 맛있게 구워지고 있다. 타지 않게 조심조심……. 검게 돼버리면 맛이 없어지니까.

 너는 뭐가 하고 싶은 거냐?

 ? 그야 당연히 취직하고 싶죠.

 그러니까 무슨 일?

 전공 살리는 쪽이 좋겠죠.

 그럼 월급을 좀 더 받을 테니까.

 그럼 딱 좋겠어?

 더 이상 뭘 바라겠어요. 아무 대답하지않고 공기를 쳐다봤다. 어떤 대답도 만족시키지 않을 것이니까. 내가 뭔가 열의에 찬 말을 꾸며서 말한다 해도 그럼 지금까지 뭐했느냐는 질문이 돌아올 테니까. 질문? 하는 사람을 궁금한 게 없고 듣는 사람에겐 답이 없는 것이 질문인가?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문제? 문제는 나지. 감탄사, 감탄사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아버지가 내 잔을 채워주시는 것으로 식사가 재게 되었다. 안 좋은 고기를 써서 그런가 상추와 파 무침에 손이 더 많이 갔다. 소주는 또 왜 이렇게 쓴지…….

 눈에 힘이 없다, 항상.

 아버지가 말했다. 말을 이으실 것 같아서 조용히 기다렸다.

 너는 꿈이 뭐냐?

 작은 공장을 하시는 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감탄사 인가? 아버지는 나의 눈을 보고 있다. 나는 실수로 그것을 봐버렸다. 계속 밥 공기나 보고 있을 것을.

 나의 꿈.

 어렸을 때는 분명 뭔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너무 시시하게 돼버려서 그 꿈을 잃어버렸다. 평소에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였는데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꿈꾸던 그 모습이 시시하게 돼버린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다 별거 아니지 않아? 정말 다 별거 아닌가?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정말 부러워하는 애들이 있는데. 그럼 내가 시시한걸 부러워하고 있는 거였나? 그 친구들이 그들 각자의 꿈을 이룬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모르겠다. 관심도 없고.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나는 가망이 없다. 지금 내 꿈은 무엇인가.

 아버지는 계속해서 내 눈을 보다 조용히 고기를 집으셨다. 나도 한 점 먹었다. 쌈을 싸는 동작을 하면 너무 먹는 것에 집중해 보일 테니 그냥 한 점 먹었는데 기름지고 느끼하다. 한번도 생각 안 해본 건데, 이렇게 기름지고 느끼한 고기,

단무지랑 같이 먹으면 어떨까?

 단무지가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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