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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기사는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젊은 기사는 완전히 고꾸라졌다. 순수 실력을 보고 유망한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가벼운 면 옷과 목검으로 진행됐던 경기는 가장 유망했던 기사가 다시 한번 패배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다시 한번 관중은 환호하고, 노기사는 한숨을 쉬고, 황제는 얼이 빠지고……

 우승자는 올라와서 황제에게 자신을 소개하라……”

 한숨을 다 쉰 그가 완전 힘이 빠진 얼굴로 그녀를 불러냈다. 공주를 구출하겠다는 전 국민의 염원이 갸냘픈 여성에게 달렸다니……. 전통적으로 기사가 부대를 지휘하기 때문에 대회의 이름도 지휘기사선발 대회였다. 전통을 깨야 할 때가 오고야 말았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단 듯, 평온한 모습을 하고있었다. 상처하나 없는 그녀의 희고 고운 얼굴은 단상에 올라가 햇빛을 받으니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공주를 구하러 가는 아름다운 기사.

 안녕하십니까 폐하. 세디에서 온 라루테라고 합니다.

 그녀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예쁜 외모와는 상반되는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방금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위엄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대를……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사로……. 인정하노라.

 황제가 일어나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전까지의 당혹감은 모두 어느새 사라지고 오직 절망만이 남은 표정이었다.

 따라오게.

 황제 뒤에 서있던 노기사가 성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성은 천장이 높은 건물이었다. 창문 하나 없는 복도는 다섯 걸음마다 양초로 밝혀져 있었다. 그렇게 수십 분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하자 강철 문이 나왔다. 수많은 자물쇠들로 잠겨있었다. 자물쇠는 밖에서는 본적도 없는 두께에다 열쇠도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노기사는 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자물쇠를 열기 시작했다. 자물쇠 하나에 열쇠하나가 각각 맞아 들었다. 그렇게 들어간 방은 넓은 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좁은 크기의 초라한 방이었다. 창문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습했다.

“군사 회의를 하는 곳이지. 앉게.

노기사가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밖에서 가져왔던 자물쇠를 안에서 채웠다. 채우는 데에도 열쇠가 필요했기에 수 십분이 흘러서야 기사도 맞은편에 앉을 수가 있었다.

“말해보게. 정체가 뭔가?

노기사의 눈은 의심으로 가득 차서 그녀를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세디에서 온 라루테라고 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자네의 검술은…… 엄청난 세월이 담겨있어. 나를 능가하는 연륜이 느껴진단 말야……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집중적으로 연습을 한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전투를 통한 경험으로만, 수 많은 전투를 통한 경험이 있어야만 그런 전투를 할 수가 있지. 솔직히 말하게 정체가 뭔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뇨? 저는 해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우승을 무효로 할거네.

그는 단호했다.

“저가 말하면 믿어 주실 겁니까?

드디어 그녀의 표정이 조금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거야 들어봐야겠지.

“저는 환생했습니다.

그녀가 이 말을 하자 노기사는 한쪽 눈을 약간 찡그렸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먹은 그였다. 그가 보기에 그녀의 실력에는 현실성의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를 설명 하는 데에는 어떤 마법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그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요소가 마법이 아니라 환생이라는 점에서 그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땅땅땅.

그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가고 싶은데.

황제의 목소리였다. 노기사는 바로 일어나 자물쇠를 풀기 시작했다. 그가 들어오고 기사는 다시 자물쇠를 채웠다. 그러는 동안 황제가 물었다.

“늦었나?

황제가 좁은 테이블의 오른쪽 면을 차지하며 말했다.

“아뇨. 막 시작하던 참입니다.

 기사가 자물쇠를 채우며 말했다.

“저는 네파리위의 환생입니다.

 그녀가 담담히 말했다. 약 5분간 정적이 흐르고 오직 자물쇠 소리만 나고 있었다. 환생이라면 전설에만 있는 사건.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농담으로 할 말이지만, 또 네파리위의 환생은 현실에서 많이 쓰는 문구이기도 하지만, 여자가 인간 최고의 기사가 된 지금의 상황도 상황인지라 황제와 기사는 혼란에 빠졌다.

“페르, 500년 전 인물인가?

황제가 자물쇠를 채우고 있는 기사를 보며 말했다.

“기록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기사가 답했다.

500년 동안 환생을 계속 해왔다는 말인가? 몸이 근질거려서 어떻게 참았을까? 페르, 어떻게 생각하나?

황제가 물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기록에 따르면 네파리위는 대단한 기사입니다. 유일하게 마계를 갔다 온 인물 이었죠.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검사이자 사령관이었습니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자가 네파리위의 환생이 맞는 것 같냐는 말이네만. 하긴, 그걸 자네에게 묻는 것은 넌센스겠군. 당황스러운 것은 서로 마찬가지니까. 그럼 본인의 말을 들어볼까? 기사님, 500년 동안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황제가 비꼬며 말했다.

“믿기 힘드시겠죠. 저도 믿기 힘듭니다. 500년 전 죽은 후의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어느새 태어나 있더군요.

그녀는 역시 담담했다.

“지금이 첫 환생이신 거군요.

황제가 나지막히 말했다.

“폐하, 불편합니다. 편하게 대해 주십쇼.

“인생 대 선배님이 그러시라면 그래야지.

황제가 비꼬며 말했다.

“저는 공주님을 구하고 싶습니다. 감히 아뢰옵기는, 공주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기사님이 잘 지휘하셔서 잘 구출해주시길 바랍니다, 바란다. 마계에도 갔다 오셨다니깐, 왔다고 하니까……”

공주가 납치당한 이후 계속해서 피로했던 황제는 계속해서 비꼬는 투로 말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정신이 나간 탓이었을 것이다.

“폐하, 이자가 정말 네파리위의 환생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물쇠를 다 채운 노기사가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어떻게?

노기사는 황제와 논란의 기사가 앉아있는 작은 나무 책상을 지나 방의 가장 구석으로 갔다. 그 곳에는 강철로 만든 작은 상자가 있었는데, 4면에 모두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기사는 그 상자에 열쇠를 대고 강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열쇠의 일부분은 상자와의 마찰로 가라졌고, 그 가루가 빛나기 시작하더니 상자에 새겨져 있던 문양에 붙기 시작했다. 빛이 사라지자 상자는 열렸다. 벽이 아주 두꺼운 상자였다. 그 안에는 손바닥 만한 책이 있었다.

“무엇인가?

황제가 물었다.

“저가 알고있는 한 유일한 마계에 대한 글입니다.

기사가 답했다.

“마법사 라디미르를 아시는 지요.

기사가 말을 이었다.

“마법의 시초 아닌가.

황제가 답했다.

“그도 마계에 갔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말이죠. 네파리위의 마계에 대한 기록은 모두 소실 되었다고 기록이 되었지만, 라디미르의 기록은 어떤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고 이 상자에만 독자적으로 존재하죠.

기사가 책을 가지고 책상에 자리하며 말했다.

“믿을만한 기록인가?

황제가 물었다.

“유일한 기록이죠. 이 기록이 틀렸다고 주장한다면 별 수 없지만, 일단 확인 하려면 이 방법 말고는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기사가 책을 뒤지며 말했다.

 라루테…… 라루테라고 불러도 되겠나?

 기사는 환생이 사실이라면 대화 상대는 대 선배가 되기 때문에, 엄격한 기사의 규율을 의식하며 호칭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이름은 라루테 입니다. 부모님이 그렇게 지어주셨죠.

 그럼 라루테, 시작하겠네. 우리도 확인을 해야 하니까 너무 불쾌해 하진 말아주게. 그만큼 중요한 일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니 이해해 줄 것이라 믿네. 마계에선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알고 있나?

 기사가 책을 뒤져보며 말했다.

“마계나 인간계나 쓰는 언어는 같습니다. 언어는 하나니까요.

“마왕을 수호하는 악마의 수를 알고 있나?

12. 라고 알고있습니다. 이라고 해야 할지 ‘마리’라고 해야 할지 헛갈리는군요.

 기사는 대답을 듣고 한참 책을 읽었다. 1시간 정도 흘러 다시 입을 열었다.

“나머지 내용은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이라 묻기가 어렵군. 마법에 관련된 것들이라 말이지…… 그래도 내가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마계로 가는 법은 알고 있나?

기사가 물었다.

“잠깐, 지금까지 물었던 것들이 모두 맞았나?

황제가 물었다.

“일치합니다.

기사가 답했다. 황제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최고의 기사라 불리는 역사적 위인, 영웅이 왜소한 체구의, 여자치고는 큰 편이지만, 여자로 환생했다는 믿기 힘든 상황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자가 그 책을 미리 읽었을 가능성은 없나?

황제가 반신반의 하며 물었다. 이렇게 확인까지 하니 황제도 어느정도 믿음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저도 처음 읽는 책입니다. 이 상자와 책에 걸린 마법은 이 책을 항상 처음 읽은 것으로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이 책을 다시 상자에 넣고 상자를 봉하면 책의 내용에 관한 기억만 사라진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라디미르가 마계에 갔다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안했다고 하죠.

기사가 말했다.

“그런 마법이 있었나?

황제가 물었다.

기사는 책을 덮고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상자를 닫자 홰손 되었던 열쇠는 정상이 되고 방안 일동은 마법에 걸린 듯, 10초 정도 멍한 상태가 되었다.

“사실이군……내용을 적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걸.

황제가 중얼거렸다.

“알고있나?

기사가 그녀를 보고 말했다.

“알고있습니다.

그녀가 답했다.

“알려주게.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장난하는 것인가?

황제가 약간 화가 난 듯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 방법 자체가 어떤 주문 같은 것입니다. 입으로 발설하는 순간 마계로 전달이 되고 저의 존재를 들키게 됩니다. 돌려 설명 드리고 싶지만 이미 제 머리 속에서 그 방법을 떠올리면, 제 설명이 마계로 가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들면, 주문의 효과를 띄게 됩니다.

그녀가 정중히 말했다.

“그래, 비슷한 마법을 들은 적이 있어. 그런데……”

황제가 말했다.

“혼란스럽군. 그렇다면 페르, 이자는 환생한 것이 맞는 것 같나? 군대의 지위를 맡겨야 하는 것일까?

“아무레도 마계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지휘를 하는 것이 좋겠죠.

기사가 답했다.

“답답하구만……이제 이자가 틀려도 지적해줄 사람이 없어. 마계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리고 역시 호칭이 애매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니 많이 불편한걸.

황제가 말했다.

“저는 어립니다. 몸이 어리니 생각도 어려지더군요. 제 나이에 맞게 대해주십시오.

 그가 말했다.

“폐하. 그럼 지휘권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그래야겠지.

“라루테, 지휘권은 오늘 중으로 넘기겠네. 사정이 그렇다면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인가?

기사가 그녀를 보고 물었다.

“다음달을 출정일로 하고 오늘부터는 부대 편성을 하고 싶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최고 정예부대가 이미 편성되어있다.

황제가 말했다.

“그럼 거기서 가장 강한 마법사 한 명만 부대에 넣도록 하죠.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기사가 당황하며 말했다. 평소와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의견을 제시한 기사에게 면박을 줬겠지만 현재 가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는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잠자코 있었다.

“마계로 가는 길은 아주 험합니다. 멀기도 하구요. 대군을 움직이기에 좋지 않죠. 그리고 전투가 일어나는 곳은 마계입니다. 아마 지겠죠. 저는 공주님을 구출하기 위해 지휘기사를 지원했지 마계를 정복하기 위해 지원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황제가 물었다.

말씀 드릴 수 있는 계획은 전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서 젊은 여자가 성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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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3.31 16:16

     이번 화로 확실해졌네요. 앞으로 기대하면서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ㅎㅎ


     환생한 기사, 마계를 향한 모험. 일본 작가가 쓴 판타지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관같지만, 환생이라던지 묘하게 동양적인 분위기가 흘러서요. 의외로 한국 작가 유명 판타지 가운데선 유사한 느낌을 받기가 힘들더군요. 사람들 사고 방식이 더 서구적이어선지;;


     어쨌거나 기대되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판타지가 될 거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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