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Secret 후일담.

by 윤주[尹主] posted Jun 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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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는 윤주 무덤 곁에서 눈을 떴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햇볕이 기분 좋게 따스한 날이었다. 쏟아져 내리는 햇빛에 눈을 비비며 소녀는 윗몸을 일으켰다. 한적한 시골 마을 정경이 그녀 발치 아래 펼쳐져 있었다. 산자락을 따라 흘러내리듯 늘어선 예닐곱 채 집들, 산발치를 감아 흐르는 시내와 그 좌우로 펼쳐진 논밭들까지 소녀에게는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어째서 자기가 이런 데 누워 있었던 걸까. 그보다 대체 누굴까, 나는. 귀여운 얼굴을 찡그리며 소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소녀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더듬었다. 두 눈으로부터 시작해 코를, 붉은 뺨을 거쳐 입술을, 그리고 다시 뺨에서부터 두 귀를 향해. 어째선지 소녀에겐 지금 제 얼굴조차 낯설게만 느껴졌다. 딱 하나 어째선지 기억하는 게 있었다. 자신이 무언가 크게 빚지고 있단 애매모호한 것이긴 했지만.

 온 몸을 휘감은 새하얀 천을 끌어안고 소녀는 일어섰다. 불어오는 산바람이 선선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쾌청했다. 맨발로 밟는 흙은 기분 좋게 보드라웠다. 마치 이 커다란 산이 무덤에서 태어난 이 소녀를 온몸으로 받아주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미 이 산의 자녀였다. 영유산 자락을 거쳐 간 다른 모든 이가 그랬듯. 잔뜩 상처입고 지친 끝에 여기 이를 다른 이들이 그렇듯.

 마치 엄마 품을 훑는 아이처럼 소녀는 천천히 수풀 속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 어깨 죽지로부터 검은 안개 같은 무언가가 천천히 피어올라 허공 속에 흩어져 사라졌다. 어쩐지 조금은 홀가분해진 것 같아 소녀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배는 더 이상 아파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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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처 챙기지 못한, <시크릿>의 결말입니다. 지난 번 올렸던 에필로그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부분이에요;

 이걸로 <시크릿>은 정말 완결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뜯어고치는 중이지만요...특히 초반부는 거의 새로운 글이 되다시피했네요. 그래봐야 전체 내용은 지금과 비슷해서, 퇴고한 판본이 연재될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요즘엔 새 글을 쓸지 고민중에 있습니다. 예전 썼던 글 중 미완된 걸 가지고, 아예 플롯부터 다시 짜서 쓸까 생각중입니다. <시크릿>보단 짧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일 쓰게 된다면 조금 특별한 방법을 써볼까 해요. 요즘 개인적인 사정이 썩 좋지 않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럼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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