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드라실! 1화

by 윤주[尹主] posted Apr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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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그드라실!>


 앞으로 100일, 수학능력시험을 볼 때까지 남은 일수.


 수능 하나만 생각하고 있기에도 벅차 머리가 지끈댈 참인데, 저 과대망상에 걸린 수다쟁이 여자는 남 속도 모르고 자꾸 신경쓰이는 얘기만 해댄다.


 "얘, 얼마 안 남았대도? 이대로 보고만 있을 셈이야?"

 "저기요. 잠깐만이라도 좀 조용히 해줄 수 없어요?"


 고개 돌려 보지도 않고 내가 차갑게 대꾸하자, 과연 그녀도 분위기를 알아챈 건지 잠시 동안 말을 끊었다. 다시 문제에 집중하게 되자 여지껏 풀리지 않던 문제 두 개에서 해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쉬지도 않고 떠들어대는 그 여자만 아니었더라도 진작 문제 위에 제시된 비문학 지문에서 원하는 단서를 발견해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다음에 제시된 주제 찾기 문제를 해결하고 곧바로 다음 지문으로 넘어가 눈으로 훑던 중, 여자는 다시금 내게 말을 걸었다.


 "그 문제 말고 이쪽 문제에도 좀 집중해 주면 어때? 심각한 거거든? 네가 보기엔 어떤지 몰라도."

 "고3한테 수능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다구요."


 냉정하게 상대했더니 개그로 받아쳐낸다.


 "흑, 난 너를 그런 녀석으로 키우지 않았어."

 "당신한테 키워진 적도 없거든요!"

 "너무해! 길러준 은혜따위 잊어도 된단 거야?"

 "당신이 내게 뭔대! 부모냐! 편모가정의 맏누님이냐! 어딘가 시설의 인심좋은 아주머니냐!"

 "훗, 그렇고말고. 나야말로 그 모든 것들의 근원, 그들 그 자체, 세계수의 여신 이그드라실이로다. 깔깔깔깔~."

 "냉정하게 보이는 대로 평가하자면 초딩 이하 꼬꼬마지만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슉,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내 턱밑으로 자그만 대포알같은 주먹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꽂혔다. 앞에 펼쳐놓았던 모의고사 시험지가 책상과 함께 눈앞에서 뱅그르르 돈다. 아니다, 뱅그르르 도는 건 책상이 아니라 나인 성싶다.


 "보이는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됨됨이야!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란 말야!"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 발 좀 내려놓으시지 그래요? 지금 제 가슴팍을 무참히 짓누르고 있는 이거 말예요."


 시끄러워, 라면서 그녀는, 방바닥에 쓰러진 나를 향해 한번 더 발길질했다. 부질없이 버둥거려보았지만 그녀가 내 왼편 옆구리에 제 발을 꽂아넣는 것은 끝내 막을 수 없었다.

 옆구리를 부여잡고 지렁이마냥 온 몸을 뒤틀며 방바닥을 구르는 내게 자칭 이그드라실이란 여자는 눈도 꿈쩍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깟 시험 따위 몇 번이라도 보면 되잖아!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그래!"

 "몇 번씩이나 보면 안 된다고요!"

 "세상이 멸망해버리면 그 시험, 볼 수나 있을 거 같아?"

 "그건 당신 상상속 얘기잖아요."

 "아냐!"


 이그드라실은 얼굴을 바짝 붙여 내 면상에 대고 빽 소리를 질렀다. 지금 내 얼굴에 뭔가 잔뜩 튀어 축축하다고 느끼는 건 단순히 기분 탓이겠지?

 삼지창 모양으로 펼친 자기 손가락을 내 눈앞에 들이밀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삼 일. 그 전에 세계를 구하지 못하면 끝이야. 믿기 싫으면 관두던가. 어차피 그렇게 되면 지금 네가 하는 공부도 전부 헛수고가 될 테니."

 "믿든 안믿든 전 못해요. 알잖아요? 저 평범한 애라고요. 왜 하필 저한테 이런 얘길 하는 거죠? 그런 얘기 들어봐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책임져야 할 거 아냐! 남자니까."


 서론 본론 부연 설명 죄다 빼고 딱 잘라 결론만 얘기한 탓에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러니까, 네가 날 부른 거잖아? 나에 대해 아는 건 너 하나뿐이다 이 말이지."


 그렇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건, 그녀는 내가 불러내 나타났다. 그녀를 볼 수 있는 건 나뿐이고, 그녀와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나뿐이다. 최소한 지금으로선 말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녀에 대해서 아는 건 거의 없다. 이그드라실이라는 이름도, 그녀가 그렇게 말해줬기에 아는 거지 실제 이름인지는 알지 못한다. 애당초 이 여자가 정말 나 때문에 현신한 여신인지, 혹은 악마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정신나간 꼬맹이에 불과한 것인지도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그녀를 만난 건 불과 이틀 전이었고, 그 만남 역시 너무나도 갑작스럽기만 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내가 이그드라실이란 이상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나. 그것을 설명하려면 약 100여일 전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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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입니다. 오랜만입니다.
 현황 알려 드립니다. 백수입니다. 끝.

 변변치 못한게 부끄러운 데다, 올해 초 이사도 하는 바람에 수 달 동안 접속이 없었습니다. 물론 글도 한 편도 쓰지 않았습니다. 자소서 빼고는요.
 자격증 공부나 하고 인터넷 서핑이나 하면서 시간 보냈습니다. 원서를 넣고 입사 지원도 해봤습니다. 취미라도 희생하면 보상받을수 있을까 해서요. 노력이 부족했던 고로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애꿎은 사람만 폐인이 되버렸습니다. 글 한줄 쓰는 것도 힘들게 되어버렸습니다.

 애당초 희생을 하지 말던가 희생한만큼 더 열심히 해볼걸 후회가 됩니다.
 아무튼, 지금도 취업지원중입니다. 6월 전에는 취업하려고 하네요. 회계 쪽으로 지원하려는데, 그쪽은 어느 회사에서건 바쁜 곳 같더라고요.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틈틈히 이 글도 계속 올려보렵니다. 하루 온종일 취업 사이트 뒤지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쓰면 오히려 웹서핑하는 것보다 마음이 정돈되는 거 같네요^^;

 아무튼 다른 분들께는 그저 건투를 빕니다. 좋은 소식 갖고 오려고 했었는데 면목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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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