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9 21:22

발큐리아! 15화

조회 수 465 추천 수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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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것, 마음에 드는 것은 곁에 두고 간직하고 싶어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은 동생이 귀찮고 짜증난다고 해. 난 그런 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내 동생은, 호진이는 저렇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어렸을 땐 '누나, 누나'하면서 졸래졸래 따라다니는 게 귀여웠어. 방긋방긋 웃는 얼굴, '호진아' 부를 때 고개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멀뚱멀뚱한 얼굴, 내가 무언가 할 때 곁에 와서 쳐다보는 호기심어린 얼굴. 그게 전부 다 좋았어. 심지어 화내는 얼굴, 짜증내는 얼굴, 우는 얼굴마저도 모두 그랬어. 일부러 발을 걸어 넘어뜨려본 적도 있었고, 잠자는 호진이 볼살을 엄마 몰래 꼬집어본 적도 있었어. 엉엉 우는 걸 품 안에 안고 토닥토닥 달래줄 때 혹시나 애가 눈치라도 채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어.


 학교가 아니었으면 아마 평생 단 한시도 그렇게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살 수 있었을 거야. 그렇다고 딱히 호진이와 사이가 멀어질까봐 걱정하진 않았어. 애들을 통해 학교에서 호진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전부 전해듣고 손을 쓸 수 있었으니까. 멋모르고 우리 호진이에게 달라붙는 년들은 전부 일찌감치 손을 봐서 떨어뜨려놨어. 딱 한 명, 그래 너만을 빼놓고는.


 네가 아니었으면, 호진인 내게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을 거야. 너만 아니었으면, 지금까지처럼 계속 호진이는 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을 거라고.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네가 끈질기게 달라붙으니깐, 네가 끊임없이 참견해대니깐 호진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된 거라고!






 "...이제껏 말한 건 하나도 새겨듣지 않았나 보구나."


 혜미의 말이 끝나자, 여신이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얘기하지 않았더냐? 저 호진이가 이상해진 건 그제 저녁, 집을 나갔을 때부터다. 저 애가 여기 순정일 만난 건 그 다음 일이란 말이다. 순정이보다 앞서 누군가 부추긴 게 분명하지 않느냐?"

 "그래서? 저 기집애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단 말야? 쓸데없이 말을 건 게 누군데? 쓸데없이 참견한 건 또 누군데? 쟤만 아니었어도 호진이는 이상하게 되지 않았어. 쟤만 아니었다면, 호진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나 이외엔 없었을 거라고!"

 "저 애가, 호진이가 너만 의지하고 네 말만 들었더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거다, 이런 것이냐?"

 "사실이 그렇잖아! 너희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 문제 없었는걸!"


 그 이상은 도저히 참아줄 수 없었다. 혜미 년이 멋대로 떠들어대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솔직히, 혐오스럽다 못해 구역질이 난다.


 "웃기지 마, 시발년아!"

 "뭐, 뭐라고?"

 "X까지 말라고, 시방새야. 호진이가 네 시다냐? 하인이냐? 미친 새끼가 지랄하고 자빠졌네. 저 새끼가 왜 네 말만 들어야 되는데? 지 대가리가 없어서? 빙신 쪼다라? 염병을 해라, 거지 발싸개 같은 게 어디서."

 "너, 너...."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해, 빙신 새꺄! 언어장애냐? 어디서 개 X만한 년이 나와서 설쳐? 야, 쟤가 네 뭔데? 동생이란 거 빼면 남남 아냐? 쟤가 무슨 해바라기라고 해 움직이면 고개 돌아가듯이 네 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녀야 되는데? 지 생각, 지 맘대로 사는 거지, 무슨,"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나는 진짜로 호진일 사랑으로,"

 "그럼 묻겠는데, 그게 정말 사랑이긴 한 건가?"


 나 대신 여신이 혜미를 향해 물었다. 혜미가 답할 말을 찾기 위해 잠시 침묵하는 사이, 여신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못 미더워서 곁에만 두고 지켜보는 게 사랑인가? 자기 맘대로 했다간 내게서 떨어져 나갈 거 같아 억지로 붙들어 놓는 게 사랑인가? 그런 게 사랑이라면, 난 솔직히 별로 사랑이란 걸 좋아할 수 없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처음 만난 연인이라면 '사랑합니다'란 말이 가장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말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이라면, '사랑한다'란 말을 그다지 잘 하지 않게 된다. 부끄러움 때문에, 혹은 너무 자주 입에 올려 그 말 자체가 구태의연한 것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난 오랫동안 보아 왔기에 잘 알고 있다."


 말을 마친 여신은, 이번엔 내 쪽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보아라. 네 어머니는, 너에게 뭐라고 말했었느냐? 사랑한다, 란 말 대신 분명 무언가 말하지 않았느냐?"


 '사랑한다'라고 엄마가 말하는 걸 듣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엄마는 다른 말을 종종 입에 올렸다. 언제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다른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그 말만 했었다. 어쩌면 퇴학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바로 어제만 해도 그랬다.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얘기는 여기까지만 해두자."


 호진을 바라본 여신이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호진을 감싸던 하얀 불길이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했다. 불길이 닿는 자리가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해 버리는 걸 보며 우리는 호진이와 거리를 벌렸다. 여신이 나와 혜미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알겠느냐? 호진이를 둘러싼 불길은 절망이다. 저기에 닿으면 모든 게 쓸모없게 되어 버린다."

 "쓸모없어 진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산 것은 생명력을 잃고, 생물이 아닌 건 원래 용도대로 쓰일 수 없게 되어버린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감정의 불씨를 불러일으킨대도 저것에 닿으면 대번에 사그라들어 버릴 것이다. 저런 게 온세상에 번지면, 세계를 확실히 멸망해 버린다."

 "그런 걸 어떻게 막으라고!"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너희 중 누군가는 그 해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무책임한 소리 하지 마, 이런 때에!"

 "무책임한 소리가 아냐. 문제에 대한 해답은 누구나 갖고 있는 법이다. 다만 제대로 된 질문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말을 잇기 전, 여신은 몸을 돌려 우리를 보았다. 하얀 불꽃을 등지고 선 채 그녀는 나와 혜미를 한 명씩 한 명씩 눈을 맞췄다. 다시 여신이 입을 열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적어도 내겐 이제껏 몇 번씩이나 그녀에게 들었던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너희가 하고 싶은 건 과연 무어냐? 세계를 구하고 싶은 것이냐? 저 애를 구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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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화 내로 완결 내겠습니다.
 최소한 다음 주까진 결말이 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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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6.10 07:50
    순정의 지금 상황이면 혜미를 호진에게 밀어서 죽게 만들고 싶을지도??
    근데 호진을 그렇게 만든 건 과연 뭘까요?
  • profile
    윤주[尹主] 2012.06.10 17:36
    다음 화에선 나오지 않습니다만, 다다음 화에선 아마 알 수 있으실 거에요^^;
  • profile
    욀슨 2012.06.10 09:53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이렇게 되어서도 저 누나가 애를 쉽게 놓아줄 것 같지도 않고...
  • profile
    윤주[尹主] 2012.06.10 17:50
    납득이 되게 쓰여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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