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3 17:48

현실과 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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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좁은 내 집, 내 마루다. 생생하다. 온 몸이 저리던 그 감각…….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다. 뭐지? 하나 분명한 것은, 반복되는 꿈은 아닐 것이란 것. 깨어났을 때 이렇게 생생히 기억 나는 것이 반복돼 왔을 리가 없다.
 다시 온 몸의 감각이 무뎌진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지금 시간은 11시. 부모님은 마감이 있으니 더 기다려야 올 것이다. 그러나 두 분이 오신다고 내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다. 뭔가 머리는 복잡한데 점점 멍해진다. 바보같이. 그래!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일단 대충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 출출하진 않았지만 달리 할 일도 없지 않는가? 밥은 챙겨 먹어야지.
 컴퓨터를 키고 게임을 시작했다. 모두 졌다. 나와 같은 팀이었던 놈들은 나와 나의 부모님에게 상상도 못할 욕설을 뱉어냈다. 핵심 내용은 ‘제정신이냐.’. 확실히 나는 제정신이 아니다.
 게임을 하면서도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난 무엇을 해야 하지?
 “제신아! 엄마 왔다! 아직 안자고 있었네? 빨리 자야지?”
 엄마가 오셨나 보다. 지금 시간은 새벽 한 시 반.
 “제신아 여태 안자고 뭐하니? 기다렸어?”
 아빠가 오셨다. 지금 시간은 새벽 네 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별 것도 안 했는데’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약 세시간이 흘렀다. 아직 깜깜한 새벽. 세수를 해야겠다. 세수를 하고 다시 한번 푹 자보자. 가만, 잔다면 다시 그 곳으로 가는 건가? 목숨을 걸고 뜀박질하는 그 곳? 이거 미치겠구만!
 세수를 하고 내 방에 들어왔다. 블라인드를 쳐봤는데,
 해가 떠있었다.
 “제신아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여태 안 잔 거야?”
 “아, 네! 아뇨, 잤어요. 금방 옷 입고 나갈게요.”
 혼신의 힘을 다해 내가 답했다.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아니, 정신은 정말 멀쩡히 있는데,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 땀이 날 뻔했다. 이 짧은 문장을 말하는데. 나는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어느새 밥알을 씹고 있었고 어느새 종례가 끝나있었다.
 “야 김제신, 어디 아파?”
 집에 가는 길, 운동장 을 가로지르는 중에 진우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 잠을 못자서.”
 교문을 나설 때쯤 내가 대답했다.
 내가 버스를 탔었나? 아침조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새 내 집 현관 앞에 서있었다. 졸리다.


 “오, 이제 깨어났구나.”
 “잠들었는데요.”
 그가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주위를 둘러보고 안심했는지 다시 잘 채비를 하듯 눈을 감았다.
 “여기가 어디죠?”
 “숲 관리인들이 사는 숙소야. 응급처치는 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마을로 내려 가야 해.”
 ‘멀쩡한 것 같은데?’
 “회복력이 굉장히 빠르군. 하루 만에 멍들이 다 없어진 거 알아? 여기 사람들 말로는 골절도 있다고 하던데.”
 “괜찮은데요?”
 “신기하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돕고 살아야지.”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소년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었다. 꿈속으로 돌아가다니. 같은 꿈으로 말이다. 어찌 된 일인가? 중년의 남자는 잔잔한 미소를 짓고 여유 있게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꼭 아들을 보는 듯이 말이다.
 “저기, 궁금한게 있는데요.”
 “말해봐.”
 “여기가 어디라고요?”
 소년의 어수룩한 모습 때문인지 그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자고 일어나니 이곳 이었지? 원래 사는 곳이 어딘가?”
 이제야 원하는 방향의 대답을 들은 소년은 왠지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요.”
 “오, 한국인! 고등학생인가?”
 “네. 이제 고2.”
 그는 말끝을 흐렸다.
 “그럼 힘들겠구만.”
 “네?”
 “고등학교는 힘들지 않아?”
 “아, 네.”
 그에게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곤 고개를 숙여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수 분이 흐른 후에 말을 조용히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나도 두어 달 전에 여기에 왔기 때문에 자세한건 잘 몰라. 듣기로는 요즘 들어 우리같이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하더라고.”
 ‘자세하게는 모른다는 건가.’
 “저는 왜 공격 당한 거죠?”
 “인간은 그들의 적인 데다가 우리는 강하거든. 나도 꿈 아닌 곳에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지만 여기선 다르더만. 그리고 처음 소환될 때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거든? 그걸로 널 찾아냈겠지. 이곳에 처음 나타난 사람들은 거의 그렇게 죽는데. 운 좋게 마을 안에서 소환된 나 같은 사람들은 사는 거고. 그러고 보니 넌 참 운이 좋구나!”
 소년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대꾸를 못하고 있었다.
 “황당하겠지만, 사실이야. 또 궁금한건?”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여기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몰라. 죽어봤어야지. 설령 죽어봤다 해도 너에게 알려주긴 힘들 것 같다. 그렇지?”
 “아니다……. 잘하면 알려줄 수도 있겠구나.”
 그는 학생의 사는 곳을 물어본 뒤 시간 약속을 잡았다. 만나자는 것이었다.
 “크크크, 만나면 재미있겠군.”
 “네? 왜요?”
 “좀비 둘이서 졸고있을 테니까.”
 “아, 아저씨도 그럼?”
 “실생활이 불가능해.”
 학생인 그야 그냥 조는 것이지만 아저씨는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 묻고 싶었으나 어쩐지 실례가 될 것 같아 참기로 했다.
 ‘백수이거나 병원에 있겠지.’
 “여기선 뭘 해야 하죠?”
 “괴물 소탕! 우리가 나타나면서 괴물도 나타나기 시작했대. 우린 강하니까, 돕고 살아야지.”
 “위험하지 않나요?”
 “위험하지. 하지만 벌이가 좋기도 하고, 우리가 여기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강해.”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말투는 제법 논리적이었으나 내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고등학생도 알 수 있었다.
 “그게 이유가 되나요?”
 그가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고 물었다.
 “그래, 물론 그냥 평범한 이방인을 연기하며 과일 상자를 나르는 생활도 선택할 수 있어. 너는 힘이 좋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렵지 않게 생활 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 선택은 꿈 아닌 곳에서도 선택 할 수 있었지 않아? 물론 지금은 힘들겠지만. 아무튼, 기왕에 꾸고 있는 거 재미있게 사는 게 낫지.”
 엄청나게 현실적인 꿈을 꾸며 과일 상자를 나를 것인가. 괴물과 싸울 것인가? 일반적인 선택은 후자일 것이다. 그는 괴짜의 선택을 일반적인 관념을 통하여 정당화했다. 소년은 타당성이 있다 생각했다.
 ‘그래 이곳은 꿈이고, 나는 다른 사람이야.’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이제 뭘 하면 되죠? 마왕에게 납치된 공주라도 구해와야 하나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그가 억지로 농담을 했다.
 “그런 것은 우리 같이 위험한 사람들에게 맡기지 않지. 그 쪽 팀은 벌써 마계로 떠났대.”
 “진짜 그런 사건이 있구나.”
 “꿈이니까. 몸 괜찮으면 출발해도 될까?”
 “네, 좋아요.”


 그렇게 둘은 밖으로 나섰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기대했으나 숲 밖으로는 사막에 가까운 황무지였다. 고운 모래 대신 자잘한 돌맹이들이 있는 일반 흙으로 된 평범한 땅이었으나 주위에 나무가 한그루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말로는 불을 뿜는 괴물이 휩쓸고 지나갔다고 했다. 공주 구출대가 마계로 간 이후로 괴물과 사람이 나타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고 지금 사태는 굉장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아주 담백한 말투였다.
 “어디로 가는 거죠?”
 “최종 목적지는 티스, 지금은 그냥 가까운 마을.”
 “티스는 어떤 곳인데 가는 거죠?”
 “마계가 점령한 마을이야. 최고 중심지이지.”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데요.”
 “별거 없어. 사정거리에서 폭파시키면 되는 거니까. 난 강하거든.”
 가까운 마을로 가며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생활을 어떤지, 등수는 어땠는지, 형제가 있는지, 그때가 좋았지, 등 의미 있는 이야기들 이었다.
 “근데 마법은 어떻게 쓰는 거에요?”
 “굉장히 쉽게 배웠어. 너도 하루 투자하면 다 배울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너는 몸이 좋으니까 무술을 배우는 것도 좋겠구나. 그것도 쉬울 거야.”
 물론 신체 능력이 좋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 들은 ‘몸이 좋’다는 칭찬에 묘한 기분을 느낀 그였다.
 “배우는 게 쉽다니 신기하네요 기타도 배우다 때려 쳤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그러니까……. 특히 마법이 그런데, 우리가 배우기 쉬운 구조야. 여기서 마법의 원리는 자기 기만? 같은 거거든. 원래의 자연 과학 법칙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법칙이 맞다고 강하게 생각하는 거야. 상대방도 믿을 만큼. 거기에 성공하면 자신의 기력이 생각한 상황을 만들어 내지.”
 “그렇게 쉬워요?”
 “어려운 거지. 너 물이 위로 흐른다고 생각해봐.”
 뜬금 없는 질문에 실소가 새어 나올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물은 위로 흐르지.’
라고 생각했다.
 “생각했어?”
 “네.”
 “물은 위로 흐르나?”
 “그렇죠.”
 “정말로?”
 “아니요.”
 “거봐, 어렵다니까?”
 “무슨?”
 “자신을 속여야 해. 거짓으로 설득, 사기를 치는 거지. 하지만 너는 너가 너를 속이려는 것을 알잖아? 여기서 속기는 정말 어렵지. 속으면 그때부터 마법사인거야.”
 “그게 되요?”
 “꿈이니까.”
 해가 다 져서야 둘은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지기와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들어간 그 마을의 이름은 ‘아루’였고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이나 밤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집에 불이 꺼져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일찍 자나 봐요?”
 “지역마다 다른데, 아무레도 이 쪽은 그 쪽이랑 가까운 편이라 편하게 못살지. 대부분 이주했고 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기사들 일거야.”
 그가 기웃거리며 말했다.
 “저기 들어가자.”
 그는 소년을 빈 집으로 안내했다. 집에 들어가 보니 유령 마을의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가구들이 정돈된 상태로 먼지가 쌓여있고 찻장에는 빈 그릇들만 가득했다.
 “배고프지?”
 소년은 끄덕였다. 그는 가방에서 작은 빵 덩어리를 꺼내어 나눠 줬다. 그들은 빵을 먹었다.
 “졸리네요.”
 “자.”
 그는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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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 2012.03.24 04:23

    왔다갔다... 대체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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