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9 12:26

현실과 꿈 - 프롤로그 1

조회 수 432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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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다. 버스 왼쪽 창으로 늘 똑 같은 해가 떠있었고 나는 고등학교 앞에서 내렸다. 정말 이상할 것이 없었는데 묘한 위화감이 맴돌았다.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니면 예방접종을 맞기 전처럼 대단하지 않은 것에 잔뜩 겁먹고 좌불안석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런 기분’이라니 이건 내 몸인데 말이지. 정신이 몸을 벗어나있는, 그런 붕 뜨는 기분과 함께해서 이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아침이다. 교실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고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해야 할 반응만 보이고 있다.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멍한 거지? 어제 늦게 자서 잠이 덜 깬 건가?

 ,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내 앞자리 진우가 말했다. 그래 오늘 나는 분명 이상하다.

 지금 뭐하고 있어? 빨리 자리에 앉아!

 무서운 수학선생님이 들어왔다. 나는 수학책을 꺼냈다.

 [딩동댕동-…….]

 뭐지? 수업이 끝났나?

 야 김제신! 밥 안먹냐? 그럼 요구르트 나 주라.

 ? 아, 밥 먹어야지.

 말도 안돼. 수학시간에 항상 졸던 나였지만 이건……. 잠이 많이 모자랐나 보다. 딱히 잔 것 같진 않은데. 여전히 피곤하고 졸린 것을 보니. 그런데 뭔가 몸이 가벼운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느새 나는 밥을 씹고 있었다. 그리고 종례 시간이 되었고 나는 다시 이상한 발걸음을 옮긴다.

 집에 와서야 안심이 되었다. 아늑하고 조용한 나의 집. 이상할 것이 없는 항상 그대로 고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조금 과하게 고요하다. 맞벌이 부모님과 군대간 형의 빈자리가 절절히 느껴지는 불 꺼진 집. 블라인드도 펼치지 않았고 맑은 날씨였으나 또 유독 이 순간만, 내가 집에 들어서 창가를 바라본 이 순간에 태양보다 조금 큰, 정말 조금 큰, 태양 두게 만한 구름이 태양을 가려 그늘을 만들었다. 하늘은 엄청나게 맑고 밝은데 집엔 회색 그늘이 드리웠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도 다른 사람이 받을 것 같은 그런 날이다. 나와 세상과의 모든 연결이 끊어지거나 엉켜서 어둠 속에 도태될 것만 같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면 기괴한 목소리의 귀신이 받아.

 지금 너에게 가겠다.

 라고 한 후, 아무도 없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내 앞에 서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저 그렇게 한도 끝도 없이, 서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앞에 서있어서, 1분을 1년처럼 만들고 나를 영원히 익숙하지 않을 공포 속에 몰아 넣을 것 같다.

 친구 집에 놀러 갈까? 너무 졸리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침대까지 갈 생각도 있었으나 마루에서 방석을 말아 베개를 만드는 큰 일을 치른 뒤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끄응.

 꽤 오래 잤는지 온 몸이 찌뿌둥하고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얼마나 오래 잔 걸까?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이 참 푹 잘 잤다. 태양이 너무 눈부셨던 탓에 바로 눈을 가리고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옷에 흙? 눈이 부셔?

 이곳은 숲이었다. 아주 울창한 숲. 나무가 빽빽한 가운데 내가 서있는 곳으로만 햇빛이 강렬하게 들어왔다. 내 주변으로만 나무가 없었다. 멧돼지, 토끼 따위가 분주하게 도망을 치고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왜 내가 숲에 있는 거지? 아,

 그래 나는 자고 있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구나. 하지만 이상하다, 시간은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감각이 살아있다. 모든 감각이 자기 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살아있는 것을 바람, 햇빛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원래 이런 건가? 꿈은 현실과 똑같이 느껴지는데 자고 일어나면 꿈에서의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순간적인 장면들만 기억하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꿈의 주인공 ‘나는 현실의 나와 동일한 인물이었다. 가끔씩 엄마는 선생님이 되고 친구는 악마가 되기도 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매일 밤 이런 생소한 경험을 해왔단 말인가? 매일 이런 생각을 반복했겠지?

 자! 꿈 속에 왔다. 이제 무엇을 할까? 사방은 온통 나무였다. 자! 나무와 내가 있다! 자연이라니, 너무 시시하다. 여대나 여고였다면 좋았을 것을. 하다못해 게임 속이래도. 어찌된게 꿈이 현실보다 할게 없냐. 내가 처음 접하는, 처음 접하는 것 같은 세상인데. 언제 깨어나는 거지? 나는 나무에게 다가가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곧고 길게 뻗은 나무였다. 잎이 넓은 나무였는데, 활엽수라고 하나? 나무 이름은 모르겠다. 소나무, 은행나무까지는 수비 범위인데 넘어가면 답이 없단 말이지. 열매가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자! 다시!

 나무와 내가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올라가봐야겠다. 나는 그 두꺼운 나무의 몸통을 양 팔로 끌어 안고 지렁이처럼 오르기 시작했다. 뭐지? 힘들지 않다. 몸과 나무와의 사이에 거리를 두고 양 손으로만 짚어 봤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냥 계단을 오르듯이 나무를 올랐다. 역시 꿈인 건가. 이렇게 생생한데 꿈이라니.

 나무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숲은 굉장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긴 다른 나무들도 다 이정도 높이이니 어지간해선 끝을 보기 힘들겠군. 나무는 까마득히 높았다. 거짓말 안하고 15층 건물정도? 굉장히 무서운 높이 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뛴다고 얼마나 높이 뛸까? 그렇기에 이렇게 좁은 가지에 서있지만 난 뛰었다.

 숲의 끝을 보았다.

 일순간 하늘을 나는 듯이 높이 뛰었다. 착지하는 데에도 한참 걸린 것 같다. 또 완벽한 착지. 제자리 멀리뛰기도 이렇게 안정적으로 하진 못했는데. 뭐지. 재미있는 꿈이다. 밑에서 내려다본 숲은 그리 조용하지 않았다. 새들이 때를 지어 날아오르고 무성한 나무는 쓰러지고 있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다. 그런 현상들이 점점 나에게 도미노처럼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엇일까? 내 꿈에 나올 나 외의 다른 것은? 나는 다가가기로 결정했다.

 [쿵!]

 다시 한번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 이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무엇일까. 괴물? 아니면 이곳에서의 자연 현상? 예를 들어, 나무가 쓰러지는 날씨 이런 것일 수 도 있지. 꿈인데 뭐가 안되겠어.

 이번엔 작은 녀석이 나타났군.

 내 앞에는 악어머리를 한 거대한 괴물이 서있었다! 그것은 큰 도끼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 그것으로 나무를 배며 다녔던 것 같다. 나는 일 순간 얼어붙어 다리를 떨고 그 앞에 서있었다. 노랗고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귀도 맞지 않을 날카롭고 많은 이빨을 딱딱거리고 있었다.

 나는 침을 한번 삼켰다.

 무서워할 것이 없다. 여차하면 깨어날 ‘꿈 아닌가? 그저 이 세계를 존중하고 진지하게 참여함으로써 즐기면 되는 것이다.

 저를 찾고 있었나요?

 너 일지는 몰랐지만 뭐, 그렇지. 반갑다.

 그가 자신의 어깨에 도끼를 올리며 말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나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말도 못하게 빠른 속도였다. 내 세배는 돼보이는 거대한 괴물의 반만한 도끼가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다니! 그러나 웃긴 것은, 내가 말도 못하게 빠른 속도로 피했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긴박한 꿈이군!

 오 굉장히 재빠른 놈이로군!

 멀리서 걸쭉한 괴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상당히 먼 곳까지 달려 나무 뒤에 숨었다. 괴물이 나온 것도, 내 신체 능력이 비상식적으로 뛰어난 것도 모두 허무맹랑한 일이다. 이렇게 허무맹랑한 꿈인데

 왜 이렇게 숨이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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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khashaker 2012.03.19 16:43

    태그 창 제거와 한문장 끝난뒤 엔터로 보기 편하게 해준다면 더 낫지 않을까합니다.

  • ?
    다시 2012.03.21 22:06

    아 태그 크롬에선 안보이는디 ㅠㅠ 미치것네

  • profile
    클레어^^ 2012.03.22 04:54

    오호~. 새 소설??

    근데 '사실은 개꿈이다' 엔딩은 아니겠죠?

  • ?
    다시 2012.03.25 13:15

     그 엔딩으로 재미있게 쓰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할 것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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