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1 07:12

현실과 꿈- 지혜편

조회 수 466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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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이 미친년아 어딜 보냐고. 나 보라니까? 눈깔 사시냐?”
 한 여학생의 무리가 같은 교복을 입은 한 소녀를 벽에 몰리게 하고 괴롭히고 있다.
 “미안.”
 궁지에 몰린 그는 자신에게 욕을 한 학생에게 고개를 들었다.
 “어딜 꼬라봐?”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뺨을 맞는다. 깔깔, 지들끼리 웃겨 죽는다. 저 애는 어떤 잘못을 하고 저렇게 맞고 있는 걸까?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강철의 연금술사’를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 만화라서 그런 걸까. 허무 맹랑한 부분이 너무 많다. 뭐, 그래서 좋아하는 거지만…….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빅브라더 같은 사람이 지하 세계에……. 있을 수 있다. 마법의 힘으로 움직이는 빈 깡통……. 있을 수 있다. 마법이 있다면야 있을 수 있지. 그러나 세상이 등가 교환의 법칙으로 움직인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렇게 맞으려면 그에 해당하는 잘못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가 교환이라는 자연 법칙도 자연물이면서 그 법칙에 해당되지 않는 인간도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것들이다. 그냥 모든걸 떠나서…….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냥 저 구석진 곳에 어떤 선생이든 지나가기만 하면 한 사람을 구할 수 있을 텐데.
 나는 교무실에서 가 이 사실을 알렸다. 이름표를 적어서 갔기 때문에 거침이 없었다.
 “예전부터 자주 괴롭혔으니까. 빨리 가서 말려주시고 정학처리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것은 존중하고 틀린 것은 고쳐라. 내 좌우명,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다. 좀 여자답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내가 원하던 바다. 나는 남자다운 사람이 말고 소녀 같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약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 말고, 약한 것을 보호해주는 사람.

 방과 후 시간. 뒤통수가 따갑다. 무리의 친구 중 하나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걔들, 한 소리 들었나 보다. 한 소리 들었다. 내가 봤어. 고작 ‘한 소리 듣는 거’로 끝날 일이 아니었는데. 체벌은 끝났고 그들은 시작되었다. 이제 타깃은 나인 것이 분명하다. 아까 맞던 그 친구랑 쌍으로 맞을까?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걔라도 제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등가교환은 아니더라도, 내 행동에 조금은 세상이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비 날개 짓으로 폭풍이 만들어지는 세상인데.

 “너 따라와.”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집에 가던 길, 골목에서 그것들이 나타났다. 집에 가던 길이었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이제 당사자가 되서 그런가, 오바를 하게 된 것 같다. 좀 해코지를 하다 말 것인데, 그냥 계속 안 좋은 생각들이 든다. 그들이 내 머리채를 잡아 댕기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꼭 주마등처럼……. 말이다.
 그들이 나를 데려간 곳은 폐 건물의 주차장이었다. 남자 친구인가……. 몇몇 남자애들도 있었고, 또, 낮에 봤던 피해자 학생도 있었다. 기둥에 기대 앉아 있는지 쓰러져 있는지, 아무튼 거기 분명 있었다. 그들은 내 머리카락을 흔들다 바닥에 쳐 밀었고 나는 힘없이 쓰러졌다. 나에게 욕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까의 충격 때문인지 잘 들리지 않는다. 충격……. 사실 머리채를 잡혔을 때 그리 아프지 않았다. 이상하다? 어렸을 때 싸운 기억이 있어서 분명히 그 감각을 알고 있는데, 눈물이 핑 도는 고통을. 그런데, 아프지 않다니? 골목에서 그들을 만났을 때 한없이 느리게 가던 시간이 미쳐버렸다. 이제는 정신 나간 듯이 빠르게 흘러가지 않는가? 눈을 깜빡이면 나는 누워 있었고, 눈을 깜빡이면 내 목이 졸려져 있었다. 가끔 그 아이의 모습도 봤다. 기둥에 기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불쌍하고 안 됐다. 그 아이도 나를 봤다. 이젠 확실히 알겠다. 나를 보더니 얼굴까지 붉혀가며 주르륵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시야가 붉어진다. 속 눈썹에 피가 끼었다. 나 이정도로 맞은 건가. 이들은 범죄의 프로가 아니다. 나를 이렇게 한 것, 결국 모두 들통날 일이다. 나를 토막 내서 음식물 쓰레기 통에 버리던, 여행용 가방에 넣어 놀이터에 버리던 모두 잡힐 것이고 그때는 ‘한 소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 몸을 움직일 수 없이 몽롱한 상태였으나 너무나 솔직한 이 생각의 내용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떠올라 나는 미소를 지었다.
 “웃어?”
 아 이제야 분명히 들었다. 한 여자 애가 나에게 ‘웃어?’라고 말했다. 그 여자 애는 깊숙한 곳에서 벽돌을 가져왔다.
 [삐뽀삐뽀]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기둥에 앉아있던 소녀가 사라졌다. 도망을 쳐 신고를 한 모양이다. 그래, 현장에서 걸리는 것이 제일 좋지. 발뺌할 수 없으니까. 증거도 모두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고. 이 놈들, 귀엽다 어쩔 줄을 모르고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내 앞에 한 아이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고 흔들리는 눈을 한 채로 나에게 벽돌을…….


 “상태가 어떤가요?”
 한 중년 여성이 긴장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병원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이 병실에서 ‘희’는 자주 발견되지 않는다. 절망은 ‘로’일까 ‘애’일까. 호흡기 얇은 호스에 자신의 목숨을 건진 저 소녀는 어떤 감정을 발산하고 있는 걸까? 머리엔 붕대를 칭칭 감고 전신엔 깁스를 한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된다면, 그러고도 살아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당사자가 어떤 기분을 가질 지는 상관없다. 나는 그냥 이 아이가. 살았으면 좋겠다.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출혈양도 많아서 뇌에 손상이 왔습니다. 응급처치는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지만…….”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는 화가 잔뜩 난 표정이다.
 “깨어날 확률은 낮습니다.”
 이제 다시 깨닫는다. 절망은 ‘애’이다. 이렇게 모두 눈물을 흘리고, 모두, 진심으로 슬프지 않은가?


 한 소녀가 작은 마을에서 깨어났다.
 ‘여긴 어디지? 난 분명 주차장에서 맞고 있었는데.’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모양의 집들이었다. 주황색 타원형의 집도 있었고 정육면체 모양의 집도 있었다. 모두 매끄러운 외계의 재질이 아닌 흙, 나무와 같은 일반적인 질감을 보였지만 그녀가 살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고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걸었다.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소녀는 기운을 따라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자신과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 칠 때 마다 뭔가 껄끄럽고 심지어 부끄럽기까지 했으나 그 기운을 따라가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거리의 뒷골목, 사방이 벽으로 막힌 곳이었다. 그곳에선 한 청년이 여러 사람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맞았던 것을 기억하고 그들이 자신을 볼 수 없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퉁이에 등을 대고 숨었다.
 ‘뭐야? 뭘 어떻게 하라고?’
 그녀는 이것이 꿈인가 잠시 생각했으나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을 고쳤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반복된 고민을 하던 소녀는 다시 모퉁이 안쪽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맹렬하게 폭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소녀의 속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났고 그녀는 모든 생각을 잊은 채 그들을 노려보았다. 분노는 끝없이 커져갔다.
 “!”
 그 분노가 극에 달한 순간 청년 주위의 보든 불한당들이 얼어붙었다. 소녀는 놀랐으나 그 일을 자신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음이 어는 순간 자신의 힘이 약간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청년에게 달려갔다.
 “괜찮아요?”
 청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서 본적 없는 노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울며 소녀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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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5.31 15:47
    그 소녀 얘긴가요?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마지막 파트도 이제 이해가 되네요^^;
  • profile
    클레어^^ 2012.06.03 08:06
    현실에서 못 하는 걸 꿈에서는 할 수 있다라...
    그럼 클레어도 꿈을 꾸면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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