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0 02:51

현실과 꿈-8

조회 수 434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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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아마 병실이다. 엄마가 뭔가 체념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나에게 입을 뻐끔거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교실이었다. 점점 단축되고 있는 현실의 시간. 좋은 현상일까? 아저씨 말대로 하고자 한다면 분명 희소식일 것이다. 이렇게 단축되다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 된다면, 현실을 잊기 쉬울 것이다.
 시험시간 인 모양이다. 나에게도 시험지와 OMR 카드뭉치가 왔다. 뒷자리 애가 내 자리로 와 자기 몫을 가져간다. 고마워라.
 “제신아! 시험은 봐야지!”


 소년은 깜짝 놀라 일어났다. 아저씨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를 깨우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그 쪽도 우리 기운을 느낀 것 같아. 지금 빠른 속도로 오고있어!”
 “네!?”
 소년이 깨어난 이후로 그는 거대한 마법진들을 그리고 있었다. 
 “분명히 적이야. 이렇게 빨리, 노골적으로 우릴 쫓아온다는 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소년은 침을 삼켰다. 이렇게 흥분한 아저씨는 처음 봤기 때문에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흥분은 기대하는 것에 앞선 흥분이 아닌, 공포. 벗어날 수 없는 공포에서 벗어나려 하는 사람의 흥분같이 느껴졌다. 그 또한 아저씨가 느끼는 거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검을 바로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제신아 시험은 봐야지!”
 국어선생님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등을 때리는 소리도 났다. 안돼. 돌아가야 해!
 “선생님 저 양호실에 좀…….”
 “제신아 너 요즘 힘들 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시험은 봐야 하지 않겠어?”
 “선생님 제발…….”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 기운이 벌써 도착했으면 어쩌지? 확실히 기운은 점점 더 빠르게, 강하게 느껴졌어!
 “안돼. 억지로라도 시험은 봐봐. 병원에서도 아픈데 없다고 나왔다며?”
 나이 어린 여자 선생님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는 물론 아저씨도 위험해진다. 나의 생명과 내 지인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야. 나는 OMR카드에 아무렇게나 마킹을 하고 선생님을 가까스로 바라봤다. 절대 선생님을 보기 부끄럽고 미안해서가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는 것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제발 양호실에 가게 해주세요.”
 “제신아.”
 선생님은 별안간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너 공부 잘 했잖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아 어쩌지. 어떡해야 하지.


 “야 김제신! 정신차려!”
 아저씨는 소년을 지팡이로 찌르고 있었다. 소년은 옆구리에서 강한 통증을 느꼈다.
 “죄송해요! 지금 현실에서 저를 깨우고 있어서.”
 “너 이러다 죽어! 정말 위험하다고!”
 “알겠어요!”
 소년은 정신을 집중해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러나 그의 집중은 오래갈 수 없었다. 점점 정신이 흔들렸고 다시 한번 기절했다.


 “제신아, 정신차려! 너 그세 졸은 거야?”
 선생님이 내 등을 세차게 때리며 말했다. 그래, 정신차려야 한다. 목숨과 시험.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 옆 콘크리트 기둥에 머리를 있는 힘껏 박았다.


 “김제신!”
 “이제 됐어요!”
 사막에는 폭풍이 거세게 몰고 있었고 그 탓에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소년과 아저씨는 강한 한기를 느꼈다. 소년은 점점 더 강해지는 기운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음을 타고 오고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서둘러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뭐가 타고 있는데?”
 소년은 좀더 집중해서 응시했다. 그러나 너무 먼 곳이었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것의 전진 속도 덕에 그 격차는 좁혀졌고 무엇이 빙산을 타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여자 애에요.”
 “뭐?”
 “여자 애가 타고 있어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사이로 보이는…….”
 아저씨는 말 없이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선제 공격인가요?”
 “만약 아군이라면 억울한 역공을 받을 수도 있어. 침착하자.”
 “네.”
 얼음 덩어리는 그들에게 아주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갑자기 거대한 얼음 벽이 그들의 뒤로 생겨났다.
 “당신들인가요?”
 어느새 하늘은 얼음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안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메아리 쳤다. 다시 한번 그들은 돔 형태에 갇히게 되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전보다 밝다는 것과, 전에는 텅 빈 공간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미로처럼 얼음 벽이 얽혀있다는 것이었다.
 “당신들이 제 성을 없앴나요?”
 다시 한번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인가 보다.”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그려 놓았던 마법진들에 지팡이를 갖다 댔다. 그러자 그 곳에서 불 길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두꺼워도 얼음이라면 뚫을 수 있을 거야. 이전 녹색 상자들에 비하면 내구도가 많이 약해. 하지만 이 속도는 위험하다. 이번에 넌 나서지 말고 피하는데 주력해. 되도록 내 주변에 있지 말고!”
 “넵!”
 소년은 검을 집어넣었다. 빠르게 다니기 위해서 였다.
 “시작한다.”
 아저씨가 다음 마법진으로 지팡이를 옮기며 말했다.
 “역시 그런 모양이군요. 왜 저희를 괴롭히기 위해 안달이 난 거죠?”
 “너야 말로 인간이면서 괴물 편에 붙어있는 이유가 뭐냐?”
 그의 여러 마법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곳에 있을 뿐.”
 소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얼음 동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곳곳 천장이 내려 앉고 여러 벽에서 횡 방향을 고드름이 튀어나왔다.
 “증발하는 물과 녹아 내린 돌, 추락하는 달과 불의 제왕이여!”
 아저씨는 주문을 외우며 마법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거짓말처럼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곤 그가 그렸던 가장 큰 마법진에서 거대한 화염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제법 가까이에 있었던 소년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멀리서 볼 때 그것은 분명 사람 상반신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불의 거인은 존재 만으로 얼음 동굴을 모두 녹여버렸다. 그리곤 형태를 바꿔 사자와 같은 모습으로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소녀는 움직이지 않고 그 불덩이를 노려보았다. 그녀 앞에 거대한 빙산이 생겨났고 불의 사자는 그 빙산을 물어 뜯어 그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나 그 빙산은 사라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 사자를 가둬버렸다. 얼음은 빠른 속도로 녹아갔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얼어갔다. 그 속에서 사자는 날뛰어 자신의 공간을 넓혀갔지만 빙산의 덩어리는 훨씬 더 빠르게 거대해지고 사자의 움직임에 빈틈이 생길 때마다 그 곳을 얼음으로 채웠다.
 ‘너무 깊게 들어왔어!’
 아저씨가 생각했다.

 ‘둘 다 너무 강해! 어떻게 하지?’
 소년은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있었다. 그러나 이런 말이 되지 않는 광경을 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역시 통하지 않는다. 이게 내 마법 중엔 가장 강력한 마법인데? 소멸 마법은 마법진을 그릴 여유도 없을 뿐더러 소멸 대상의 크기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야! 그려놓은 마법진도 활용할 수 없는 거리, 어쩌지?’
 아저씨가 날뛰며 생각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불덩이의 기세는 점점 약해졌고. 그 속으로 보이는 그 자신의 모습은 점점 선명하게 보였다.
 ‘아저씨의 마법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내가 뭔가 해야 해. 지금 화려한 마법에 정신이 팔려 나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소년은 결심하고 조용하고도 빠른 속도로 소녀에게 달려갔다. 발에 엄청난 무리를 주는 주법이었으나 지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소녀에게 거의 접근한 그는 두꺼운 얼음 기둥 뒤로 숨었다. 아저씨는 체념한 듯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소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빙산을 소멸시키고 아저씨의 머리를 제외한 온 몸을 얼음덩어리로 결박 시켰다.
 “역시 당신이군요. 성을 그렇게 만든 것은.”
 소녀가 아저씨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여기 사람이 아니지?”
 그 또한 소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소녀는 의외의 질문에 사뭇 놀랐으나 애써 평정함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갔다.
 ‘조금만 있으면 기회가 온다.’
 소년이 생각했다.
 “당신도?”
 “그래. 네 이름은 뭐냐?”
 “김지혜. 당신은?”
 순간 아저씨는 대답을 하는 척 하면서 입에서 불을 뿜었다. 소녀는 자신의 냉기로 불꽃을 잠재우고 그의 얼굴마저 얼려버렸다. 소년은 아저씨가 불을 뿜는 동시에 뛰쳐나왔으나 그가 너무 빨리 제압당하는 바람에 자신이 습격할 때를 놓치고 말았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너무나 불리한 대치국면이었다.
 ‘어떡하지.’
 소년이 생각했다. 그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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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5.30 06:40
    갈수록 전개 좋아지네요 ㅎㅎ
    뭔가요, 비결이??
  • ?
    다시 2012.05.30 09:25
    ㅋㅋ ㄳㄳ
    결말부터생각하고써서그런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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