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8 07:33

현실과 꿈-7

조회 수 470 추천 수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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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났다. 내가 이겼다. 나는 살았고, 그는 죽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걸까. 그 사람 말, 사실일까? 의미 없는 일이다. 이미 죽은 사람. 사실이든 아니든 나를 죽이려 했고 나는 내가 살기 위해 그를 죽였다. 완벽한 정당방위.
 아니야. 전혀 완벽하지 않았어. 아저씨와 나는 그의 성을 날려버렸다. 그의 동료들은 모두 죽었어. 하지만 괴물을 보낸 것은 그 쪽이 먼저.
 머리 속 마저 복잡하다. 어두운 병실은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너무 이상하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익숙해져야 하는데. 자주 있게 될 것 같다. 차에 치인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운이 좋았을 뿐, 이런 날이 계속 되면 될수록 많은 위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뭐하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냥 눈을 감고 누워있고 싶다. 그것은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했다.




 “일어났냐? 빨리 이동하자.”
 아저씨가 말했다.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주 좁은 구덩이였고 시간은 새벽 같았다.
 “네.”
 잠이 덜 깬 소년이 눈을 비비며 답했다.
 “서둘러. 아까부터 엄청난 기운이 느껴진다.”
 “아저씨는 안 자요?”
 “원래 나이 들면 잠이 줄어.”
 “업히세요.”
 소년이 쭈그려 앉아 자신의 등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저씨는 조용히 업혔다. 소년은 아저씨를 엎고 구덩이를 빠져 나왔다. 한 손으로는 아저씨를 받치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지면을 잡으며 뛰어올랐는데, 방금 깨어난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죠.”
 지상으로 나온 소년이 물었다.
 “일단 돌아가야지.”
 “네.”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기분이 많이 안 좋아보였다.
 “무슨 일 있었냐?”
 그것을 눈치챈 아저씨가 물었다.
 “사람이었어요.”
 “응?”
 “그 녹색 괴물, 사람이었다고요.”
 그렇다.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아무리 적이었다 해도, 소년은 첫 살인을 한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었잖아.”
 한참을 생각한 후 아저씨가 말했다.
 “그랬죠. 이제 어디로 가죠?”
 “일단 왔던 길로 가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조금 우회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어. 가자.”
 그는 말을 마친 후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다시 사막으로 돌아갔다.

 한참을 걸은 후에 소년이 물었다.
 “좀 멀어졌나요?”
 아저씨는 가만히 멈춰 서서 느껴지는 기운에 집중했다.
 “아닌 것 같아.”
 그는 가방에서 지도를 펼쳤다.
 “밤이 되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어림잡아 여기쯤인 것 같거든?”
 그가 소년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가 가르키는 곳은 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한 방향으로 오랫동안 느껴졌거든? 그래서 내린 추측인데 성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아니면 이 성 너머에 있는 곳이라든지. 만약 그렇다면 점점 가까이 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어. 우리는 성이랑 가까이 있으니까.”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소년의 담백한 반응에 멋쩍어진 아저씨가 덧붙였다. 소년의 과한 차분함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그였다. 그들은 다시 걸었다.
 밤이 되자 소년은 텐트를 치고 아저씨는 위치를 알고자 별을 찾았다. 각자의 일은 빠르게 끝났고 동시에 자리에 눕게 되었다.
 “아저씨.”
 어느 불빛도 없는 캄캄한 밤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가지는 존재감은 굉장했다. 온 세상에 소년만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아저씨는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가만히 그의 목소리를 듣기로 했다.
 “이제 뭐하실 거에요?”
 “응?”
 “목적 이루셨잖아요. 이제 뭐하실 생각이세요?”
 “그야……. 일단 수도에 가서 포상금 받고……. 별일 없다면 정착해서 살아야겠지.”
 “이 일은 왜 하신 거에요?”
 “부탁이 있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 같기도 했고.”
 “그런가요.”
 소년이 쓸쓸히 말했다.
 “아저씨 말대로 정말 꿈이고, 제가 가짜라면.”
 소년은 말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이후의 말은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도 소년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말을 잇기를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그럼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삶의 의미는 멀쩡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마다 각각 다른 답이 나오는 어려운 문제였기에 아저씨는 망설여졌다. 게다가 그는 소년의 문자를 통해 그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살아있다.”
 생각을 마친 그가 입을 열었다.
 “살아있다는 의미가 있지. 배고픈 것 싫고 맛있는 것은 좋잖아. 그냥 그걸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산다는 게 말야.”
 아저씨가 말을 마쳤다. 잠시 후 옆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꿈에서 깨면, 배고픈지 몰라요.”
 소년이 울먹이며 말했다. 살인에 대한 충격이 그의 나름 단단했던 꿈에서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든 탓에 지금까지 싸여있던 현실의 괴로운 것들이 폭발한 것 같았다.
 “맛있는 것도 모르겠고, 제대로 시간이 가는 지도 모르겠어요. 학교에선 오줌을 쌌고 엄마는 절 정신병원에 보냈어요.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죠?”
 “…….”
 아저씨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울음이 나려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였다. 꼭 말을 참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나는 지금 요양원에 있어. 가족이 없거든. 일만 계속했어. 회사 사람들이랑 가족처럼 지냈고. 하지만 여기에 오고 나서부터 그럴 수 없게 되더라고. 동료들은 내가 회사에 남길 바랐지만 나는 나갔어. 그게 옳으니까. 낫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거든. 병원에서 아픈 데가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낫겠어? 그래서 나갔지.”
 그가 말했다. 여기까지는 하기 쉬운 말이었다. 물론 자랑할만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있는 일이니 꾸미자고 하지 않는 이상 결심만 선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이를 통해 소년에게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은 다른 내용의 말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솔직해지기로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힘들겠지만, 잊어봐. 현실을.”
 둘은 서로 나눌 말이 없어졌다. 잠이 오지 않을, 머리가 뒤숭숭해지는 말을 나누었으나, 잠시 후 그들은 필연적으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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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5.28 08:41
    오오....대사랑 분위기가 맘에 들어요. 재밌게 봤습니다^^;

    이번 화로 인해 이후 이야기 한층 기대를 갖게 되네요. 가능한 한 끝까지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ㅎ
  • ?
    다시 2012.05.28 10:30
    ㅋ 감사합니다.
  • profile
    클레어^^ 2012.05.28 09:02
    응? 꿈 속은 알고보니 가상현실?
    만약 클레어도 저런 꿈을 꾸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요? '우리들도 용사다' 시리즈의 제르딘처럼 멋있는 여전사가 되어 있으려나요? 아니면 레오처럼 민폐 마법사가 되어 있으려나요?
  • ?
    다시 2012.05.28 10:25
    이런 꿈을 꾸시면 클레어님이 되어 있을듯ㅋ
    아마 많은 부하를 거늘인 대마왕이 아니실까요?
  • profile
    클레어^^ 2012.05.28 21:36
    대, 대마왕 클레어...;;; 아하하하....;;
    뭐, 꼭 대마왕이 남자란 법은 없으니...;; (그럼 최초로 여자 대마왕이 생기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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