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8 10:12

현실과 꿈 -5

조회 수 471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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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난 곳은 집이었다. 시간은 아홉시. 학교에 간다면 1교시는 시작한지 꽤 됐겠어. 나는 주섬주섬 교복을 입는다. 왜 입지. 버릇인가. 아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단추를 채우고 자크를 올리는 손의 감각은 아득하지만 머리는 너무나 맑다. 분명 어제 내가 간 곳은 정신병원. 엄마는 나를 정신병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맞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이 꿈이 되고 꿈이 현실이 된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정신병자로 분류되어도 할 말이 없다. 만약 내가 완벽히 이 꿈이 된 현실을 버리고 현실이 된 꿈으로 갈 수 있다면, 일반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나는 가족이 있다. 학교에는 친구들이 있고 졸업하면 대학을 가거나 직장을 구해야 한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지금은 학교에 가야 할 것 같다. 엄마가 눈치 챈 것을 보면 지금 나의 모습이 제법 이상하다는 것이고 학교 사람들은 나를 더욱 이상하게 볼 것이다. 병원에 입원을 했으니 집중 조명을 받을지도 몰라. 그래도 가야 해.

 엄마가 더 이상 나를 걱정하는 것이 싫다. 그 방법조차 모르지만 안다 해도 내가 꿈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없는 이유는, 뻔하지 않은가. 여기엔 내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된 것도, 내 탓은 전혀 없는 것 같지만, 면목이 없다.

 또 징그럽게 어느새 버스를 타고 있었고, 순식간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담임선생님 시간, 내 눈을 피하며 괜찮냐?’라 물으신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

 라 최대한 밝게 답했다. 자리에 앉아있으니 어느새 점심시간, 배식을 받으러 복도로 나갔다.

 뭐 하는 거야?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밥을 다 먹고 화장실에 가고 있었다. 이런 습관적인 일은 다 잘 하고 있구나. 내 앞에 거구가 나를 노려보고 물었다. 장난하냐? 교복에 초코우유가 흥건하다. 정신 없이 걷다가 가벼운 충돌사고가 일어났나 보다. ‘미안해. 라고 말하고 싶다. 끔뻑끔뻑 느리게 입이 열리는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일단 바닥에 언제까지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까 힘겹게 일어나는 것부터 시도를 했다. ‘아! 그 녀석 배에 박치기를 날리고 말았다. 내 정신 좀 봐라……. 아 꼬인다. 놈은 나의 멱살을 잡고 화장실 구석으로 데려갔다. 미친새끼 아니야?

 내 배를 강하게 찼다. 나를 구석에 패데기 쳤을 때 머리를 타일에 박은 것 같기도 한데 머리에는 고통은커녕 차가운 타일의 느낌도 나지않는다. 심지어 부딪칠 때 나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앞에 애는 나를 몇 대 치다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친다. 다행이 더 이상 꼬이지는 않는 구나.

 바닥을 보니, 원래 목적이었던 나의 소변이 흐르고 있고 조금 더 기다려보니 극 소량이나마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머리가 깨진 모양이다. 모든 감각이 죽어가는 가운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력이 살아있다는 것 같다. 다시 눈을 감으면,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저씨가 전화하기로 했는데, 못 받으면 어쩌지.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두 남자는 텐트를 정리하고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아저씨 왜 전화 안 했어요?

 메시지 남겼다. 네가 안 받은 거야.

 아 그래요, 죄송합니다. 아무튼, 맞죠? 저 진짜죠?

 그거야 네가 답장을 보내야 증명될 일이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번호 일 수도 있잖아?

 역시 어른은…….

 뭐 임마?

 소년은 잠들기 전 안 좋은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밝게 행동했다. 그 행동은 가식이 아니라 솔직한 것이었다. 현실에서 소년을 잡고 있는 것은 기존의 알던 사람들과의 관계 뿐이었다. 모르는 사람과 일어난 사고는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기 어려웠다. 말도 제대로 못 알아 듣는 그에겐 어떤 욕설도, 폭력도 통하지 않았다. 다만, 다시 한번 부모님의 시선을 끌게 된 것 같아 조금 미적지근한 기분이 들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 만큼, 꿈으로 돌아왔을 때 살아나는 감각이, 갑갑한 동굴 속에서 탈출 한 듯 그를 상쾌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뭐죠 방금?

 순간 소년이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아저씨에게 물었다. 뭔가 강한 울림 같기도 하고 뜨거운 열기 같기도 한 것이 그의 뒤통수에서 느껴졌다.

 이정도로 강한 기운은 처음인데.

 아저씨가 뒤를 돌아보며 답했다. 그는 자신의 뒤통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성 방향이야.

 지원 부대일까요?

 아니. 한명이다.

 우리 같은 사람이 또 있는 건가요?

 모르겠어.

 언제나 여유가 넘쳤던 그였으나 이번엔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나 강해 그의 온 몸을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아군이겠지?

 혹시 마왕이 있다면 이런 기운을 풍기지 않을까. 그런 기운이었다. 기운은 그들을 지나쳐 점점 멀어져 갔다.

 

 무슨 일로 왔니?

 성벽 위에서 경비병이 아래 한 소녀를 내려다보며 상냥히 물었다. 소녀는 그 물음을 듣고 한참 고민하는 듯 했다.

 성을 무너뜨릴 거에요. 안에 전해주세요.

 ?

 이 난리통에 못 보던 소녀가 나타난 것에 조금 의아해 하던 경비병은 어이가 없어 표정을 찡그리고 물었다.

 저는 이 세계 사람이 아닙니다.

 소녀의 말에 경비병을 기겁을 했다. 이전에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두 명이 거대한 괴물을 처치한 것을 보고 그들의 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저하다 결국 창을 날렸다.

 전하라고 했습니다.

 소녀는 바로 눈 앞에서 창을 얼음 덩어리 속에 파묻히게 해 바닥으로 수직 낙하 하게 만들었다. 경비병은 종을 울렸다. 괴물에게 받은 피해를 복구 공사를 하던 사람들은 혼비백산 무장을 하기에 바빴다. 모두 무장을 하고 대열을 갖춘 뒤 성문 방향으로 진열을 갖추었다. 소녀는 성문을 열고 들어갔다. 경비병은 어찌할지 정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성문이 조금씩 열림에 따라 성안 사람들은 잔뜩 긴장하고 각자의 무기를 바로 잡았다.

 뭐야?

 뭐지?

 사람들은 소녀의 모습을 보고 웅성거렸다. 저 경비병은 뭐에 겁을 먹고 종을 울린 걸까?

 여러분. 저는 이 세계 사람이 아닙니다. 성을 파괴할 거에요. 공격의사가 없는 분들은 성 밖으로 나가주세요.

 소녀가 나름 큰 소리로 말했다. 왜소한 체격에 가녀린 선을 한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당당함 이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다시 긴장을 하고 창을 바로 잡았다.

 괴물의 본거지를 소탕하기 위한 전초기지다. 보아하니 인간 같은데 이 곳을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가장 앞에 서있던 지휘기사가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물었다. 그도 소녀 같은 사람들의 엄청난 힘을 봤지만 겁을 먹은 모습을 보여주면 사기에 치명적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고 알맞은 태도를 겨우겨우 내 보이고 있었다. 한 성을 함락 시키기 위해 혼자 올 정도라면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기사는 이 사실을 알고 명심하고 있었다.

 뭐가 소탕입니까. 뭐가…….

 소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모두 항복하지 않는 거죠?

 소녀가 물었다. 사람들은 무기를 바로 잡았다. 작은 소녀이지만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에 긴장된 상태였다. 경비병은 겁먹은 상태였다. 그에게 소녀는 알 수 있는 힘을 가진 자였고 이 성안에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소녀를 설득할 수 도 없는 까닭이었다. 전의를 가지고 이 곳에 모이지 않았나? 강한 적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망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싸워야 하지만……. 저 소녀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위험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성벽 위에서 소녀를 맞이했던 경비병은, 고민 끝에 소녀의 뒤통수에 창을 날렸다. 소녀는 뒤 돌아 보지도 않고 그 창을 얼려 떨어뜨렸다. 그녀는 여전히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대치 국면이 시작됐다. 짧은 정적이 흐른 후에, 경비병의 얼굴에 얼음덩어리가 생겼고 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소리 없는 비명들이 그들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극도로 훈련되고 강인한 정신을 가진 그들이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치게 할 만큼 소녀는 강하고 무서웠다. 사람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공격!

 지휘 기사가 소리쳤다. 사람들은 대열을 갖추고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나? 같은. 그러나 존재하는 것에 대해선? 마찬가지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적에게서 도망칠 수 없고 이길 수도 없다. 무엇을 망설인다는 말인가? 괴성을 지르고 달려드는 것만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었다.

 소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눈 앞에 아주 작은, 유심히 봐도 멀리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얼음 알맹이가 나타났다. 소녀는 그것을 불어 날려버렸다. 소녀와 그들 사이에서 알맹이는 살얼음이 맺히듯 자신을 확장 시켰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알맹이는 거대한 가시덤불 숲을 만들어 냈고 소녀의 적들을 사정없이 무찔렀다.

 소녀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지금 물러났다면 다시 우리를 공격했을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었어.

 그녀의 앞에는 투명한 얼음 만이 보일 뿐이었다. 워낙 층층이, 겹겹이 만들어진 얼음 숲은 한 없이 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굴절로 그 속의 참상을 보여줄 수 없었다. 그렇게 겉 모습은 반짝이고 아름다우나 속은 곧 썩어 문드러질 얼음 가시덤불 숲이 완성시키고 소녀는 돌아갔다. 얼음은 차가웠으므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썩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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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5.19 04:44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알 수 없군요...;;
  • profile
    윤주[尹主] 2012.05.22 22:09
    너무 오랜만에 올라온 한 화 ㅠㅠ 이전 화를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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