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9 07:26

시크릿Secret (7)

조회 수 408 추천 수 1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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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진연은 혼자서 읍내 거리를 걸어 다녔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은 한산했지만 또 그만큼 지루했다. 볼거리도 없었고 잠시 머물 장소 찾기도 쉽지 않았다. 별다방, 콩다방 하는 커피전문점 대신 허름한 다방이 손님 대신 파리를 상대로 성업 중이었다. 장터는 왁자지껄할 뿐이지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정작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물건은 거의 없었다. 어느 떡집 앞에서 진연은 잠시 멈춰서 찹쌀떡 여섯 개가 든 작은 팩을 샀다. 값을 치르자마자 그녀는 선 자리에서 팩을 뜯어 하나를 한 입 물고 나머지 다섯 개를 포장 그대로 뒤따르던 바리에게 건넸다.


 "저 따라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가게서부터 쫄래쫄래 따라오는 건 알았지."


 찹쌀떡을 받은 바리는 싱글벙글 웃었다.


 "이거 혹시 화해 선물인가요? 이제 옆에서 같이 다녀도 되요?"

 "아니, 그거나 먹고 따라오지 말라고 주는 거야."

 "괜히 또 그러신다."


 진연이 일부러 쌀쌀하게 대했지만, 바리는 실실 웃으며 그녀 옆에 따라 붙었다. 진연은 괜히 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바리도 땀을 뻘뻘 흘리며 쫓아왔다. 진연이 실랑이 벌이듯 거리를 더 넓혔다. 바리는 거의 뛰다시피 하며 헥헥거리며 진연을 따라왔다. 두 사람 신경전에서 먼저 포기한 쪽은 다름 아닌 진연이었다.


 "이제 그만, 그만 두자. 내가 졌어."

 "하아, 하아……. 제 키가 좀만 컸으면 더 일찍 따라잡았을 걸요?"

 "얘,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도, 구두만 안 신었어도 절대 안 멈췄을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진연은 어떻게든 따라붙어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바리 모습이 안쓰러워 멈춰선 거란 사실은 기어이 말하지 않았다. 도리어 바리가 먼저 뭔가를 느꼈는지 실실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상냥하시네요, 진연 씬."

 "징그러우니까 좀 떨어져 있자, 우리?"

 "네, 네."


 두 사람이 멈춰선 곳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구멍가게가 보였다. 찬바람이 불자 진연과 바리는 자연스레 그 안으로 들어갔다. 구멍가게라 해도 안은 제법 넓어서 가게 한가운데 연통을 단 구식 등유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난로 앞에서 찾아온 마을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던 주인아주머니는 두 사람이 들어오는데도 어서 오세요, 한 마디 하고는 별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누가 와서 뭘 사가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진연에겐 오히려 그 편이 맘이 편했다. 도시에선 매장 안을 조금이라도 둘러볼라치면 반드시 점원이 다가와 살 생각도 없는 물건들을 내밀며 권하곤 해서 구경조차 자유롭게 하기 어려웠다.


 "아주머니, 이거 살게요."


 주인은 관심도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진연은 캔 커피 하나를 일부러 샀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냥 가게에 버티고 있자니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바리를 불러 난로 불을 쬐게 하고 그 뒤에 서 있었더니 한참 수다를 떨던 가게 주인이 진연에게 물었다.


 "딸이에요?"

 "얘요? 아니에요."


 오늘 처음 만났단 소리는 차마 할 수 없어서 진연은 대충 둘러댔다.


 "그냥 친척 동생이에요."

 "따지고 보면 제가 언니뻘인 건 아시죠?"


 얘가, 하면서 진연은 남 몰래 바리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바리는 아, 신음을 낸 뒤 못마땅한 듯 진연을 보았지만 진연은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오늘 날씨가 은근히 춥네요."

 "그러게요. 하늘도 우중충한 게, 눈이라도 내리려고 그러나."


 진연에게 대답을 들은 뒤 아주머니는 다시 손님과의 대화로 돌아왔다. 바리가 언 손을 녹이려 난로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자, 진연은 그녀를 안듯이 붙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바리가 장갑을 끼지 않은 걸 진연은 그때야 알았다. 자신도 날씨가 이렇게까지 추울 거라곤 생각 못한 채 장갑을 두고 나온 탓이었다. 진연은 바리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너 잠깐만 여기 있어? 금방 다시 올 테니까."

 "안 된 대도요? 정 갈 거면 저랑 같이 가요."

 "금방 온다니까? 그냥 이 옆에 잠깐 갔다 오려는 거라고."

 "잠깐이건 뭐건 안 된다면 안 돼요. 잘 때도 꼭 붙어서 자고, 화장실 갈 때도 같이 있어야 한다구요."

 "얘가 언니 정말 잘 따르나봐요?"


 사정을 모르는 아주머니들은 호호 웃어넘겼다. 당사자인 진연은 속이 탈 지경이었다. 진연은 몸을 쭈그려 바리와 바싹 붙어서 속삭였다.


 "너 왜 그래, 아까부터?"

 "진연 씬 지금 몸에 아무 저항 능력이 없어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윤주 씨 보호를 받으면서 자랐으니까요. 인큐베이터에서 막 나온 아이 같은 상태란 말예요. 혼자 돌아다니다 옛 윤주 씨 적들이라도 만나면……."

 "엄마의 적?"


 바리 말을 중간에 끊고 들어와 진연이 질문을 던졌다. 엄마 윤주에게 적이 있었단 얘기는 진연으로썬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게 누군데?"

 "많아요.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작자들, 주인 자리를 넘보는 자들, 윤주 씨 생각에 불만을 갖고 해코지하려는 자들. 과거 윤주 씨를 미워하던 자들이, 이젠 전부 진연 씨 생명을 노리고 있는 거예요."

 "왜 나를 노려?"

 "당연히 윤주 씨 딸이니까죠."


 그 말이 진연에게 얼마나 충격적일 지 바리는 알지 못했다. 솔직히 진연은 겁나다기보다 짜증이 났다. 본인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저 엄마 자식, 하나뿐인 딸이란 이유로 목숨까지 위협받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애당초 바리가 한 얘기 중에 진연이 믿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세계의 주인이라고? 엄마가? 생명을 노려? 복수 때문에? 다 비현실적이고 공상적인 얘기다.


 "네 얘기가 맞는다고 치자. 그럼 넌 왜 날 따라다니는데?"

 "당연히, 진연 씨를 보호하기 위해서죠."


 바리는 에헴,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사실 이마저도 비정상적인 얘기였다. 어쩌면 이것보다 더 비정상적인 얘기가 나오기도 쉽지 않을 듯했다.


 "네가 무슨 수로?"

 "네?"

 "네가 어떻게 날 보호하겠단 건데? 그래, 날 죽이려는 나쁜 놈들이 있다고 쳐. 넌 걔네들 어떻게 막을래? 주먹질이라도 할 거야?"

 "그건,"

 "아서라."


 바리가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하는 사이 진연은 그녀를 따돌리고 가게 문을 열어젖혔다. 바리가 뒤따라오려는 걸 말리며 그녀가 말했다.


 "네 몸이나 잘 챙겨. 요 앞에 보이는 데서 장갑만 사올게. 그럼 됐지?"

 "진연 씨, 잠깐만요!"


 바리가 황급히 나가려했지만 누군가 등 뒤에서 그녀를 붙잡았다. 난로 가에 있던 두 아주머니였다.


 "언니 금방 온대잖아. 이리 와, 불 좀 쐬렴."

 "세상에, 볼살 다 트겠다. 불쌍하게."

 "쯧쯧, 애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신경을 써야지."

 "젊은 사람이라 잘 모르는 거예요. 그러려니 해야죠."


 바리를 앞에 붙잡아 두고 두 아주머니는 한참 바리, 그녀와 함께 온 진연을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와중에도 바리는 왠지 불안하게 문 밖을 계속 쳐다보며 진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빨리 오세요, 진연 씨. 그들이 가까이에 있을 테니까.'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노려보며 바리는 가게 밖으로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마치 그녀가 말했던 엄마 윤주의 옛 적들이 당장에라도 눈앞에 튀어나올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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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릿 7화 올립니다. 여전히 내용은 지난 화 연장선상이고, 아직 별 사건은 일어나지 않은 상태네요;
 다음 화쯤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면 좀 분위기가 살련지;;; 암튼 또 4일 정도 뒤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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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시 2011.01.19 16:24

    크 1등요 ㅋ

  • profile
    클레어^^ 2011.01.19 20:23

    헉! 진연씨는 아무 죄 없는데...

    과연 윤주 여사님의 적은 왜 진연씨마저 노리는 걸까요?

  • profile
    윤주[尹主] 2011.01.22 20:04

     그건 다음 화에 나옵니다...어쩌면 그 다음화에;;

  • profile
    천무 2011.01.20 08:36

    시크릿가든!

  • profile
    윤주[尹主] 2011.01.22 20:05

    은근 신경쓰고 있던 걸 찌르시다니!! 솔직히 연재시작하면서 제목 고민 좀 했어요. 드라마랑 이미지 겹치면 어쩌나 하고ㅠㅠ

  • profile
    시우처럼 2011.01.21 00:36

    꼭 저런 상황에서 뭔가 사단이 나죠. ㅋㅋ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음화 독촉 들어갑니다. ^^

  • profile
    윤주[尹主] 2011.01.22 20:05

     오늘 몇일이죠? 저녁쯤에 한 회 올려야겠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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