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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엄마란 사람, 어찌해볼 수 없을 정도 무사태평한 무능력자였어어. 어째서 그딴 년에게 버려져야 했는지, 우리가 그 정도로 가치 없는 존재들이었는지이……. 물로온, 이 세상이 쓸 데라곤 없이 허섭스레기란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요오."


 진연에게 창을 겨눈 채, 사랑하는 딸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한쪽에선 반려 아가씨가 누운 채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쪽에선 삽살개 적막이 혀를 쭉 빼고 온 몸을 바닥에 찰싹 붙인 채 역시 눈 하나 깜짝 않고 있었다. 마녀를 통째로 삼킨 지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이게 다 엄마 윤주 죄 탓이라고 사랑하는 딸은 말했다. 죄를 지은 장본인, 엄마 윤주는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다. 따라서 딸인 진연이 엄마 윤주가 지은 죄를 대신 갚아야 한다고, 그녀는 거듭해 말했다.

 솔직히 진연은 사랑하는 딸 말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엄마가 죄를 지었건 말건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람? 겨우 그딴 이유로 자기 목숨이 위협받는다니, 벌써 수차례 얘기했지만 어이없을 노릇이다. 죄를 지은 건 엄마지 내가 아냐. 진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그녀도 인정했다. 이 모든 사태, 즉 제 생명을 위협받고, 반려 아가씨는 죽어가고, '왕좌' 아틀라스 위시현는 감금된 이 모든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꾸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진연 자신일 거란 사실 말이다.

 그야 진연이 마녀나 반려처럼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딸이 유독 진연에게 여유로운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진연이 무언가 바꾸어놓을 수 있을 리 없다. 사랑하는 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하고 진연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바로 자신이 뭔가 해야 하진 않을까. 사랑하는 딸이 여유부리는 지금, 자신만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당연 그렇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자기 아닌 남 죄 대신 뒤집어쓸 바에야 차라리, 목숨을 걸고서라도.

 질릴 정도로 되풀이하는 얘기지만, 난 진연이지 엄마가 아니야.

 증명할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진연은 사랑하는 딸 몰래 곁눈질로 꽁꽁 묶인 위시현을 수차례 엿봤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된 걸까요오?"


 한참을 혼자 떠들던 사랑하는 딸이 돌연 진연에게 말을 걸었다. 진연은 긴장하는 테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무슨 말이야?"

 "당신 말예요오.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아녜요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어머니에 관한 건데에."


 진연을 보면서 사랑하는 딸은 한심하단 표정을 지었다. 잠시 망설였다가 진연이 입을 열었다. 나도 알아.


 "나도 알고 있어. 어째서 엄만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는지. 귀띔이라도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아무 말도 안 해준 건지."

 "음, 어쨌거나 저한텐 잘 된 일이죠오."


 짓궂은 표정을 하고서 사랑하는 딸은 말했다.


 "귀찮은 일 일어날까봐 더는 신경 안 써도 될 테니까요오."

 "너무 우쭐대는 거 아냐? 왜 그, 지렁이도 꿈틀하는 재주 있다고들 하는걸……."


 말을 해놓고도 진연은 아차 싶었다. 자칫하면 자기 의도를 사랑하는 딸이 눈치 채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녀 예상대로나마 사랑하는 딸도 진연이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정돈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잠시 의외란 듯 눈썹을 꿈틀대었던 사랑하는 딸은 그러나, 곧 코웃음 치며 진연이 한 말에 대꾸했다.


 "어머, 지렁이 한 마리 꿈틀하는 정도로 차려 놓은 상을 뒤엎을 수 있을 것 같나요오? 인간은 약하죠오. 특히 당신은, 주술에 대해 면역이 전혀 없는 당신이라면 이 창 끝으로 살짝만 찔러도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오?"

  인정하세요오. 이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구요오."

 "내가 아냐."


 지극히 불리한 상황 탓이었을까. 진연은 그녀답지 않게 허세를 부렸다.


 "지나치게 주위가 조용하지 않아? 문 밖에 있을 네 그림자들은 다들 어떻게 됐을까? 어째서 저 개는 도통 움직이지 않고 저렇게 퍼져만 있는 거지? 이게 정말 네가 바라던 상황이야? 혹시 말인데, 다른 녀석이 바라던 상황인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진연은 일부러 조금 뜸을 들였다.


 "예를 들자면, 그래. 마녀라던가."


 의외로 사랑하는 딸이 보인 반응은 컸다. 마녀란 말을 듣자마자 사랑하는 딸은 잔뜩 긴장해 지나치게 주위를, 특별히 마녀를 집어삼켰던 적막을 경계했다. 대체 어떤 사건이었던 걸까, 전에 마녀에게 굴욕을 겪었다던 건. 진연은 슬그머니 사랑하는 딸에게서 몸을 피했다. 뭔가를 떠들어대는 사랑하는 딸 눈치를 보면서 진연은 서서히 아틀라스 위시현에게로 다가갔다.


 "그래요오. 지난번에도 그랬었죠, 당신으은. 그 때도 분명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에, 당신이 결과를 완전히 뒤집어놓았어요오. 그 아가씨, 당신의 반려까지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을 때, 마녀 당신은 끝끝내 설득되지 않고 적막과 싸워 이겼어요오. 심지어 저마저도오……."


 사랑하는 딸이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듯 재잘대는 와중에 진연은 어느새 묶여 있는 아틀라스 위시현 곁에 가까워졌다. 조금만 더, 하고 진연은 생각했다. 조금만 더 사랑하는 딸이 한눈을 팔아 준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역시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였던 모양이다.


 "그러니 더 한눈 팔 수 없지 않겠어요오? 그런 일, 또 한 번 겪고 싶지 않다면 말예요오."


 어느 샌가 다가온 사랑하는 딸이 진연 얼굴에 창끝을 바짝 내밀었다. 아차, 진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아쉬워했다. 진연이 있는 자리에서 아틀라스가 있는 곳까진 기껏해야 한 팔 쭉 내뻗으면 닿을 법한 거리였다.


 "어차피 당신은 아무 것도 못 해요오. 저렇게나 단단히 묶여 있고오, 또 이렇게 제가 있는 걸요오? 그런데도 당신은, 뭔가 할 수 있다고 아직도 생각하는 건가요오?"

 "조금만 더 한 눈 팔아줬다면 묶인 것 정도는 풀어줄 수 있었을 거 같았는데."


 아쉽단 듯 능청을 떨면서도 진연은 속으로 잔뜩 긴장했다. 상대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심지어 원한다면 언제라도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입장이기도 했다.


 "이젠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네요오."


 아쉽게 됐죠, 당신에게엔? 사랑하는 딸은 그렇게 말하곤 창자루를 고쳐 잡았다. 금방이라도 진연을 찌르고들 기세였다. 진연은 눈을 감지도, 뜨지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실은 자신이 창에 찔리는 순간 따위 보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지 않은 건, 그럼에도 상대에게서 완전히 눈을 돌리면 정말로 희망 한 점 남지 않고 져 버릴 것만 같아서였다.

 그렇지만 역시나, 창날이 자기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걸 마냥 눈뜨고 바라볼 만한 담력이 진연에겐 없었다. 마지막 순간에 진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저도 모르게 몸이 뒤쪽으로 쏠려 균형을 잃어, 그 순간 진연은 거의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아버렸다.

 그 와중에 손끝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닿은 건 그야말로 우연이라 해도 좋을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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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화는 여기까지. 다른 때보단 조금 짧네요^^;

 대략 셈해 봤지만, <시크릿>은 아무래도 6월 초까지 갈 모양입니다. 그렇다해도, 5월 내에 거의 완결이 나서, 6월 초에 올리는 부분은 에필로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상황을 봐서 연재 주기에 변동을 줄까 합니다. 역시 <시크릿>은 5월 중에 연재가 끝나는 게 가장 바람직해 보여요. 개인적인 상황을 봐도 그렇고, 내용상으로도 그렇고.

 결말을 향해 한참 치닫는 <시크릿>, 많이들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왕이면 잘봤습니다, 한 마디 댓글도 좋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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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1.05.10 09:11

    아앗, 진연씨, 시현씨, 위험해요~!!

    누가 좀 구해줄 사람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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