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6 06:51

시크릿Secret(22) - Ch. 8 속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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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잖아요…….자기 딸 이기는 부모가 세상천지 어디 있겠어요?"


 바리 말에, 마녀와 진연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진연이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뻐끔대며 마녀를 바라보았다.


 "저, 저, 저게 무슨 말,"

 "말하잖아. '사랑하는 딸'이 자기 자식이라고."

 "뭐야, 넌 알고 있었어?"


 진연이 묻자, 마녀는 귀찮단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애 딸린 아줌마인줄? 물론 알았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긴걸."

 "잠깐,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바리가 '사랑하는 딸'을 낳았고, '사랑하는 딸'은 버려져서 그림자들 사이에서 자랐고, 그 '사랑하는 딸'이 엄마 유품을……."

 "됐어,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거든?"


 횡설수설하는 진연을 내버려두고 마녀는 바리를 쳐다보았다. 마녀 눈에는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불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이제 와서 발 빼겠단 이유가 뭔데?"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자식은 자식이에요. 그 앨 더 이상 자기 손으로 괴롭히고 싶지 않을 뿐예요."

 "헛소리 마시고. 자식이라 봐야 별 거야? 어차피 너한텐 걔, 낳고 버린 자식일 뿐이잖아."

 "그래요! 팽개쳐 버린 자식이라구요!"


 바리가 돌연 언성을 높였다.


 "이름 받기 전, 그 애를 낳았을 때 저는 살아 있는 것도, 죽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게 내가 낳은 핏덩이란 것도, 그 앨 보살피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란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죠."

 "이제 와서 변명하려는 거야? 어쨌든 애를 버린 건 네 잘못이었어."

 "변명하려는 거 아녜요! 인정하는 거죠. 속죄하려는 거라구요!"


 그래서? 마녀는 낮은 목소리로 바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넌,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마녀가 굳이 소리 내어 묻지 않아도, 그녀가 무엇을 묻는지 바리는 잘 알았다.


 "걘, '사랑하는 딸'은 제 자식이에요. 이미 전 걔한테 잘못이 커요. 너무나도 커서, 어떻게 만회할 수도 없을 정도로요. 제멋대로 낳고, 제멋대로 팽개치고, 그래서 세상을, 인간을 저주하는 괴물로 자라게 방치했어요. 거기에 제 손으로 그 애한테 고통을 주라구요? 그렇겐 할 수 없어요. 이미 충분하다고요!"

 "너 그거, 변명밖에 안 돼."


 마녀가 싸늘하게 바리에게 말했다.


 "이미 충분하다고? 뭐가? 그동안 너무 모질게 대한 거 같아? 그래서 이제라도 착한 엄마가 되 보시려고? 하, 웃기시네. 그게 네 생각에 옳은 것 같아?"

 "지은 죄 갚진 못해도 더 쌓지는 말아야죠……."

 "성자 나셨네! 얘기 나온 김에 말할게. 나, 너 그렇게 착한 척 하는 거 맘에 안 들었어. '사랑하는 딸'한테도 그렇지만, 뭘 그렇게 남들 사정 다 봐주고 다니느냔 말야. 네 등에 짊어진 그거, 전부 딴 사람들이 지은 죄지? 널 알지도 못하고, 네가 자기들 죄 대신 져준대도 반가워할 사람들 하나 없는데 뭐 하러 그걸 그렇게 대신 갚겠다고 이고 지고 다니느냐고."

 "그건 지금 할 필요 없는 얘기 같은데요."


 두 사람 대화를 듣던 진연은 화들짝 놀라 바리 등을 보았다. 형태도, 깊이도 모를 어둠이 그녀 등에서 솟아나와 날개처럼 펼쳐져 있었다. 저게 사람들이 지은 죄라고? 문득 어둠 속에 무언가 떠올라 진연 눈앞에 펼쳐졌다. 하나같이 비명으로 점철된, 수천수만 가지 TV 채널을 같은 수 모니터로 동시에 틀어준 걸 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 진연은 현기증이 일어 살짝 비틀거렸다. 그때 누군가 그녀 눈앞을 손으로 가렸다.


 "똑바로 보면 안 돼요."


 진연 두 눈을 손으로 가린 채 반려 아가씨가 말했다.


 "보아서는 안 돼요. 죄를 진 본인들만이 오로지 자기 죄를 똑바로 볼 수 있으니까요."

 "결국엔 말인데, 넌 너무 남들에게 모질지 못해서 탈이라니까."


 반려 아가씨가 눈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 진연은 바리와 마녀 목소리를 들었다.


 "네 딸이라 안쓰러워? 괴롭히지 못하겠어? 진짜 엄마면, 자기 자식 잘못이면 더 모질게 해야 하는 거 아냐!"

 "그건 자식 제대로 돌보고 키운 부모나 할 수 있는 소리죠!"

 "결국 지은 죄가 있어서 안 된다 이거네? 넌 항상 그래! 죄 지으면 안 된다, 지은 죄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 꼭 죄에 강박 관념 있는 사람 같다고! 근데 그거 알아? 너 그거 위선이다? 얼른 보기엔 착한 사람같이 보이겠지. 사실은 겁쟁이에 비겁한 것뿐인데!"

 "그러면,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살란 말예요?"


 내가 뭐! 마녀가 잔뜩 화내며 항변하는 말소리가 진연에겐 마치 울부짖음처럼 들렸다. 바리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기세를 높였다.


 "믿는 것도 없이, 지킬 것도 없이, 그렇게 살라구요? 뭐든지 자기 좋으면 그만, 저 반려란 여자도 그래서 데리고 다니는 거잖아요? 응석부리는 대로 다 받아주고, 하라는 대로 다 해주니까.

 당신이 쓰는 그 향, '안식향'도 그래요. 본래라면 사람 죽은 뒤 흩어져 사라져야 할 혼령들을 붙잡아 가둬두고 내키는 대로 다루잖아요? 진작부터 얘기해야 했지만 그거, 좀 너무하단 생각 안 들어요?"

 "어차피 사라질 거 좀 긁어모으면 어때서?"

 "끔찍해요! 당신은 인간도 아냐! 이번 일도 마찬가지죠? 진연 씨 진정으로 도우려는 생각 눈곱만큼도 없잖아요! 당신은 그저, 윤주 씨가 남겼다는 그 '왕좌'를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것뿐이니까!"


 뭔가 믿기지 않는 얘기들을 들어 버렸다. 진연은 멍하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바리의 속죄, 마녀의 자유분방함, 안식향, 왕좌. 오만 가지 것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되어 정돈되지 않았다. 무슨 얘길 하는 걸까? 대체 이것들이 다 뭐야?


 "저기 있지,"


 복잡한 머리를 흔들며 진연이 간신히 말을 꺼냈지만 들어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좋아, 원하는 대로 해버려! 이젠 네가 뭘 하건 신경도 쓰지 않을 테니까."

 "잘됐네요. 저도 더 이상 마녀 씨보면서 얼굴 붉히고 싶지 않는걸요?"

 "바리, 너는."


 그제야 바리는 진연이 말을 걸어온 걸 눈치 챘다. 바리는 화를 가라앉히고 인상을 폈다.


 "죄송해요. 끝까지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 여기 남으려고?"

 "걱정해주는 거예요?"


 괜찮아요. 바리는 진연을 다독여 안심시켰다. 꼭 다시 보자. 어쩐 이유에선지 진연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이 툭 튀어나왔다. '사랑하는 딸'과 바리 사이 관계를 이해한 탓일까?

 그 순간에 저절로 엄마 윤주 생각이 진연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기 딸 이기는 부모는 없는 걸까?"

 "딸 입장에선 그렇게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요."


 이어진 바리 대답은 마치 진연 속마음을 훤히 읽은 것만 같았다. 진연은 조금 부끄러웠다.


 "이제 됐어요. 그만 들어가세요."


 바리 배웅을 받으며 진연과 반려 아가씨가 문 안으로 들어섰다. 홀로 남은 바리를 보고 뭔가 말하려던 마녀도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 등에 대고 바리가 말했다.


 "당신이 지은 잘못 말예요, 그건 절대 안 없어져요. 언젠가 가장 적절할 때, 당신에게 모조리 되돌아오겠죠."


 언뜻 들으면 억하심정에 그냥 해보는 소리 같았지만 분위기 탓이었을까, 바리가 한 그 말은 마녀에게 무슨 예언처럼도 들렸다. 마녀는 피식, 비웃곤 문 안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이 완전히 문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문은 저절로 끼익,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제 됐어, 하고 바리는 문 앞에 바로 섰다. 지평선으로부터 그림자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어왔다. 개중 선두는 바리와 불과 스무 발자국 안까지 들어와 있었다. 검은 그림자들의 파도를 보며 바리는 날개를 펼쳤다. 마녀가 사람들의 죄라고 말했던, 그리고 진연이 소름끼치는 환영을 보았던 그 시커먼 날개로 등 뒤에 있는 커다란 문을 완전히 가릴 것처럼 활짝 펼친 채 정면에서 오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너희가 죽으면 그 앤 분명 슬퍼할 거야."


 하지만, 하고 바리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낳은 어미로서, 딸자식 저렇게 망쳐놓은 너희만큼은 절대로!"


 와글와글 대던 녀석들 무리 속에서 서너 마리 그림자 녀석들이 튕겨 나오듯 달려들었다. 순간 바리 등 뒤에서 솟아난 검은 날개가 그들 모두를 일제히 덮쳤다.


====================

 <시크릿> 22화입니다. 글자 크기를 조금 키워 봤는데 어떠신가요?

 결전을 앞두고 이렇게 바리는 일행을 떠납니다. 이제 진연과 마녀, 반려 아가씨 세 사람만으로 사랑하는 딸을 상대해야 하는 거죠. 이제껏 모든 흑막이라고만 나왔던 사랑하는 딸이 과연 어떤 인물인지는 차후 화를 확인해 주세요^^;;

 그나저나 역시 조용하네요. 시험기간이 가까워와선지, 학교 주변도 오늘은 비교적 조용합니다. 그렇다고 술집, 호프집들에 손님들이 없는 건 아니고, 떼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들도 없진 않지만요; 창도도 요 며칠 사이는 평소보다 더 심하게 조용한 것 같네요. 글 올라오는 것도 없고;;

 저는 뭐 천재지변이 나거나, 중병에 걸리거나, 갑자기 축하받을 일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 연재 올릴 거 같습니다. 할 일이 딱히 없단 거죠, 한 마디로.
 아무튼 간에 시험보시는 분들, 모두 좋은 성적 거두시길...그럼 모레 다른 연재글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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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1.04.16 07:22

    아앗, 아직 학생이신가 보네요. 부럽습니다 ㅠㅠ(본인은 졸업한지 어언 3년 ㅠㅠ)

    그나저나 이번 것은 좀 살벌한 듯 하네요...;; 대체 마녀씨는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 profile
    윤주[尹主] 2011.04.16 21:19

     부럽긴요. 제대로 직장 가진 분이 대단하신걸요;;


     원래 제 멋대로 살아가는 게 마녀 성격입니다. 친구 생기기 힘든 타입이죠, 분명. 특히나 바리 같은 인물과는 더더욱 상성이 좋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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