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3 18:28

이그드라실! 후일담

조회 수 388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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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저녁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떠올려 보자. 혹자는 웃겠고, 다른 혹자는 울겠지만 어쨌건 전체적으론 큰 사고 없이 무사한 그런 마을 말이다.

 그 한 구석에서, 낯부끄런 꿈 때문에 온 몸을 배배 꼬며 잊어버리려 애쓰는 귀여운 후배도 한 명쯤은 있을 법하다.


 "아냐! 그건 노 카운트! 꿈에서 한 건 노 카운트라고! 으으으으으~ 어째서 자꾸 생각나는거야? 하필이면 선배 앞에서, 그런 여자애랑 키스라니!"


 또 한 구석에선 마르고 초췌한 몸을 누일 장소를 찾아 서성이는 부랑자 유다도 한 명쯤 있을 법하다.


 "배고파...제길, 그 녀석에게 캔커피 따윌 사는 게 아니었어."


 그 마을 어딘가, 평범한 집 안에는 틀림없이 우리 주인공 선호와 작은 여신 또한 있을 법하다. 세상이 멸망하지 않은 걸 안도하면서, 또 모든 일이 원만하게 잘 마무리된 걸 자축하면서 말이다.


 "아함~,이제 슬슬 졸리구나. 긴장이 풀려서인가?"

 "들어가 먼저 자지 그래? 좀 있으면 부모님께서도 돌아오실 테고."

 "그거 말이다만, 왜 내가 있단 걸 너희 부모님께 감춰야 하느냐? 두 분도 나에 대해 알고 계시면 여러모로 편하지 않느냐? 지금처럼 미리 숨을 필요도 없고, 집 비우고 나서야 슬그머니 나와서 냉장고 털 필요도 없고 말이다."

 "...학교 간 사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냐, 넌?"

 "아무리 나라도 가끔은 배를 채우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안 돼! 너 같은 어린애를 내 방에서 재우고 있단 걸 부모님께서 아시면, 사정 들어보시지도 않고 둘 다 내쫓으실지도 몰라."

 "어린애라고! 이...그렇게 어린애 아니라고 내가 얼마나 말했는데!"

 "아, 아니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사람들 보기엔 그렇다 이거지, 아얏!"

 "객관적? 사람들 보기에? 흥, 어디 얼마나 더 그딴 말 할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에잇! 에잇!"

 "그만 둬! 막 그런 델 밟지 마! 꼬집지도 마! 왜 이빨을 들이밀고 날리야! 그 꽃병은 내려 둬! 두 분 결혼기념일에 산 거란 말야!"

 "내가 알 쏘냐! 으랴아아앗!"

 "아 진짜, 그만 두래도...."

 "?"

 "!"

 "?"

 "...어, 엄마? 일찍 들어왔네?"


 어쨌든 세상은 오늘도 평화로운 저녁을 맞는다. 대체적으로는, 아무 심각한 문제도 없이.


 - End -  


========================================

 <이그드라실!>을 마무리짓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어쩌면 여지껏 제가 써왔던 글들 가운데 가장 만화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되도록 단순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고 중간부터는 캐릭터도 현실적이기보단 만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복잡한 설정이 이래저래 붙고, 이야기는 단조로워지고, 인물들은 생각보다 가볍게 되질 못했습니다. 앞으로 글을 계속 쓴다면, 그건 제가 극복해나가야 할 점들이 되겠죠.

 향후엔 <이그드라실!>과 비슷한 이야기를 더 써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미정입니다만, 설정은 <이그드라실!>과 같되 캐릭터는 다른, 그러면서 지금처럼 즉흥적으로 써내려가는 그런 글을 고민중에 있습니다. 일단 유망한 계획으론, 양아치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는데, 주인공이 남자가 좋을지 여자가 좋을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네요. 그건 또 구상이 어느 정도 되면 써볼 참입니다.

 아무튼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요. 또다른 글로 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아직도 실시간 대화보단 글이 더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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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乾天HaNeuL 2012.05.14 22:19
    개인 소견으로 연애 전선 발달 과정이 좀 흐릿하네요.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됨.(뭐... 사랑이 이성만 가지고 하는 건 아니지만... 에이 뭐 전 글렀음. 이미 주판알 두들기고 있는 사람이라서. ㅡ,.ㅡ;)
  • profile
    윤주[尹主] 2012.05.15 04:09

    하늘 님 말씀이 맞아요 ㅎ 연애 관계 제대로 쓰려 했으면 이야기가 좀 더 길어져야 했을 듯요. 이래저래 불충분하게 넘어간 부분이 많았죠 ㅎ 좋은 지적 감사요~

    글고 이성적으로 골라 사랑 하게 되더라도, 같이 지내보면서 부대끼다보면 주판 안 튕겨봐도 조건없이 사랑하게 될 때가 올 거에요. 세상에 그런 희망도 없이 어떻게 사나요!! 하늘님도 아직 안 글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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