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4 16:45

이그드라실! 10화

조회 수 416 추천 수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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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겸에게 물었다.


 "어떤 애가 너 좋다고 쫓아다닌다고 쳐."

 "제길, 나 이 부러운 자식."

 "안 어울리니까 개그는 삼가라, 좀."


 어째서 평소 성격에도 안 맞는 짓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간에, 그런데 그게 좀 신경에 거슬려. 때도 장소도 안 가리고 쫓아다녀서 가끔 그 애 시선이 느껴지면 조금 섬뜩하다 싶을 정도야. 그럼 넌 어떻게 할래?"

 "섬뜩하다니, 어째서?"

 "질문에 질문으로 되돌리기냐?"

 "물론,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는데?"


 ...호기심이 들긴 하지만 지면상 관두기로 하자.


 "어째서라니, 좀 심하잖아. 그 애도 나름 사생활이 있을 텐데 이 쪽 쫓아다니느라 아까운 시간 다 허비하는 거고..."

 "착한 척은 그쯤 해둬. 걔가 저 좋다고 하는 거 아냐. 네가 심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뭔지, 그걸 말하라는 거야."


 이런 녀석 곁에 있으면 이미지 메이킹따위 절대 못 하겠지. 언젠가 미팅이라도 하게 되면 결코 데리고 나가서는 안 될 놈이다.


 "쳇, 알았어. 그러면...불편하기 때문 아닐까? 항상 감시당하고 있단 느낌, 내가 어딜 가서 무얼 하든 꼭 걔 눈치를 봐야 할 거 같단 그 느낌 탓에 말야."

 "걔가 네게 직접적으로 뭔가를 한 건 아닌데?"


 그러고보면, 딱히 선예가 직접 내게 피해를 준 적은 없는 것같다. 오히려 먹을 걸 챙겨주니 고맙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내가 대답을 못 하자, 윤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한 번 이유를 맞춰 볼까? 그 관계가 나중에 어떻게 발전할지 두려운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생각해 봐. 지금은 그저 쫓아다닐 뿐이야. 조금 귀찮긴 하지만 따라다닐 뿐이지 그 이상 피해는 없다는 거지.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상대가 쫓아다니기만 할까?"


 그러고보면 내가 선예를 두려워하는 건 그녀가 지금 내게 하는 행동들보다, 앞으로 그녀가 내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윤겸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걔에게도 있지만, 그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는 네게도 약간은 있는 거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보니, '이게 나중에 나쁜 일이 되지 않을까,'라고 지레짐작하는 거지. 실제로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좋은 일이라니?"

 "그러니까, 아예 사귀어 버린다거나."

 "야!"

 "왜 화를 내고 그러냐? 어디까지나 가정 아냐?"


 네녀석에겐 가정이겠지만 내겐 현재진행중인 사건이거든? 아주 잠깐이지만 녀석에게 사실을 밝히고 싶단 충동이 들었다. 선예에 대한 일은 아직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선호 넌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렇게 생각해. 그 여잔 표현을 잘 못할 뿐이지, 어쨌든 상대를 좋아하니까 쫓아다니는 거라고. 정상적이라면 고백을 한다거나 남자에게 좋아한단 눈치를 보내는 거겠지만, 여자한텐 그 정상적인 행동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건지도 모르잖아? 고백을 해야 한다면 남자가 먼저 여자에게 해야 한다는 의식도 아직은 있고."

 "이쪽이 먼저 고백해주길 바라는 거라고?"

 "그런 거지. 뭐, 이대로 연애를 할지, 인연이 아니라고 하고 헤어질지는 두 사람 사이 문제겠지만, 어느 쪽이건 최대한 빨리 확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얘기 안하면 상대방은 모를 거 아냐? 계속 오해하게 놔두는 것도 좋지 않다고."


 윤겸이 한 말이 전부 새겨둘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도움이 됐다면, 선예가 나를 쫓아다닌 게 이상행동이 아니라 의외로 평범하게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걸까.

 이그드라실에게, 선예에 대해 말하는 건 시기상조인 듯하다. 본관 앞 커다란 전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는 속으로 그렇게 결론지었다.

 그러고보면 여신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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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화는 짧게 갑니다.
 D-3에서 D-2로 넘어가는 이벤트입니다만, 다음 화부터 이야기가 너무 급전개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다음 화에 큰 반전을 예정해두고 있거든요. 보통 이렇게 예고하면 정작 본편은 별로 놀랍지도 않고 그저 그랬던 경우가 많았던 거 같긴 합니다만...;

 여담입니다.
 어젯밤 꿈에서 헤드헌터가 나타나 Dip~뭐라고(혹은 디플~) 하는 회사를 소개시켜 줬습니다. 무슨 회산지 아시는 분은 알려 주세요. 물론 그렇다고 어젯밤 꿈이 썩 믿을 만하게 생생했던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배경이 영화 속 텍사스처럼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고...;;
 아무튼 오늘 하루도 잘 지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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