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8 07:06

이그드라실! 3화

조회 수 543 추천 수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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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별관 뒤 구석진 곳에 쓰레기 소각로가 있었다. 선생님들 눈을 피하기엔 그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물론 경비 아저씨들 눈 피하기도 마찬가지다.

 늦은 저녁, 나는 그 소각로 그늘에 기대어 학교 안에 숨어들었다. 주말 저녁이었기에, 당연히 별관 안은 불빛 한점 없이 고요했다. 지난 99일동안 줄곧 그랬듯이.

 거리로 보자면 별관 왼편으로 빠져나가는 편이 나았다. 왼편 공터를 가로지르면 별관 앞 오래된 본관 건물까지 아무 장애물 없이 지날 수 있다.

 다만 본관 옆 기숙사가 마음에 걸렸다. 주말이지만 기숙사에 남아 있는 애들도 있고 사감 선생님도 분명 거기 있을 것이다. 행여나 공터를 가로지르다 기숙사에서 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있으면 얄짤없이 걸리고 만다.

 차라리 별관 오른편을 빠져나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쪽이라면 체육관 앞을 가로질러 본관 쪽으로 나갈 수 있다. 물론 운동장 건너편 정문 수위실에서 보면 들킬지도 모른다. 나는 고민끝에 상대적으로 먼 거리와 운에 기대기로 했다.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100일째 되는 그 날도 아무 문제 없이 무사히 전나무 앞에 도착한 나는 적잖이 안도했다. 이게 제발 마지막이길! 크게 숨을 들이내쉬며 마음을 안정시킨 후에, 나는 그 커다란 나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제발 수능 만점맞을 수 있게 해주세요. 아니, 만점까진 바라지도 않으니까 최소한 전과목 1등급...아니, 인서울. 아니...이 근처 국립대라도 좋으니까..."


 어릴 땐 머리 좋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학원을 다니면서 선행학습을 죽 해온 결과긴 했지만 학교에서도 성적은 좋았다. 고등학교 오기 전까진 대학은 소위 SKY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아니, 고3 수험생이 되기 전까진 심지어 내가 그런 학교들과 인연이 없지 않으리라는 어리석은 착각도 했었다.

 바보같다고? 물론 그랬다. 배부른 고민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내 고민이 배부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나보다 낫다.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 이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거니까. 내가 아는 삶의 방식이라곤 오직 그것뿐, 좋은 성적을 받아서 남들 인정받는 바로 그것밖에 없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고 느꼈다. 온갖 것에 화가 치밀었고, 또 그것 때문에 우울해졌다. 이런 바보같은 짓에 매달리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이깟 나무 주위를 하루이틀도 아니고 백일씩이나 빙빙 돈다고 무슨 기적이 일어난단 말야!

 홧김에 발치에 걸린 돌을 찬 순간, 돌연 주위가 대낮처럼 환해졌다.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숨을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들켰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발은 바닥에 딱 붙어 움직일 생각을 않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사감 선생님이나 수위 아저씨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때 내 귀에 노랫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작은 소리였지만 이내 빈 운동장을 가득 채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까지 커졌다.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주로' 여자아이의 것이었다. 목소리는 하나뿐만이 아니었고, 악기 연주까지 뒤따르고 있는 데다 심지어...


 "키스 주고 싶어!(Ye! Ye! Ye!)

  꼭 안아 하고 싶어!(Ye! Ye! Ye!)

  하늘에서 내려오는 T☆ROU★BLE Maker!"

 '심지어 오글거려!'


 전연령 애니메이션 오프닝같은 정체 모를 노랫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질 찰나, 그것은 갑자기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전나무 위, 굵은 나뭇가지와 상록수의 바늘같은 잎들 속에서, 자기가 부른 노랫가사처럼 하늘에서 하강하듯 천천히 땅 위에 두 발을 디딘 그것은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도 못한 내게 이렇게 말했다.


 "후, 후, 후. 어떠냐, 여신의 등장이! 깜짝 놀랐겠지? 이렇게 가슴 한편이 찡~하고 울렸겠지?"

 "응? 아, 뭐..."

 '찡~하고 울렸다기보단 짠~했달까...'

 "그래, 그래. 넌 인간이면서 보는 눈이 있구나. 좋아, 좀 더 칭찬해도 좋다구."

 "아니, 저기..."

 "오호호, 가엾기도 해라. 이 몸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이 나간게로구나. 괜찮다. 그대에겐 죄가 없으니. 죄가 있다면 전부 이 몸에게 있는게지."


 어딜 봐서 '죄많은 여자'냐! 어디에 '넋이 나갈 만한 자태'가 있단 거야! 여자에겐 달리 어울리는 단어가 있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아도 손색없이 딱 맞는 단어가.


 "아까 그 화려한 출연은 어떻게 한 거니, 꼬마야?"


 자칭 여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꼬마?"

 "사감 선생님 애니? 이렇게 늦게 혼자 뭘 하고 있었어? 어른들한테 데려다줄까?"

 "뭐?"

 "어차피 같이 가준다 해도 기숙사 근처까지만 데려다주겠지만 말야. 아, 하지만 방금전 소란피운 것때문에 어차피 누군가 여기로 올지도 모르고...악! 그러고보니까 나 지금 도망쳐야 되는 거지!"

 "뭘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거야!"


 아이는 구령대 위로 올라갔다. 바보처럼 허둥지둥대는 내 모습을 키 140cm 가량인 꼬마애가 내려다보기엔 그 높이가 딱 좋았다. 그래봐야 헐렁한 초록색 반팔티, 아랫단을 접어 올린 디자인의 카키색 반바지를 입은 아이는 동네 개구쟁이 그 이상으론 결코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허리에 두 손을 댄 채 아이는 나름 근엄을 뽐내며 내게 말했다.


 "보아라! 어리석은 인간아! 엎드려 빌어라! 세계수의 여신, 삼계에서 비할 자 없이 전지전능한 여왕 이그드라실 앞에서!"

 "미안하지만 너랑 놀아줄 시간은...으앗!"


 한순간에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기도 전에 나는 내 자신이 구령대 아래 바닥을 보고 있단 걸 의식했다. 팔다리는 내 의사와는 달리 땅바닥에 완전히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아이 앞에서 거의 오체투지를 한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머리 위에서 꼬맹이가 이렇게 운을 떼었다. 이제 좀 보기 좋구나.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무지한 인간아."


 적어도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항상 패배자이기만 했던 내게 있어 그런 경험은 퍽 낯익은 것이었다.


 "알겠다는 거지. 좋아."


 녀석은 구령대 계단에 앉아 헐벗은 오른발을 나를 향해 쭉 뻗었다. 오밀조밀 귀엽기만 한 발가락을 모아 그녀는 내 턱만을 받쳐 들어올렸다. 굴욕감과 부끄러움이 섞인 묘한 감정 탓에 나는 얼굴을 붉혔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녀가 그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건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이제야 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쿡쿡거리며 웃은 뒤, 소녀는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나는 네 것이다."

 "뭐라고?"

 "어른 하는 말을 도중에 끊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더냐?"


 녀석이 발끝으로 턱밑을 툭툭 치며 항의했다. 나는 이를 갈면서도 순순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녀석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너는 나를 위해 세 끼 식사를 차리고, 입을 옷을 바치고, 몸 뉘일 곳을 마련해 주어라."

 "..."

 "뭐지, 불만이 많아 보이는데? 이 나라 남자들은 으레 자기 여자한테 그렇게 대접하지 않느냐? 그것이 매너가 아니더냐?"


 이 비뚤어진 의식에 대한 책임자를 불러 격렬히 따지고 싶은 기분이 잠시 동안 들었다. 딱히 모 부처라던가, 모 단체라던가, 모 개인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 몸도 뭐, 양심은 있다. 잘 모시어주기만 한다면, 까짓거 이 몸 하나 기꺼이 바칠 수도 있다, 그런 말이다."


 ...아주 잠깐 저 제안에 구미가 당겼다는 것에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자칭 '여신'이 조금만 더 성숙한 모습이었더라면 판단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래, 뭐하면 세계를 구하는 용사라도 만들어주마. 어떠냐?"

 "그런 건 원하지 않아..."

 "뭐라고?"


 소녀는 뜻밖이라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서운 자다...세계의 부귀와 명예를 모두 주겠다는데도 원하지 않는다고 하다니."

 "아니, 그건 확실히 땡기는데요!"

 "아니다, 아니다. 평양 감사도 제가 싫다면 그만이랬느니라. 아무리 거창한 부귀영화라도 본인이 싫다는데 억지로 떠맡길수야 없는 노릇이지."

 "얌마! 처음부터 주기 싫었던 걸 어물쩡 내 탓처럼 넘기지 맛!"


 울컥 하는 마음에 소리를 내질렀다 또다시 턱밑을 차였다. 혀를 거의 깨물뻔한데다 턱밑은 욱신대지만 손발은 여전히 바닥에 딱 붙어 움직이질 않았다. 그런데도 녀석은 여전히 능청을 떨며 턱을 괴고 앉아 휘파람만 불어댔다. 이 악마 같은 놈.


 "그러고보니 아까 뭔가 빌고 있었지. 무엇이었느냐?"

 "빌고 있었던 거?"


 여신의 말에 나는 겨우 잊고 있던 본제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랬다. 이 모든 혼란은 전부 그놈의 수능 성적 때문에 일어난 거였다.


 "내가 수능 시험을 잘 치뤘으면 좋겠어. 이왕이면 전과목 만점으로."

 "쪼잔한 놈."


 진심으로 얘기했더니 곧바로 힐난이 되돌아왔다.


 "겨우 그깟 성적 가지고 징징대며 빌지 말란 말이다! 참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대체 이게 어떻게 되먹은 나라냐? 동쪽으로 가면, '중간고사 좀 잘 보게 해주세요.' 서쪽으로 가면, '수능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남쪽으로 가면, '이번 고시 합격하게 해주세요.' 또 북쪽으로 가면, '승진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시험, 시험, 시험, 시험. 네놈들은 시험 말고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바보들이냐!"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솔직히 그런 생각만 들었다. 이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고서 혼자 잘난 듯 떠들 뿐이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다. 자기들이 그런 상황에 있지 않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시험 따위에 연연하지 않아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내가 따지고들기 전 무슨 생각에선지 그 여자가 먼저 양보를 했다.


 "아무렴 어떤가. 근성도 배짱도 없는 네가 그걸 원한다면, 물론 난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

 "정말이야?"

 "전 과목 만점이지? 그쯤이야 물론이지."


 소녀가 거듭 자기 말을 확인해주자 그제야 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하고 연신 소녀 발치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 바람에, 나는 그때 소녀가 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고개를 돌리고 있던 걸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건, 나에 대해 비웃음이라도 흘리고 있었던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의미가 있을까? 그 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을 내가 해준데도 말이다."


 의미심장한 말에 나는 고개를 다시 들어 소녀를 보았다.


 "약속한 거, 설마 거짓말인 건 아니겠지?"

 "물론.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이래뵈도 여신이다. 두말하지 않아."


 그렇다면 아무 문제 없지 않는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싶더니, '뭐 가르쳐줄까?'라면서 입을 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성적과는 별개로, 네가 시험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고나 할까."

 "그게 무슨 소리야?"

 "에잇, 기왕 이렇게 된 거 속시원히 털어놓아버리지."


 주저하던 소녀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곧바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황당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잘 들어. 세계는 앞으로 일주일 안에 멸망해버릴 거야. 지금 내가 네 시험 성적을 보장해 주건 말건 상관없이 말야."



=====================================================

 3화 재업합니다.
 데이터 이전하면서 일부 글과 댓글이 없어진 거 같네요....연재하시는 분들께서 금방 다시 올려주시겠죠?
 내일쯤 4화 올리겠습니다.

 ps. 이번부터 태그 기능도 써봐야겠네요. 검색하면 다 뜨긴 합니다만;
 기존 창도에서 넘어온 데이터는 태그 적용이 새로 안되는 듯합니다. 이번 화에 링크만 남겨둡니다. 바로 밑에 글 있지만요^^;

 1화 http://www.acoc.kr/xcoc/contents_fiction/23674
 2화 http://www.acoc.kr/xcoc/contents_fiction/2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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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 2012.04.28 07:52
    이그드라실의 말을 들어보니 참 씁쓸하군요.
    대한민국에서는 수능 날이면 고3들이 VIP 대접을 받는다지요?
  • profile
    윤주[尹主] 2012.04.28 21:36

     가끔 보면 나오긴 하죠...그런 괴수가;;

     부럽긴 합니다, 어쩔 수 없이요 ㅎ;

  • ?
    산늘 2012.05.08 04:22

    좀 웃긴 장면들이 있어서 미소가 지어지내요 ㅎㅎ
    저 또한 고딩때는 SKY가 전부인 줄 알았더랬죠.

    이제는 그 밑에 대학들도 다 알지만요..

     

    요즘은 생각하니, 하늘 위에 하늘있다고 외국 물먹은 사람들이 최고더군요.

  • ?
    乾天HaNeuL 2012.05.11 22:50
    현재 첫 글부터 읽는 중. 중간부터 읽었더니 내용 이해가 안 되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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