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1 07:18

발큐리아! 8화

조회 수 439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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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였냐?"


 근처 공원에 데려가 얼굴을 씻게 해놓곤, 나는 호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호진은 내키지 않는단 투로 답했다.


 "얼마 전부터였어요."

 "뭣 때문에? 돈이라도 가져오라던?"

 "..."

 "얘길 하라구,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고! 저 새끼들이 왜 너한테 와서 지랄인 건데?"

 "...이러니까 누나한텐 얘기 안 한 거에요."


 호진은 나직하게, 그러나 내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게 말했다.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조용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이그드라실이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한걸요?"

 "누구? 자칭 여신인가 뭔가 하는 그 꼬맹이가?"

 "분명 내가 그렇게 말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저 두 사람이 그 애를 괴롭히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이다."


 어느샌가 우리 앞에 나타난 여신이 말했다. 뜻밖에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기보다도, 화가 다시 부글부글 치밀어 올랐다. 그 깜찍한 꼬맹이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나는 물었다.


 "야, 너 대체 지금껏 어디 있었는데? 얘가 이 지경이 됐는데 넌 뭐하고 있었냐?"

 "내가 뭔가 했어야 하느냐?"

 "염병할 년,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건 불가능하다. 나는 믿는 자들이 바라지도 않는 행동은 절대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걔네들을 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기 있는 그 녀석이 그렇게 바랐단 말이다."


 호진을 가리키며 여신이 말했다. 내 추궁 담긴 시선을 받으며 호진은 쭈뼛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아요. 그냥....아무도 신경 안 쓰고 그대로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얻어 맞든, 바닥에서 뒹굴든"

 "왜?"

 "어쨌건 그건 제 문제니까요. 남이 해결해준다고 나서봐야 그때뿐이지, 그것만으론 진짜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테니까요."

 "진짜 문제란 게 뭔데? 시발, 지금 너 처맞고 다니는 건 문제가 아니냐? 어이가 없다, 정말."

 "뭐, 그건 그 애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까 그 녀석들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으려 한다 쳐도, 이 애가 더이상 괴롭힘당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으니까."


 여신은 호진 편을 들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안 된다고들 얘기하는 건가? 어째서 가만 놔두라고만 얘기들을 하는가?


 "X까, 시발 새끼들아.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꼬맹이들 주제에."

 "계속 꼬맹이, 꼬맹이 하는데, 이 몸은..."

 "닥쳐, X만한 새꺄! 끼어들 때, 안 끼어들 때도 구분 못하냐?"


 내 기세에 눌려 여신은 입을 다물었다. 자기 혼자선 뭐라고 궁시렁대는 거 같긴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다. 지금 내 문제, 내 상대는 그 건방진 꼬맹이가 아니라, 저 혼자만 하늘이 무너진 양 죽을 상 하고 있는 애새끼니까.


 "보장이 없어? 해결이 안 돼? 시발, 그걸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이런저런 거 다 따지면 언제 뭔가 해볼 건데? 평생 내 문제, 남 문제 따지면서 찌질하게 굴래? X달린 사내 새끼면 사내 새끼답게 아무 거나 좀 해보란 말야!"

 "자기 일 아니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 잘했네. 내 일 아니라고 쉽게 얘기한다 이거지? 웃기셔, 그럼 지는 뭐 얼마나 대단한 양반인데 그래? '내 고민은 나만 이해할 수 있어?' '남들은 내 생각 이해 못해?' 지랄 염병하고 자빠졌네. 누군 뭐 아무 고민 없이 사는 줄 알아? 누군 뭐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줄 아냐고."

 "..."

 "그런 식으로 쳐다보지 마. 너희 같은 새끼들, 우리 엄마같은 인종들 보면 그냥 속에서 천불이 나. 그딴 식으로 겁먹어서 힐끔대는 꼬라지만 보면 짜증이 난다고! 괜히 사람 눈치나 보고, 안절부절못하고, 우왕좌왕대고,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못하고 제자리만 빙빙 돌고 있지. 야, 저딴 년들이 네 발목 붙잡고 있는 게 열받지도 않냐? 저딴 새끼들 때문에 괜한 날 처맞고, 나한테 험한 얘기 듣는 거 짜증나지도 않냐고, X새끼야!"


 내가 심하게 다그치자 호진은 더 입을 굳게 닫아 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할 소리, 못 할 소리 안 가리고 그에게 말을 마구 퍼부어댔다. 그럼에도 호진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기껏해야 어쩌다 한 차례, 입을 열어 한다는 소리가 '죄송하다'는 말 겨우 한마디였다. 순간 진짜 화가 나서 주먹을 쥐었다. 호진이 눈을 질끈 감는 걸 보곤 금세 포기해 버렸지만 말이다. 아무리 성질난다고 아무 죄없는 애까지 팰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만히 우리 둘을 지켜보던 여신이 입을 떼었다.


 "정 그러면 네가 그 애를 지켜주지 그러냐?"

 "내가?"

 "난 그 애를 지켜줄 수 없고, 그 애는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지. 네가 걔를 돌봐주면 모든 게 해결될 일 아니냐?"

 "내가 왜 얘를!"

 "그럼 거꾸로 묻겠다. 넌 왜 이 호진이란 애에게 간섭하고 드느냐? 네가 저 애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아무 상관 없는 타인 아니더냐?"


 딱히 반문할 말은 없었다. 기껏해야 호진과 저 여신을 만난지 겨우 하루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어떻게든 억지를 부려볼 순 있겠지만, 여신이 한 말마따나 내가 호진에게 관여할 자격따윈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그딴 자격 따윌 따지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호진은 계속 얻어맞고, 친구란 놈들은 무시하고, 자격 가진 선생이란 새끼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으로만 떠들어대고.


 여신 앞에선 이렇게 떠들어댔다.


 "그딴 거 상관없어. 생판 타인이면 충고도 못 해주냐? 물론 그 충고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사과해주겠어. 젠장, 고개라도 숙이라면 숙이고 절하라면 절이라도 해준다. 사과할 때는 하더라도 그게 진짜 상대방 위한 거라면 얘기해 줄 수도 있는 거 아냐?"


 내 얘기를 듣고, 여신도, 호진도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내 얘기가 감동적이었거나, 혹은 유치하게 들렸거나.


 아무래도 답은 후자인 모양이었다.


 "책임감 없는 중생이다. 충고는 해도 직접 돌봐주는 건 못한다 이거냐?"


 여신이 한심하단 듯 한마디 던졌다. 뒤이어 호진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러니까 누나 곁엔 아무도 안 다가가는 거에요. 타협도 없고, 남 눈치 조금도 안 보는 누나가 다들 부담스러우니까."


 말을 남긴 채, 호진은 가방을 챙겨들곤 자리를 떴다. 나는 구태여 호진을 말려 붙잡지 않았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실은 여신이 한 말도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 나와 호진의 관계는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아무 관계 없는 타인 보듯 호진을 대하자니, 까닭 없이 분노가 치솟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도무지 그 녀석을 마냥 내버려둘 수 없을 것같다.


 가만 있던 여신이 내게 문득 말을 걸었다.


 "기회를 주마. 네가 진심으로 저 애를 위한다면, 저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게 뒤를 밟거라. 그러면 알게 될 거다. 저 애가 가진 진짜 문제가 뭔지 말이다. 어떠냐? 몰래 저 애 뒤를 밟을 생각이냐?"

 "...장난하냐? 좀 전까지 지들끼리 책임감 없다느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놓고 이제와서 간보는 거야, 뭐야?"


 투덜대면서도, 나는 거리를 두고 호진의 뒤를 밟았다. 골목을 따라 나와 대로변으로, 다시 얼마간 걷다가 정류장에서 멈춰선다. 행여나 버스라도 타면 같이 올라타야 하나, 하면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낯익은 얼굴이 호진 곁에 다가와 섰다.


 "들었어. 친구들이 도와줬다며?"


 말을 건 상대를 확인한 호진의 표정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굳어졌다.


 "그런 거 아냐, 누나."


 호진이 누나라고 부른 상대방, 혜미는 엷은 미소를 띈 얼굴로 자기 친동생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내게는 조금 을씨년스럽게까지 보였다.


 ================================================

 8화 올립니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 뭘 제대로 쓰긴 했는지 모르겠네요;
 어찌보면 제일 중요한 반전이 있는 화였습니다만...;;

 아, 어쨌건 오늘은 일단 일찍 잠이나 자야겠네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
  • profile
    클레어^^ 2012.06.02 07:30
    헉,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이거 어떻게 돌아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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