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0 06:32

발큐리아!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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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은 대낮까지 방 안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늘 내일 중에 학교에선 교직원 회의가 있을 거고, 거기서 내 얘기가 나올 것이다. 정학 내지는 퇴학. 싸움을 뜯어말린 선생은 요란스럽게 그런 말을 떠벌여댔다. 각오하고 있기는 했지만, 실은 설마 퇴학까지 당하랴, 싶은 생각도 있었다. 누구나 귀찮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아 한다. '퇴학 처분'은 선생들에게, 특히 교장이나 교감에게 끔찍이도 귀찮은 일일 것이다. 운이 좋다면 지금처럼 며칠 집에서 근신하다가 다시 등교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기껏 강하게 나가봐야 정학 정도일테다. 애 하나 쥐어팬 거 그 정도 처벌이면 충분하잖아?


 그러나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학교로 향했다. 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모든 게 짜증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은, 세상이 앞으로 이틀 후에 멸망한다니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해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근신 중이기 때문에 무슨 짓이라도 저지른다면 직원회의 없이 곧바로 퇴학 처분될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난 어제 쥐어팬 그 녀석을 만나 다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이 시간이면 애들은 모두 학교에 있을 시간이다. 초, 중, 고 막론하고 내가 아는 한 시내 모든 학교가 다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나는 학교로 향하면서, 도중에 누군가를 마주치리란 기대는 별반 하지 않고 있었다. 기껏해야 정문에서 수위 아저씨를 마주치는 정도겠지만, 설마 그 아저씨가 내가 학교 들어오는 걸 막으라고까지 지시받진 않았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나라의 대단한 사립학교도 아니고 그 정도로 우리 학교가 규율에 엄격하진 않다.


 담장 모퉁이를 돌아 골목을 따라 걸으며 학교 정문 쪽으로 향하던 중 아는 얼굴을 마주친 건 정말이지 예상 밖인 일이었다.


 "어, 뭐야..."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본 상대는 내 얼굴을 보곤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믿을 수 없었다. 설마 이 시간에, 이 장소에서 내가 만나고 싶었던 그 녀석을 보게될 줄이야.


 그년은 나를 보며 덜덜 떨면서도, 대담하게 허세를 부렸다. 곁에 있던 다른 녀석이 자신을 지켜주기라도 할 걸로 믿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오~, 이게 누구야. 울 학교 쌈닭 아니신가? 근데 여기 있어도 되려나몰라? 집에나 처박혀 있어야 할 때 아니던가?"

 "깝치지 마, 미친 년아. 아가리 확 쳐 돌려버리기 전에."


 킥킥킥킥. 적의 담긴 비웃음 소리가 그년들 입에서 새어나온다.


 "쳐 봐, 쳐 보라고 XX년아! 싹싹 빌어도 시원찮을 년이 어디서 큰소리야?!"

 "시발년, 뭘 믿고 지랄이냐? 그렇게 내가 우습게 보이냐?"

 "한 번 어제처럼 나대봐. 이번엔 확 신고해서 감방에 쳐넣어 버리게."

 "배짱 있으면 해보시던가, 병신새끼가. 아주 꼴값을 해요."


 막 서로 욕설을 퍼부어대기 시작한 그 때, 문득 그년들 뒤에 누군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평소라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년들 사이로 언뜻 본, 흙먼지 잔뜩 묻고 더럽혀진 교복 천이 어디선가 본 듯한 색깔이 아니었더라면.


 "야, 근데 너네 지금 뭐하고 있던 거냐? 설마 애새끼한테 삥뜯고 있었냐?"


 지독한 말을 퍼부어대면서도, 마음 속으론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 발짝 다가갔다. 잔뜩 움추린 그의 교복 자락이 살짝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모습을 보고 싶어 좀 더 가까이 그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당연히 기집애 둘이 끼어들어 막긴 했지만.


 "야, 그냥 신경 끄고 가라? 지금 중요한 얘기중이거든?"

 "중요한 얘기는 무슨, 시발. 닥치고 비키기나 하셔?"

 "야, 야! 꺼지라고 했잖아, 시발년아!"


 잠자코 있던 다른 년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 년이 나를 막기 위해 조금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뒤에 있던 녀석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녀석을 본 순간 꼭지가 홱 도는 듯 기분을 느꼈다.


 "이 시발 년들이!"


 가로막은 년 얼굴을 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땅바닥에 팽개치듯 밀쳤다. 녀석은 균형을 입고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어쩌면 땅에 이마를 부딪쳤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년이 곧바로 주먹을 날렸다. 주먹을 피한 채 녀석이 내지르는 팔목을 잡아 그년 등 뒤로 당겨 꺾었다. 다른 한쪽 다리론 발치를 걸어 그대로 그 년을 바닥에 눕혔다. 돼지년은 악, 소리를 내며 쓰러져 버렸다. 팔을 꺾인 채 붙잡혀 있으니 몸을 제대로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얼굴을 발로 차 버릴까 하다가 그만두고, 나는 그 두 년들이 괴롭히던 아이를 쳐다 보았다. 틀림없었다. 아이는 내가 아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순정이 누나...."


 내가 나타난 사실에 목소리는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드러낸 걸 부끄러워 하듯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하룻밤 지난 뒤 다시 만난 호진의 몰골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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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올립니다.

 회사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주 대기업도 아니고, 일도 하나하나 손으로 익히는 식이라 오래 있으면 많이 배울 거 같네요.
 최소 2, 3일 정도는 시간 여유 괜찮을 거 같습니다. 사수분 말씀도 그리 바쁜 직장은 아니라니 의외로 글도 집에 와서 조금씩이나마 쓸 수 있을지도요?
 
 글은 1, 2화 이내에 대반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는 예고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면 이번 글은 지난 글보다 더 짧게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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