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7 17:30

발큐리아! 2화

조회 수 597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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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하아, 아 진짜...존나게 쫓아오네,"


 상산고 교문을 거의 100m는 벗어난 후에야 우리는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교문을 벗어난 순간엔 사실 조금이나마 안도를 했었다. 화가 난 선생이 전속력으로 교문을 통과해 10여 미터 밖 서점 앞까지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 인도까지 이르렀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발가는 대로 뛰었다. 뒤에서 선생이 뭐라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건 애써 무시한 채 말이다.


 "아, 저기...이 손 이제 놓아 주시면 안 돼요?"


 남자애가 말하고 나서야, 나는 아직까지 그 애 팔목을 붙잡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팔목을 놓아주자 남자애는 아, 하고 신음을 흘렸다.


 "뭐냐?"

 "아뇨, 피가 안 통했던 모양이라서...쥐가 난 거 같아요."

 "겨우 그거 좀 잡았다고? 칫, 허약한 새끼."

 "으으...난 살아 있는 것이냐? 여긴 천국인게냐?"

 "지랄 말고 내려 와라, 빨랑?"


 여전히 비몽사몽인 여자애를 땅바닥에 거의 짐짝처럼 내동댕이쳤다. 여자애는 잠시 투덜대다가, 내가 눈치를 주자 금세 조용해졌다.

 숨을 좀 돌린 뒤 내가 그 둘에게 물었다.


 "야, 아무나 얘기 좀 해봐. 너희 대체 거기서 뭐 하고 있었어? 소꿉놀이라도 했냐?"

 "답답하다. 말했지 않느냐? 나는 여신으로서 이 남자의 소원을 들어 주고...왜, 왜 그러느냐? 어째서 주먹을 들이미는 것이냐?!"

 "한번만 더 그놈의 여신 운운했다간 아예 갈아먹어 버리는 수가 있다? 지랄말고 솔직히 불어라, 앙?"

 "하지만 사실인 걸요, 그 애 말."


 가만 있던 남자애가 대신 여자애를 두둔하고 나섰다.


 "누나도 느꼈을 거 아녜요.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고."

 "그래, 그렇다. 평범한 인간이 손도 대지 않고 네 몸을 공중에 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거야...아, 썅! 너네가 거기다 뭔가 해놨겠지."

 "거기에 뭔가 해놨을 거라고? 그럼 넌 내가 지금 여기서 똑같은 걸 해보이면 내 말을 믿을 수 있는 거냐?"

 "뭘 또 해봐, 이 시발년아?"

 "욕은 적당히 해두지 그러냐? 이제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이걸 보는 사람들의 정신적 피해라던가, 모 단체의 압박이라던가, 운영자의 철퇴라던가."

 "그건 이미 한 번 써먹었..."

 "어른들의 사정은 여기까지. 그 이상 말했다간 진짜 곤란해질 지도 모른다."

 "뭘 지들끼리 떠들어대는 거야?"


 한 번 더 윽박지르자 둘은 조용해졌다. 나는 문을 닫은 상점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섰다. 이차선 도로 옆이었지만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주위엔 지나가는 차량도, 인적도 없었다. 그 기분나쁜 고요함에 짜증이 나서, 나는 여자애에게 말했다.


 "야."

 "?"

 "한 번 해봐."

 "그래도 돼느냐?"

 "...나한테 말고, 그 애한테."

 "저요?"

 "여신이라매? 똑같은 거 누구한테나 할 수 있는 거지? 보여줘 봐."

 "후후후, 보고 놀라지나 말거라."


 예고도 없이 남자애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남자애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었다. 허우적대는 것보단 결과적으로 그게 더 나았다. 적어도 남자애는 꼴사납게 넘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어떠냐? 이젠 좀 믿음이 가느냐?"

 "쳇."


 반론은 할 수 없었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자칭 여신이란 꼬맹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다시 남자애를 땅에 내려 놓았다.


 "그래서, 네가 여신이 맞다 치자. 대체 이 오밤중에 둘이 뭘 하고 있었는데? 네가 여신이면, 얜 뭐 예수라도 되냐?"

 "아뇨, 저 그냥 평범한 인간인데요."

 "그 말대로다. 좀전에 얘기하지 않았나? 소원을 들어주고 있었다고."


 그러고보니 그런 얘길 들은 것도 같다.


 "무슨 소원인데."

 "그건..."

 "그것보다, 난 그쪽이 왜 이런 시간에 거기 있었는지 알고 싶은데 말이다?"


 여신에게서 곤란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나는 칫, 혀를 찼다. 꼬맹이들 말을 믿는다고 쳐도, 걔네들에게 내 소원을 말하는 건 낯부끄럽다. 나는 괜히 남자애에게 화살을 돌렸다.


 "야, 말해 보라고! 뭘 빌었는데!"

 "어째서 말을 돌리는게냐? 방금 네 소원을 말해 보라고 하였다."

 "...너야말로 지금 억지로 말을 돌리는 거 같은데?"

 "하하, 뭐가 말이냐?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질 못하겠구나."

 "너 임마..."

 "별건 아니에요. 그냥, 괴롭힘당하지 않게 해주라고...그렇게 빌었어요."


 남자애가 먼저 끼어들어 소원을 밝혔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남자애가 빈 소원이 어처구니없이 무거워서는 결코 아니었다. 젠장, 어째서 순순히 말한 거냐. 이러면 나도 별수 없이 소원을 얘기해야 할 거 같잖아!


 "그런 것이다. 자, 그럼 어디 말해 보아라. 네 소원은 대체 무어냐?"


 어떻게 낌새를 알아챘는지, 여신이란 꼬마애가 독촉하기 시작했다. 자, 자, 하면서 들이미는 얼굴이 적잖이 부담스럽다. 내가 시선을 피하자 녀석은 더욱 기가 살아 실실거리며 웃었다. 아, 혈압이 다시 올라간다...


 "으스대지 마, 인마!"

 "으악! 멱살은 놔라, 멱살은!"

 "가만 봐주니까 기가 살아서 말야! 그렇게 죽고 잡냐, 엉?"

 "그만! 그만!"


 흥, 하고 코웃음치곤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켁켁거리는 녀석을 보니 조금은 속이 후련했다. 뭐, 얘기 좀 한다고 무슨 일 생기겠는가? 일단 내일 학교 가보면 이 두 녀석들이 소문을 냈는지 안 냈는지는 확인할 수 있는 거고.


 "...를 만들고 싶어."

 "으으...무슨 말 했느냐, 방금?"


 제길,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뭔가 만들고 싶다고 한 거죠?"

 "뭔가? 그게 뭐냐? 돈이냐? 명예냐? 좀 더 소박하게 학교 성적표라도?"

 "그런 건 필요없어! 특히 마지막 건!"

 "일전에 만났던 녀석은 그렇게 말하지 않던데 말이다."

 "일전에 만났던 녀석 따위 내 알바 아냐, 젠장할!"


 다시 말하려니 온 몸에 닭살이라도 돋는 듣 근질근질해졌다. 나는 한 손으로 머리를 헝클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오는 버릇같은 거였다. 어쩐지 그러고나면 조금은 분이 풀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 내쉬어 본다. 좋아. 이제 좀 말할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친구 말야. 친구란 걸 만들고 싶다고."

 "..."

 "..."

 "뭐, 뭐야! 그 안쓰럽게 보는 표정들은!"

 "아니다, 휴...설마 그런 가슴아픈 사연을 갖고 있었는지는 꿈에도 몰랐느니라."

 "가슴아픈 사연이라니!"

 "괜찮아요, 금방 좋은 친구들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흑..."

 "야야, 지금 그거 동정하는 거지!"


 이러니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두 녀석 반응이 그렇게 짜증나 보일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놈들에게 말해버린 걸까. 급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한다.


 "아, 진짜! 짜증나니까 그렇게 보지 말라고!"


 공허한 외침이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대답은 없었다. 가로등 하나가 잠시 깜빡거렸을 뿐.

 참 지랄맞게 청승궂은 밤이었다.


======================================================

 2화 적어 올립니다.
 입 험한 주인공이지만, 아무쪼록 동정어린 시선으로 봐주시길...;;
 다음 화에서, 어째서 저런 소원을 빈 건지 대략적인 얘기를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다음 화에 대한 얘기입니다만,
 어쩌면 하루이틀 정도 연재를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하게 된다면 아침이 아니라 저녁 시간에 올리게 될 거 같네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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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乾天HaNeuL 2012.05.17 18:48
    운영자 철퇴 시전 중...(ㅋㅋ)
  • profile
    클레어^^ 2012.05.18 07:02
    주인공이 친구가 없는 이유, 쌈박질만 해서?
    (좀 더 마음을 열면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 profile
    윤주[尹主] 2012.05.22 22:02
    반은 정답, 절반은...
    3화에서 확인해 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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