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5 04:00

단군호녀 17화

조회 수 462 추천 수 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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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호(壺) : 병 호

화를 잠재워라!


단군은 두 팔로 호녀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이어간다.


“우리의 정이 그깟 일에 사라질 만큼 간단한건 아니잖아? 내가 널 기억 못하는 일도 없을 테고..”


똑같이 웅희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안심시킨다.


“니가 날 기억 못하는 일도 없을 거야..”


웅희가 단군의 손을 뿌리치자 호녀와 웅희는 단군을 째려보며..


“호수에서 만났을 때부터 그냥 확! 잡아 먹어버리는 건데.. 왜 갑자기 밉상 짓을 할까..?”


“내가 이런 인간을 뭘 보고 사는 건지..”


호녀와 웅희는 애꿎은 땅을 박차며 비탈길을 올라간다.

단군은 축 늘어져선 터덜터덜 걸어간다.


‘에구.. 어떻게 풀어주지..?’


어느 샌가 구호희는 그들의 뒤따라와선 돈을 내고 번지점프할 준비를 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로프를 묶고는 사시나무 떨듯 무서워하고 있는 구호희가 단군을 바라보더니..


“단군씨, 나 무서운데 같이 뛰어줘요.”


단군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려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나..? 내가 왜..?”


구호희가 단군에게 다가오자 호녀는 재빨리 단군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무섭기는 뭐가 무서워.. 우리 단군이 건드리기만 해봐!”


구호희는 몇 발자국 걸어와선 단군을 바라보며..


“아까 보니 곰탱이랑 호랭이랑 싸우는 거 같은데..”


단군은 호녀와 웅희의 정체가 들킬까 무슨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까 주위의 눈치를 보는데 정신이 없다.

구호희는 단군에게 다가와 가로막던 호녀를 밀치고는 단군의 뺨에 입맞춤한다.

난간에 밀려난 호녀와 뒤에서 보고 있던 웅희는 그런 상황을 보고는 분노와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놀란 마음에 멀뚱히 있던 단군의 팔목을 잡곤 번지대로 끌려간다.


“단군씨, 나랑 같이 번지 뛰어 줄거죠?”


호희는 단군의 귀에다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는데..


“풍백의 패는 나한테 있으니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쓸 때 없는 짓은 안하는 게 좋을 거야..”


단군은 아무 말 못하고 로프를 묶은 채 크레인을 타고 올라간다.

이미 도중에서 내리기엔 역부족인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호희는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저번에 경찰서에선 고마웠어.. 니가 그렇게 나올진 몰랐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진심으로 너랑 사귀어 보면 어떨까 해서..”


뜻밖의 호희의 사귀자는 말에 놀란 듯 질색한 표정으로 됐다는 식으로 손바닥을 들어 보인다.


“호녀와 웅희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단군의 말이 끝나자 번지대는 정상에 도착한다.

저 산 멀리 바라보던 주인장은..


“먹구름이 끼는걸 보니 조금 있으면 비오겠는데.. 손님들까지 하고 문 닫아야 갰네요.”

“오늘 손님께서 여자분들이랑 논다고 바쁘시네요. 자! 셋 둘 하나 하면 뛰는 겁니다.”


단군과 호희는 번지대 앞에 서게 되자 아래를 내려다본 호희가 비명을 지르며 단군에게 와락 안긴다.


꺄악!


“무서워요.”


‘이거 어느게 진짜인지 모르겠군.. 아깐 풍백의 패를 내가 가지고 있으니 내말 안 들으면 호녀랑 웅희가 위험할 거라더니 자기 이름 지어줘서 고맙다고 하질 않나.. 이번엔 보통 여자들처럼 굴잖아..’


밑에서 지켜보고 있던 호녀는 왼손엔 핸드폰을 오른손은 화를 억누르듯 주먹을 불끈 쥐고는 번지대 위를 바라보며..


“무섭다니..! 불여우 주제에..! 저걸 확!”


뛰어선 번지대위로 갈 듯 한 호녀를 웅희가 말리고는..


“참아요. 호녀씨..”


“저걸 보고 참으란 말이에요! 웅희씬 저거 보고도 화가 안나요!?”


“저라고 왜 화가 안 나겠어요. 미우나 고우나 호녀씨랑 제가 선택한 사람인데요. 그렇지만 여기서 호녀씨가 뛰어서 저기까지 올라가면 금세 호녀씨가 인간이 아니라는 게 탄로날거에요.”


그때 위에선 카운터가 시작된다.


“자! 셋! 둘! 하나! 번지..!!”


카운터가 끝나자 망설이던 단군을 호희가 잡고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 내린다.


꺄아악!


그 순간 호녀의 핸드폰에 달려있던 코팅된 네잎클로버가 철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길바닥에 나뭇잎처럼 버려진 네잎클로버를 보지 못하고 번지를 마치고 내려온 단군과 호희를 호녀와 웅희가 잡아먹을 듯 눈에 불을 키고는 째려보는데..


“아!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호희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더니 은근슬쩍 자리를 피하자 호녀는 단군에게 이를 갈며 큰 발소리를 내며 바짝 다가온다.


“불여우랑 노니까 좋던가보지..?”


호녀가 내뿜는 포스에 단군은 꿈쩍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말까지 더듬는다.


“조..좋다니.. 지..진!짜 하나도 안 좋았어..”


“저 불여우가 무섭다고 같이 뛰어 달라니까 얼씨구나 좋다고 올라가더구만..!?”


자신도 모르게 자기 방어적으로 단군은 손바닥을 앞으로 내저어 보이며..


“푸..풍백의 패를 가지고 있다고 허튼짓 하면 너희들이 위험하다고 해서 하..할 수 없이 한거야..”


단군의 변명이 듣기 싫다는 듯 호녀와 웅희는 팔짱을 끼고 콧방귀 끼며 스쳐지나간다.


“흥!”


“앞으로 밥 안줄 주 알아!”


기가 죽은 단군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바닥을 보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자신이 준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는 챙기고 호녀와 웅희를 서둘러 따라간다.


“같이가!”


단군은 호녀와 웅희를 어르고 달래서 어렵사리 버스를 타러 인재 터미널에 도착했다.


“동서울이요.”


“1시에 있습니다. 몇 자리 드릴까요?”


‘그리고 보니 점심때네.. 여행이라면서 번지점프 말고는 변변한 여행도 못해보고 오히려 화만 나게 했으니..’

“다음차로 몇 시 몇 시차가 있죠?”


“1시 50분이랑 2시 15분 직통이 있습니다.”


“1시 50분으로 3장 주세요.”


돈을 주고 단군은 표를 받아 챙기고는 호녀와 웅희를 바라보며..


“점심 먹고 조금 논 다음에 출발하자..”


단군은 여전히 둘이 붙어선 쀼루퉁해 있는 호녀와 웅희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다 터미널안의 오락실 앞 펀치기계를 발견한다.


“펀치기계네..”


단군은 기계에 지폐를 집어넣자 눕혀져 있던 펀치가 올라온다.


“잘 봐..”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서서는 재빠르게 달려와 맞잡은 두 손을 사정없이 내리친다.


푸억!


빨간색의 숫자가 이리저리 반짝이더니 점수가 나오기 전에 단군은 가린다.


띠리리~띵!


살며시 펴서 점수를 보더니 단군은 김빠진 표정이 영력하다.

보고있던 웅희는 궁금했던지 다가와선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는데..


“비켜봐.. 몇 점 나왔는데 그래..?”


못 이겨 손이 치워진 그곳엔 365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뒤에서 어께너머로 보던 호녀도 웅희와 같이 피식 거리며 못내 웃음을 감춘다.

그러더니 웅희는 올라와있는 펀치를 주먹으로 몇 번 가져다 대더니..


“아까 너처럼 치면 되는거지..?”


“그거 잘못 치면 꾀 아플..”


퍼컥!


웅희는 단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팔꿈치를 뒤로 돌려 그대로 주먹을 펀치기계를 가격한다.

3개의 칸의 빨간 숫자가 반짝거리더니 007을 가리켰다.

오른손을 어루만지더니 점수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이상하다. 난 재대로 쳤는데..”


펀치가 다시 올라오자 호녀가 웅희를 밀치면서 앞으로 나선다.


“비켜봐요.”


팔을 접어 뒤로 몇 번 돌리고는 입술을 깨물곤 펀치를 날린다.


푸컥!


점수를 가리키던 빨간 숫자판이 888을 가리키더니 기계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나고 기계 안에서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펑! 퍼엉!


단군과 호녀 웅희는 폭발에 놀랐는지 뒤로 주춤 거리고는..


“야! 야.. 도망가..!”


그렇게 셋은 터미널을 나와 휴게소가 보이는 곳으로 냅다 뛰었다.

펀치기계를 박살내고 기분이 풀렸는지 호녀와 웅희는 숨을 헐떡거리며 살며시 미소를 보인다.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는데 한 대 치고 나니까 기분이 확! 풀리네..”


“그 누구를 생각하고 치니까 점수가 그렇게 나온건가..?”


‘정말 무서운 여자들이야..’


단군과 호녀 웅희는 그렇게 3여분을 걸어 빨간색에 새우 그림이 그려진 궁궐 해물탕 이라는 가게 앞에 도착하였다.


“어서오세요.”


가게 안에는 삼삼오오 식탁을 두고 점심을 먹고 있었고 단군과 호녀 웅희는 밖이 보이는 창 쪽으로 앉았다.

식당의 직원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물수건과 컵과 물을 쟁반에 담아 와선 주문을 받았다.


“뭐 드실래요?”


“뭐 먹을래? 먼저 골라..”


세 명은 일제히 벽에 걸린 음식메뉴를 보고는 호녀는 대충 보더니..


“난 해물탕..”


“야, 그게 얼마짜린데 그걸..”


“전에 우리 먹었잖아..”


“그땐 점장님이 날 잡아서 크게 쏘신 거구..”


웅희가 메뉴판을 살피더니..


“알탕이 어때? 적당한 거 같은데..”


“그래, 알탕 먹자구.. 해물탕은 좀..”


“그렇게 해..”


“알탕해서 3인분 주세요.”


식당 아줌마가 주문을 받고 주방으로 가자 호녀는 단군이를 노려보더니..


“너 나랑 전에 해물탕 먹은 거 기억이나 해?”


“그걸 어떻게 잊겠냐.. 키스데이라고 너희 둘이 나 덮쳤잖아..”


호녀와 웅희는 부끄러운 듯 광대뼈부분이 홍조를 뛰더니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을 한다.


“으음, 그런 건 잊지도 않고 있네..”


“크음, 그런 건..”


펀치기계를 부순 이후로 호녀와 웅희는 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린 듯 싶었지만 밥 먹은 내내 평소와는 다르게 둘은 단군이와 눈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매표소에 버스 시간표를 살핀다.


“안성으로 가는 버스가 30분 뒤에 있네.. 안성 3장 주세요.”


단군은 버스표를 받아 챙기고는 남은 시간을 이용해 오락실을 찾아 들어간다.

오락실 앞에서 인형 뽑기를 발견하는데..


“인형 뽑기네.. 한번 해볼까..?”


이리저리 살피다 짱구인형을 골라 기계의 손이 위아래 양옆으로 움직이더니 금세 천원을 써버렸다.

호녀와 웅희는 옆에서 아까움의 탄성이 흘러 나왔고 호녀는 돈을 더 넣으려는 단군을 붙잡으며..


“하지마.. 오늘 여행한다고 돈 많이 썼잖아..”


“괜찮아.. 나 이거 몇 번 뽑아본 적 많으니까 뽑아서 너 줄게..”


천 원짜리 한 장을 넣고는 한 번의 실패 후 어렵게 짱구인형을 성공한다.

나머지 기회에 사냥감을 살피다 작은 호랑이 인형을 발견하는데..


‘저걸로 해야 겠다. 저게 딱인데..’


운 이였던지 호랑이 인형도 성공한다.

인형을 꺼내들고는 양손에 호랑이와 짱구인형을 호녀에게 건넨다.


“선물..”


조그마한 인형을 받아든 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쌓여있던 단군이의 심통이 방긋 웃으며 풀려버렸다.


“진짜 나 주는거야..?”


“이 호랑이가 너구 이게 나야..”


기분이 좋아졌는지 폴짝폴짝 뛰며 단군에게 팔짱을 낀다.


“끄잉.. 진짜 고마워..”


단군은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천원을 꺼내고는 웅희를 바라본다.


“이제 너꺼 해줄게..”


단군이 돈을 넣으려 하자 웅희는 손을 붙잡으며..


“아냐.. 난 됐어.. 난 인형 싫어해..”


“그, 그래.. 그럼 집으로 가자..”


단군에게 팔짱을 끼며 두 손에는 인형을 들고 좋아서 웃고 있는 호녀에 비해 웅희는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의 눈 이였다.

집에 도착해선 저녁을 먹은 후 시간이 지나 잠을 청하였다.

이불을 덥고 잠을 청하던 호녀는 잠이 오지 않았던지 단군을 바라보며..


“단군아..”


“응..?”


“안아줘..”


단군은 말없이 팔을 벌려 안아주었다.

호녀는 번지대에서의 일이 내심 서운해서였는지 털어놓는다.


“난 니가 단군신화 음료를 용기를 주는 음료라고 해서 믿고 먹었는데 내 의견은 물어보지 않고 그래서 서운했어..”

“정말 너 두 번째 시련의 주인공이 되도 나 잊지 않을 자신 있어..?”


단군은 눈을 감고 조용히 입을 연다.


“너랑 나랑 가진 추억이란 게 말이야.. 시련 따위에게 지워진다고 쉽게 지울 수 있는 게 아냐.. 너도 내가 소중한 만큼 나도 너와 함께한 추억이 소중하니까..”


호녀는 단군이의 품속에서 행복한 지난날의 추억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단 한 번도 아침밥을 거스른 적이 없던 웅희는 그날따라 일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을 차리지 않았다.

늦게나마 잠이 깨서야 이상함을 느낀 단군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웅희를 부르는데..


“으음, 지금이 몇 시야..? 10시가 넘었네.. 밥 안차려? 내가 차릴까..?”


웅희는 뭔가가 이상한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밥..?아까도 할려구 했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단군은 동공이 작아지듯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뜨지 못하는 눈을 비벼대며 일어난 호녀는 무슨 상황인지 궁금했던지..


“무슨 일인데 그래..?”


“웅희가.. 밥을 할 줄을 모른데..”


“그게 뭐가 이상한데..?”


호녀를 바라보며..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이런다는 건 뭔가가 이상하잖아..”


단군은 마음이 심란한 듯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잔 들이키더니 뭔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환율 씨라면 웅희가 왜 이리 된 건지 알지 않을까..? 호녀야.. 웅희야 우리 환율 씨한테 가보자..”


상황이 상황인지라 단군은 아침밥을 챙겨먹을 겨를이 없었다.

서로 간단하게 씻고 준비한 다음 셋은 환율의 가게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아! 무슨일로 다 오신건가요?”


호녀와 웅희는 탁자에 둘러앉고 단군은 서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제만 해도 밥상을 잘 차렸는데 오늘아침 웅희가 밥하는 법을 잊었다네요.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죠?”


환율은 인중을 손가락으로 몇 번 비비더니 입을 가리곤 곰곰이 생각한다.


“제가 알기론 아무래도 첫 번째 시련을 겪은 후 나타난 증세라고 할까요..? 호녀씨의 첫 번째 시련의 주인공이 호녀씨를 기억 못하는 거와 같은 웅희씨도 비슷한 증세라고 할까요..?”


“그럼.. 치료법은..?”


살며시 눈을 감더니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 흔든다.


“운사의 나무패를 부시는 거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부신다는 건..?”


“인간이 되기를.. 포기하는 거죠.”


잔뜩 굳은 얼굴로 단군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돌아서선 나가려한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겁니다.”


환율은 일어서서 단군을 불러 새우며..


“며칠만 있으면 인간이 되기로 시작한날인 삼칠일째가 다가옵니다. 두 번째 음료는.. 먹은  건가요?”


호녀는 단군이를 흉볼 수 있는 기회라도 잡은 양 환율에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게 말이죠. 단군이가 웅희씨와 나를 속이곤 음료를 먹인 거 있지.. 자기가 두 번째 시련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완전 나빴어..”


“야! 호녀야 그건..”


환율은 호녀의 말을 듣고 나선 단군을 바라보며..


“어째서.. 그런 거죠? 기억 속에 지워질 수도.. 잊게 될 수도 있어요.”


단군은 진지한 표정으로 환율을 바라보며..


“제가 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웅희가 나를 잊는 일도 없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제 주위에선 그 어떤 불행과 슬픔은 일어나지 않게 할 겁니다.”


단군은 환율에게 고개 숙여 가볍게 인사를 한 후 가게를 나간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호녀야, 웅희야 가자..”


서로 각자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환율은 마음속으로..


‘어쩌면.. 저들에게 더 큰 아픔이 올지 모르겠는데..’


셋은 집으로 향하던 도중 길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웅희가 제일 먼저 입을 여는데..


“나 사실.. 처음으로 그 음료를 먹었을 때 우리 김밥천국 사장님으로 했어.. 지난번 첫 번째 시련이 왔을 때 기억을 잃어서 아르바이트를 안 갔었는데 길거리에서 사장님을 만나서 적당히 핑계를 대고 지금은 잘하고 있거든..”


단군은 웅희의 말을 경청하더니 고개를 끄떡이며..


“그런 일이 있을 줄은..”


“그러니까 잊었던 밥하는 방법도 금방 되찾을 거야..”


“그래, 내가 도와줄게..”


셋은 몇 분을 걸어 집에 도착하고 12시가 다돼서야 아침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다.

웅희가 부엌에서 어쩔 줄 몰라 하자 보다 못한 단군은 다가가서 도와준다.


“내가 도와줄게.. 같이하자..”


“미..미안해..”


“아냐, 항상 나랑 호녀 챙긴다고 고생이 많은데 뭐..”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그 광경을 못마땅하게 지켜보고 있던 호녀가 볼에 바람을 집어넣고는 미간을 찌푸린다.


“인간 남자란 다 그래!?”


웅희가 쌀을 여러 번 씻어 단군이 압력밥솥에 넣어두고 버튼을 눌린다.

왜 호녀가 저러는지 알 길이 없는 단군은 퉁명스럽게..


“왜!?”


단군은 호녀의 옆에 앉아 옆구리를 쿡쿡 찔러 보지만 못마땅한지 삐친 건 풀릴 기세가 아니다.


“호녀야.. 왜 그러는데..?”


“하지마! 저리가! 덕남이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둘 다 똑같아..”


그렇게 호녀의 기분이 풀리지 않은 채 단군과 호녀의 출근시간이 다가온다.

호녀는 나가기위해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고 단군은 아까부터 한참을 어떻게 기분을 풀어줄지 생각에 잠겨있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텔레비전을 보다 우연히 텔레비전 위에 올려져있는 호녀에게 준 인형을 보고 뇌리를 스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단군은 인형을 집어들고는 화장하는 호녀에게 다가가 양손에 인형을 들고는 화장대 아래에 내려 놓는다.


“뭐야!?”


자연스레 인형으로 눈을 돌린 호녀는 단군의 인형극에 눈이 따른다.

동그란 화장품에 호랑이 인형은 고개를 숙이고 그 뒤로 짱구인형이 호랑이 인형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온다.

그러다 기다란 립스틱을 짱구인형이 밟고는 몸을 떨다 뒤돌아 재빨리 도망간다.

호랑이 인형은 재빨리 뛰어 짱구인형을 앞지르고 순간 얼어버린 짱구인형은 그 자리에 쓰러진다.

뭔가를 눈치 챈 호녀는 고개 숙여 웃는 소리가 들킬까 손으로 입을 가리는데..


풉!


그건 마치 단군과 호녀가 처음만난 바로 그 상황 이였다.

호랑이 인형이 다가와 쓰러진 짱구인형을 물고 사라지자 단군이 호녀를 보며 말한다.


“이제 좀 풀렸어..?”


“그걸 아직 기억하고 있었네..?”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곤..


“너랑 나랑 처음 만난 건데 어찌 잊냐?”


“미안해.. 짜증내서..”


단군은 호녀를 바라보며 궁금한 듯..


“근데 이덕남 장군이랑 나랑 똑같다는 말은 무슨 말이야..?”


“덕남이 삼촌댁에서 덕남이랑 싸운 적이 있었거든.. 어쩜 그리 인형극 해준 것도 똑같냐?”


호녀는 회상에 빠져 세월은 약 1525년 이덕남이 장군이 되기 전 이덕남의 삼촌댁 마루엔 한복을 곱게 입고 머리를 땋은 호녀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덕남이 초가집으로 들어서자 심통이 난 듯 고개를 돌려버린다.


“낭자, 아직도 심기가 불편한 게요?”


호녀에게 다가온 덕남은 뒷짐을 진 두 손엔 볏짚으로 만든 호랑이와 도령 인형이 들려있다.


“집엔 왜 들어와!? 저잣거리에서 계집이나 보고있지!?”


심통이 난 호녀에게 덕남은 볏짚 인형이 내보이며 도령인형의 손을 호랑이 입으로 가져다 대고는..


“어디.. 다친것이냐?”


다시 때고는..


“다행이 죽지는 않았구나.. 사람을 괴롭힌 죄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터.. 이번만은 용서할 터이니 당장 물러가거라..”


물끄러미 보고 있던 호녀는 고개 숙여 들키지 않게 웃는데..


풉!


덕남은 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이제야 안심이 된 듯 볏짚인형을 건내며..


“이제야 미소를 보이는 구료.. 오는길에 저잣거리에서 볏짚 인형을 팔기에 낭자 생각이 나서 사와 봤소이다. 거 마음에 드시오?”


“응.. 근데 우리 처음 만난 그때를 잊지 않고 있었네..”


덕남은 멋쩍은 듯 팔짱을 끼며..


“어찌 잊겠소.. 낭자와 처음 만난 그때를..”


호녀의 이야기를 들은 단군은 방금 전의 자신의 행동과 덕남의 이야기가 비슷함을 느낀다.


“거참! 희안하네..”


단군은 핸드폰의 시계를 바라보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가자..”


호녀는 단군에게 팔짱을 끼며..


“인형극 재밌었어.. 가자~”


단군과 호녀가 현관을 나서자 웅희가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어준다.


“갔다와.. 호녀씨 갔다와요.”


단군과 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그날 오후의 길은 햇볕이 내리쬔 다라기 보단 따뜻했다.

마치 포근한 햇살은 호녀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듯 했다.

10여분을 걸어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출석체크를 위해 중앙 카운터로 향하던 단군과 호녀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점장님을 보게 된다.

출석체크를 하던 단군은 궁금했던지..


“점장님, 누구세요?”


단군의 물음에 점장은 호녀를 가리키며 40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을 소개시켜 준다.


“아! 여기 왔네요. 이분이 호녀양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네..?”


호녀는 뭔가를 기억을 되새기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이 사람! 몇 일전부터 내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던..!”


중년 남성을 헛기침을 내뱉으며 자기소개를 한다.


“전 NOA엔터테인먼트 나실장이라고 합니다. 일주일 전부터 강호녀씨를 계속 지켜봤는데 이번 CF겸 저희 회사로 캐스팅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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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1.05 07:03

     아직까진 별 일 없어 보이는데...음료수를 마신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려나요?


     호녀를 달래려는 단군이의 행동이 우연히 과거 이덕남 장군 행동과 겹치는 부분이 괜찮았던 것 같네요^^

     갑작스런 연예사 캐스팅은 과연 어떻게 될지요? 이래저래 또 다음화가 기대됩니다 ㅎㅎ

  • profile
    시우처럼 2011.01.05 20:23

    오 호녀가 연애기획사에 캐스팅 되는건가요?

    그나저나 부디 사기 치는 집단이 아니였으면 좋겠네요~ ㅋ

  • ?
    乾天HaNeuL 2011.01.20 21:39

    요리법을 잊어 버렸다.. 저런 1등 신부감에서 2등신부감으로...(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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