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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만 살짝 터 놓은 천 사이로 영주와 가신들이 보였다. 처음 이 영지에 도착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우호적인 분위기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었다. 굳이 비슷한 걸 찾자면, 초대받지 않은 연회에서 내 접시에 나온 어깻살만큼이나 차가웠다. 등 뒤에는 도저히 이 영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장한 근위병들이 지켰다. 내 몸에 두른 지저분한 천 때문인지, 아니면 모종의 더러운 본능 때문인지 이곳저곳이 가려웠다. 영주와 가신들은 지독하게 격앙된 얼굴들이었는데, 질 나쁜 포도주라도 잔뜩 마신 것 같았다. 광대 역시 내 쪽을 보며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고 있었다.


“아가씨는 구하지도 못하고, 무슨 체면으로 돌아온 거요? 하여간 길바닥 용병 나부랭이들은 어쩔 수 없군. 인의도 없고, 명분도 없고, 자존심까지도 없어.”가신들 중 하나가 말했다. 두툼한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그의 턱살과 볼살이 창부를 겸한 무희처럼 춤췄다. 만일 ‘그’가 내게 진상을 알려주지 않았다면-물론 ‘그’의 의도는 순전히 날 괴롭히고 무너뜨리는 데 있었고, 그 중 절반은 성공했지만-양심의 가책이나 자기혐오 깨나 느낄 법한 투였다. 

“저 구역질나는 놈을 높이 매달아, 이 험한 세상에도 정의는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상심한 백성들에게도 적지 않게 힘이 되겠죠.” 다른 가신이 말했다. 늦은 오후의 햇빛이 그의 눈동자를 말갛게 비추고 있었는데, 그 동공은 가로로 찢어져 있었다. 사바트에서 마녀들과 질탕하게 놀아나는 악마의 눈동자. 내가 가려움과 짜증을 참지 못해 꿈틀거리자, 근위병들이 나를 창자루로 후려쳤다. 제법 세게 때렸음에도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뭐라고 더 지껄여댈지 궁금해서 잠자코 있어보기로 했다.

“그래요. 저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을 당장 처형해야 합니다. 방금 저 자가 하는 말 들었죠? 잡지도 않은 괴물을 잡았다니요. 그리고 저 넝마를 감고 나와서 심하게 다친 양 연기하고 있습니다. 영주님. 우리는 그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으니까요.” 협잡꾼들 입에서 협잡꾼이라는 소리가 나오다니. 요즘 시골 궁정에서는 자아비판이 대세인 모양이었다. 다른 가신들도 저마다 흥분해서 떠들어댔지만, 영주가 손을 들어 그들을 조용히 시켰다. 

“할 말은 있는가, 기사여?” 그는 내 쪽으로 걸어왔다.

“아무도 손 못 쓰는 골칫거리를 처치해 준 사람에게 너무하는 거 아니야? 정말이지......” 내가 말한 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저분한 발성이었지만, 그걸 음미할 틈도 없이 눈앞에 불이 번쩍 빛났다. 노인네 치고는 제법 매운 주먹이었다. 영주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진상을 몰랐다면 딸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관여한 놈에게 분노한 아버지처럼 보였을 것이다. “용을 처치해? 내 밀정들은 그가 멀쩡히 살아 있다고 했다! 사기라도 쳐서 아버지를......” 다시 불이 빛났다.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겠지. 처음부터! 이 악마의 자식. 사탄의 사생아. 위선자. 괴물. 영원히 지옥의 유황불에서 불타더라도, 림보의 시궁창 물을 핥더라도, 쥬데커에서 사탄의 아가리에 쳐박혀서 질겅질겅 씹히더라도 네놈 같은 쓰레기에게는 과분해!” 또 때리려고 하자, 말릴 생각도 없는 가신들이 그를 붙잡았다. “진정하십시오, 영주님!” 뚱뚱한 자가 말했다. “저런 놈에게 체통을 잃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가신이 말했다. 하지만 그들을 뿌리치고, 주먹 한 방이 내 얼굴에 더 꽂혔다. “그 천 벗어! 당장 벗으라고! 어디 아픈 척이야, 이 빌어먹을 부랑아야!” 영주는 그대로 내 얼굴의 천을 쥐어 뜯었다. 하지만 그 안의 꼴을 보자마자, 영주와 가신들, 그리고 뒤에서 얼핏 보기만 한 근위병들까지 신음을 흘렸다. 영주와 가신들의 눈동자 안에, 내 추악한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다닥다닥 돋은 비늘. 그들과 다를 바 없는, 가로로 찢어진 동공.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불결한 점액. 

“네놈...... 네놈은......” 영주가 그대로 굳어, 같은 음절만 입 밖으로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렇게 원한다면 벗어주지. 가려워서 죽으려던 참이었거든.” 나는 점액으로 끈적끈적해진 천을 풀었다. 무슨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장갑과 망토도 벗었다. 하나의 머리가 저주와 독기를 내뱉으며 솟아올랐다. 오른팔을 대신한 머리가 역시 나에 대한 원망과 저주를 내뱉으며 꿈틀거렸다. 옥좌의 방 안에 공포가 번졌다. 단순히 비늘과 점액투성이의 추악한 괴물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그들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지 않는 변수에 대한 공포가. 나는 그들의 표정을 음미하며, 얻어맞은 부분을 벅벅 긁었다. 뭐, 흠집도 나지 않았다. 온 몸이 단단한 비늘로 뒤덮인 마당에, 이런 짓도 그저 기분 나쁜 흉내에 불과하기는 했다. 나는 박수를 쳤다. 물론 경쾌한 소리가 아니라, 지저분하게 철벅거리는 소리만 났을 뿐이었다.

“훌륭하군. 아주 훌륭해. 귀족이 아니라 희곡배우라고 해도 믿겠군. 그렇지, 광대? 이중 스파이 짓 하느라 수고했다.” 광대가 낄낄 웃으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히히, 서방님. 잘했죠? 그러니까 제게 상을 주세요.” 나는 그를 쳐다봤다. "그래. 상을 주지." 손 쓸 것도 없이, 오른쪽의 머리가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두꺼운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광대의 몸이 바닥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졌다. 독이 그의 상처를 허옇게 변색시키고 태웠다.

“처음부터 저 새끼는 마음에 안 들었어. 네놈들도 마찬가지고. 밀정? 성당 친구들을 너무 믿었던 게 아닌가?” 밖에서 지옥의 연창을 배경으로, 비명소리와 불쾌한 찢는 소리, 물기 많은 것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시간 맞춰서 온 모양이군.” 후드 걸친 난쟁이들이 회랑에서 옥좌의 방으로 입장했다. 극단의 배우처럼. 물론 그 연극이라고 해 봐야, 커튼이 내려올 때까지 제정신인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법한 성격의 것일 게 뻔했지만. 근위병들이 칼을 뽑았지만, 내 부하들이 더 빨랐다. 그들은 순식간에 먹이의 숨통을 끊고,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그러고는 영주와 가신들에게까지 입맛을 다셨지만, 내가 제지했다. 불평에 가득 찬 꿍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당신네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겠지만-” 나도 사실 그놈을 어떻게 처치했는지는 믿기질 않았다. “어찌어찌 용을 죽이긴 죽였지. 물론 반병신이 되어서 당분간은 밖에 나오지도 못했지. 그러던 중, 내 앞에 당신네 ‘밀정’들이 나타나더군. 다소 마찰이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내게 충성을 맹세했지.” 당연했다. 제 아무리 놈들이 제정신이 아니라 해도, 머릿수를 어떻게 뒤집어 볼 수는 없었으니까. 용의 소굴이자 이제는 내 아늑한 보금자리가 된 그곳에는, 적어도 영지 하나쯤은 멸망시킬 수 있을 괴물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아무튼 영주와 가신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정말 끝내줬다. 다시 태어난 이래로, 아니. 내 모든 생애를 통틀어 이 순간만큼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영주와 가신들의 절망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 태어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살이 문드러지고, 이와 손발톱이 빠지고, 생살을 찢고 딱딱한 비늘이 돋아나는 고통. 팔을 대신해서, 그리고 내가 죽인 자의 원념을 대신해서 돋아난 두 개의 머리-그 중 하나는 잘려나간 오른팔을 대신해 돋아났다-들이 내게 끝없이 악의에 가득 찬 속삭임과 저주, 독기를 뱉어내는 고통. 무엇보다 인간으로서는 완전히 끝장이 났다는 절망감이 나를 짓눌렀었다. 하지만 버틸 수 있었다.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서.

“뭐, 당신이 들은 대로 전하라고 했지. 동굴의 주인은 멀쩡하게 살아 있고, 기사는 그와 싸워보지도 않고 비겁하게 도망갔다고.” 그들이 떨었다. 공포와 절망의 부취腐臭가 혀 끝에서 감돌았다. “곧 당신 반응까지 전해주더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가 지옥에 굴려넣은 불쌍한 멍청이에게, 딸을 구하지 못한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그러면서도 이 쓰레기-”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알록달록한 넝마를 걷어찼다. “-의 농담이나 들으면서 낄낄거리고 있었지.”

“나...... 나는......” 말을 잇지 못하는 영주에게 다가가, 나는 그의 정강이를 찼다. 그가 바닥에 뒹굴며 신음했다. 그의 머리 위에 발을 얹고 지긋이 눌렀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정신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줘서. 

“영주님!”

“이놈! 감히 영주님에게!”


"네놈들도 입 닥쳐! 다 공모자 놈들이니까. 계속 지껄일 거면 더 빨리 황천으로 보내주지." 내 말에 호응하듯 부하들이 쉿쉿거렸고, 이내 가신들도 입을 다물었다. 죽음이 두렵기는 한 모양이었다.


“하여간 당신은 최악이야, 영주.” 발 밑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음악처럼 감미로웠다. 제물의 교성, 비명소리, 그리고 곧 맡게 될 달콤한 혈향. “게다가 그것 말고도 잘못한 건 충분히 많더군. 용이 끊임없이 내게 당신과 닮았다, 닮았다 지껄이는 바람에 기분까지 나빠지더라. 그래서 성당의 그놈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지. 그래, 용의 이야기가 옳았어. 자기 좋자고 형제를 누명 씌워 죽이고, 마누라는 괴물에게 밥으로 던져주고, 겨우 살아남았다가 우연히 흘러들어온 조카까지 죽이려고 하다니. 차라리 용 쪽이 ‘사람답더군’. 안 그래, 큰아버지?” 발 밑에서 계속 흐느끼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괴물들이 살육에 대한 기대로 연창을 해 댔다. 

“......발...... 려주게...... 숨만...... 제발......”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머리들도 같이 웃었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끔찍한 소리였다. 하지만 이 위선자는 내 웃음소리보다도, 존재보다도 더 역겨웠다. 만일 내가 용병단 나부랭이들에게 맡겨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용에게 잡아먹혔겠지. 이 새끼는 나를 기꺼이 바쳤을 게 분명했다. ‘야들야들한 애새끼 고기’. 끔찍하게도 식욕이 동했다. 영주가 여전히 바닥에 귀를 댄 채로 나를 올려다봤다. 눈동자 속에, 내가 동굴의 심연에서 몇 번이나 마주하고 비명을 질렀던 추악한 모습이 있었다.


“조카...... 이보게. 한 번만 살려주게. 나는 정말로 자네가 내 조카인 줄 몰랐네. 내가 알았으면 그렇게 했겠나?”

“아직도 입만 살아 있군. 반성할 생각은 조금도 없구만. 어차피 당신이 날 죽이려고 했다는 건 변하지 않아. 다른 사람이 왔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렸겠지. 그것보다 당신이 사과해야 할 사람은은 따로 있을 텐데.” 먹은 것도 없는 속에서, 신물과 저주 그리고 독액이 올라왔다. 발에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 늙은이는 죽는다. 아주 간단하게. 하지만 지금까지 저질러 온 , 조상 대대로 저질러 온 죗값에 비하면 너무나도 가벼운 죽음.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네. 영주 자리도 주겠네. 동생을 죽인 것도 사과하겠네. 미안하네. 정말 미안......” 나는 그의 머리에서 발을 뗐다.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내 다리를 끌어안고 부볐다. “제발...... 제발......”

“필요 없어, 새끼야! 애초에 나는 네놈을 죽인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었어. 역겹고, 더럽고, 구역질이 나는군. 그거 알아?” 영주가 다시 나를 올려다봤다. 그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조차도 역겨웠다. “네놈은 내게 목숨구걸하는 대신, 불쌍한 딸아이에게 사과해야 했어. 그 지독한 동굴에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한 채로 갇혀 있었던 딸아이에게 말야.”

“......죽지 못해......?” 영주가 백치처럼, 내 말의 일부를 따라했다.

“머리는 잘 돌아가는군. 그래, 당신 딸 안 죽었어.” 내가 손뼉을 한번 치자, 괴물 종자들이 그녀를 데리고 왔다. 영주가 신음소리를 냈다. 그래, 늙은이가 절정에라도 다다른 것 같은 소리였다. 다른 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르고, 미쳤고, 공포에 질렸지만 어쨌건 살아는 있었던 그녀. 너무나도 약해져 있었던 탓에, 처음에 봤을 때는 정말로 죽은 줄 알았지. 동굴에 있는 내 충복들은 그녀를 내게 먹이려고 했지만, 내가 제지했다. 딱히 불쌍해서 그런 건 아니었고, 단지 이 순간만을 위해. 몇 번 신음을 흘리던 그들은,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영주의 딸은 텅 빈 눈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그녀는 이상하게도 아름다워 보였다. 내 최고의 장기말. 이 얼기설기 얽힌 거미줄의 여왕.

“감동의 부녀상봉이로군. 그녀에게는 모든 걸 말해줬어. 영지의 더러운 역사, 거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당신의 만행, 특히 왜 그녀가 거기에 잡혀가야 했는지까지. 아주 자세하게 말야.” 나는 품에서 단검 하나를 뽑았다. 동굴의 미끈미끈한 돌을 깎아서 만든, 오래 된 물건. 하지만 다 죽어가는 아녀자가 잡아도, 사람 목숨 하나 끊는 건 손쉬운 흉기. 차가운 감촉이 기분 좋았다. 영주가 내 다리에 매달려 열심히 목숨을 구걸했다. 딸은 아까처럼,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제발......”

“말했지? 네놈을 죽이지 않겠다고. 굳이 내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고 몇 번을 말해야겠어?” 영주가 헛된 희망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오오...... 조카. 고맙네...... 정말 고맙네. 우리 다시 한번 잘해보세.”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 나는 단검을 딸에게 건넸다. “분명히 나는 맹세를 했지.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겠다고. 하지만 당신 딸은 어떨까? 내가 말했지? 당신은 그녀에게 사과했어야만 한다고.” 영주의 딸은 그걸 받아 들어, 예쁜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쓰다듬었다.

“마음대로 해. 아, 그리고 너희들. 끝난 다음에 전부 죽이고 불 질러 버려.” 나는 회랑을 나왔다. 구천을 떠도는 망령처럼,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그러시면 안 됩니다!” “영주님! 영주니이이이이임!!!” “아가야! 이러지 말거라!” 마지막으로 영주의 긴 비명소리가 회랑으로 기어나왔다. 나는 성문을 열고 나갔다. 영지의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다. 충복들이 날뛰며, 마음껏 살육과 파괴를 즐겼다. 피날레. 성대한 피날레. 피와 불이 이 땅을 정화할 것이다. 죄악으로 찌든, 태고의 제단을.


막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 배우들은 모두 퇴장할 시간이었다.


***

 --

다음 화는 에필로그가 되겠군요.

*제목 오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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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khashaker 2012.09.24 06:07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 profile
    욀슨 2012.09.24 06:08
    1화부터 가서 보세요.
  • profile
    khashaker 2012.09.24 06:10
    ...
  • profile
    욀슨 2012.09.24 06:48
    <지금까지의 이야기>

    때는 미신과 역병이 횡행하는 중세시대. 변변찮은 용병인 기사는 흑사병을 피해 시골의 작은 영지로 들어왔다가, 영주에게 '용에게 잡혀간 딸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차피 나갈 수도 없는 마당에 울며 겨자먹기로 기사는 의뢰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맨몸으로 거대한 괴물과 싸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에 걸맞는 무기를 주문하고 영지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이 영지는 어딘가 수상하고, 기분나쁜 분위기를 풍기고, 게다가 기사에게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는 계속해서 악몽과 진득진득한 과거의 기억에 시달린다. 필요한 물건이 모두 완성된 날, 그는 대장장이의 경고를 무시하고 성당에 기도를 하러 갔다가, 신성모독적인 의식을 목격한다. 의심 받을까 봐 조급해진 기사는 그대로 장비를 챙겨, 허겁지겁 용이 있는 동굴로 향한다.

    도저히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이, 불경한 조각상과 벽화, 그리고 유독한 곰팡이의 인광으로 가득 찬 동굴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기사는, 괴물들에게 쫓긴다. 그들을 따돌리고 나서 기사가 도착한 곳은 일종의 지하감옥 같은 곳이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사람들, 그것도 엉망진창으로 뒤틀려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린 자들이 있었다. 영지에서 영주의 눈 밖에 나거나, 용과의 더러운 결탁에 의해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의 말로였다. 그들을 풀어준 뒤, 기사는 비틀린 사람들 중 하나의 도움을 받아 용이 있는 깊숙한 곳까지 도착한다. 도착하자 이미 딸은 완전히 기력을 다한 상태로 쓰러져 있었고, 동굴의 주인, 궁극의 악의만이 그를 반긴다. 용은 영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신과 손을 잡을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마지막 인간성을 짜내어, 기사는 용의 머리통을 무거운 궤짝으로 후려갈긴다. 그는 도망치고, 머리 끝까지 분노한 용이 쫓는다.

    분노한 괴물 앞에서, 기사가 가져온 어떤 것도 먹히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용은 영지와 자신의 오랜 결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떻게 자신이 영지의 사람들과 피를 섞어 왔는지, 그리고 왜 그들이 나이가 들고 용의 피를 마시거나 접하면 '본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지. 지금까지 용에게 도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는 시종일관 기사에게 '영주와 닮았다' 고 이야기하고, 기사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모두 소진되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그 때, 풀어줬던 사람들이 기사를 도우러 온다. 필사적인 저항과, 약간은 비열한 기지가 더해져 마침내 기사는 용의 심장을 찌른다. 용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기사의 온 몸을 적시고, 용은 기사에게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며 그를 저주하며 죽는다.


    추가해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시간 내셔서 한번쯤은 전편들도 읽어 보셨으면 좋겠네요. 그것만큼 기쁜 일도 잘 없겠죠.

  • profile
    yarsas 2012.09.24 07:37
    오 드디어 긴 여정이 끝나셨군요. 조만간 완결 나실 것 미리 축하드립니다.
    물론 에필로그도 읽을 거에요 ㅎ
  • profile
    욀슨 2012.09.24 07:57
    yarsas 님 응원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왔을까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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