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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빨간불! 뫼비우스의 띠..

 

한참을 씩씩거리며 화장실 모퉁이를 지날 때 저만치에서 운학이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호는 바닥에 떨어진 기다란 휴지를 집어 들고는 뺨을 어루만진다.

자신의 눈앞에 운학이 있자 대호는 마땅치 않는지 고개를 돌려 버리고 운학은 다가와서는..

 

“제가 대호씨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어요. 아까 그 상황을 다 봤으니까..”

 

대호는 운학을 스쳐지나가며 누가 들을세라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남의 일에 끼어드는 거 아닙니다.”

 

대호는 채린을 따라 롯데리아를 나가고 운학은 대호를 바라보며..

 

‘말 안 해도 될까..? 아무래도..’

 

길거리에서 대호는 채린에게 사정을 설명해 보지만 채린의 화는 풀리지 않는데..

 

“오빠만은 아닐 줄 알았어.. 내가 이 옷을 입고 무슨일을 당했는지 오빠도 잘 알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정말 실망이야..!”

 

대호에게 실망이 컸던지 다른 건물 쪽을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휴지를 들어 보이며..

 

“그게 아니라 난 이걸..”

 

“변명 하지마~! 듣기 싫으니까..!”

 

울고 불며 짜증을 내는 채린을 달래러 한참을 따라다녔지만 좀처럼 대호와 채린의 사이에 핀 오해는 풀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집에서 채린은 룸메이트 제희에게 속사정을 털어 놓는데..

한참을 노트북 인터넷 쇼핑을 하는 제희에게 채린은 옆에서 베개를 끌어 않고는..

 

“어떻게 오빠가 그럴 수 있냐!? 내가 그 옷 입고 뻔히 무슨일 당한지 알면서..!”

 

제희는 귀찮은듯 인상을 찌푸리며..

 

“좋다고 히죽 거릴 땐 언제고.. 너 사랑한다는 게 거기까지냐..?”

 

“뭐..!?”

 

“사랑한다면 믿어라.. 내가 보기에도 그 오라버니는 그런짓 하기엔 안보이더라..”

 

귀는 얇은지 제희의 말에 또 솔깃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런가..? 하긴.. 헤헷, 우리 오빠가 어떤 오빤데 그런짓을 하겠어..”

 

“얼씨구.. 귀는 또 얇아요~”

 

“야!”

 

채린이 소리를 지르자 제희는 움찔하며 귀를 막는다.

 

“아이.. 가시나..”

 

대호는 채린에게 오해를 풀려 아침이고 점심이고 밥 먹을 때 시간날 때 마다 전화하고 문자하고 찾아가도

채린은 피할 뿐이었다.

그렇게 대호와 연락을 안한 지 일주일 쯤 지났을까..? 뜻밖의 손님이 채린을 찾아오는데..

 

♪〜♩〜♬

 

토요일 늦은밤 9시가 돼서야 채린에게 걸려온건 운학이였고..

 

“운학씨가 웬일이지..?”

 

전화를 받자..

 

“웬일이세요..?”

 

“채린씨 집 근처에 있는 평화 마트에요. 할 얘기가 있으니 나와봐요.”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 운학이 이상하게 생각한 채린은 간단하게 핑크 츄리닝을 입고 마트로 향한

다.

굵직한 나무에 하늘을 찌를 듯 한 높이 솟은 나무 밑 정자에 앉아 회색의 정장을 입고 파란색 설레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앉아있다.

채린이 다가와 옆에 앉자 운학은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건네고는..

 

“채린씨도 드시라고 하나 더 샀는데 먹을래요..? 요즘 날씨도 더운데..”

 

받아들고 손바닥으로 아이스크림을 내려치면서..

 

“할 말이 뭔데요..?”

 

“대호씨는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오해는 풀어야 할 거 같아서요.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말하는 겁니다.”

 

아이스크림을 입안 한가득 머금고 삼키고는..

 

“말해봐요.”

 

상황은 늦은밤 대호와 채린이 롯데리아 화장실을 나와서 오해를 산 그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 화장실도 들릴겸 뭐하나 먹어볼까 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와 화장실로 향했는데 그 상황을 목격할지는 꿈에도 몰랐어요.”

 

알록달록 인테리어 된 벽 모퉁이를 돌 때 대호의 손은 채린의 미니스커트 밑으로 손이 가있고 바닥엔 두루마리 휴지 5~6칸 정도 길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대호씨는 채린씨 옷 밑으로 나온 휴지를 빼줄려다 그런 오해를 산겁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런 상태로 가게 안을 돌아 다녔다가는 적지 않은 웃음거리가 됐을 테니까요.”

 

미니스커트 밑으로 나온 흰색의 두루마리 휴지 5~6정도 길이를 달고 가게안을 걸어 다녔다간‘꼬리가 달린 인간이다.’‘구미호다’‘괴물이다’‘쟤 봐~!’적어도 이런 말이 나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신을 생각해서 한 행동을 오히려 오해를 해서 그런짓을 해버렸으니 지금 채린은 적지 않게 부끄럽고 얼굴이 빨개져 있다.

 

“케엑! 지.. 진짜요..?”

 

“대호씨는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는 했지만 이대로 두었다간 둘 사이 오해만 더 커질 거 같아서요.”

 

채린은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꼈다가 켰다가 번호를 눌렀다가 말았다가 안절부절 못하는데 운학은 그런 채린을 넘겨 보고는..

 

“전화 해봐요. 잘못한 건 미안하다 말하는 게 좋은 거예요.”

 

운학의 말을 듣고 용기내어 대호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삐익! 소리 이후 통화료가..〙

 

대호가 전화를 받지 않자 전화기를 바라보며 채린은 울상을 짓는다.

 

“아~! 안 받네.. 어쩌지..?”

 

운학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낸다.

 

“채린씨.. 이 세상에서 제일 쉽고도 어려운 말이 뭔지 알아요..?”

 

“네..?”

 

“미안하다.. 사랑한다.. 사람들은 왜 잘못하면 미안하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걸까요? 몇 글자 되지 않는 쉬운 말인데..”

 

운학은 자신의 차를 새워둔 길가로 가서 차를 타고는 운전석의 문을 내린다.

 

“채린씨, 꼭 두 분 잘됐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채린씨는 대호씨랑 잘 어울리거든요.”

 

채린은 다가와 고개 숙여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고마워요. 말씀해 주셔서..”

 

조용한 밤길 도로가를 멀어져 가는 흰색의 운학의 승용차를 채린은 뒤에서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 그때 대호는 자신의 원룸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채린이를 보면 마치 지혜가 되살아온 거 같았는데.. 어떻게 찾아온 사랑인데.. 이대로 놓칠 순 없는데..’

 

무슨 생각인지 좀비처럼 벌떡 일어서 앉아선 방 모퉁이를 바라보며..

 

‘저걸.. .. .. 쓸 수 밖에.. 없는건가..?’

노트북 책상 옆으로 23인치 정도 크기에 납작한 초록색 줄무늬 누런색의 종이 상자가 벽에 비스듬히 새워져 있었다.

대호가 자신의 핸드폰을 켰을 땐 숫자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큰마음을 먹고 채린에게 전화를 걸자 둘은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 드는데..

 

♩〜♪〜 딸깍~

 

“저기 오빠.. 미안..”

 

“채린아.. 미안..”

 

그제야 대호와 채린은 전화를 사이에 두고 미안하다는 말을 동시해 하며 나지막이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오빠가 왜 미안한데요..?”

 

“그러는 너는 왜 미안한건데..?”

 

〘쿠후훗~〙〘키히힛..〙

 

“운학씨가 그랬어.. 오빠가 그런건 내가 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하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 그런거라구..”

 

“그랬구나.. 아! 채린아.. 나 너한테 줄게 있어.. 내일 퇴근하고 우리 자주 가는 카페에서 6시에 보자..”

 

“정말!? 뭐 줄건데..? 말해봐.. 응? 응?”

 

“비밀이야..”

 

“치.. 알았어.. 내일봐..”

 

채린과 전화를 해서 였을까..?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

 

“자! 슬슬 자볼까..?”

 

맑디맑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지혜가 눈앞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위로 지나가고 파란불이 깜빡이는 대도 지혜는 파란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건너와! 뭐해? 지혜야..!?”

 

그때야 아이보리색 얇은 원피스를 입은 지혜는 급히 횡단보도를 뛰어 오는데 순간! 대호의 눈앞에서 붕 떠서는 바닥에 떨어져 온몸에 피를 흘리는 지혜를 보고 말았다.

 

“지혜야!!”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혜가 붕 떠서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그 모습만 3~4번 반복되고 그때서야 가픈숨을 헐떡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뭐지.. 모.. 몸이 왜.. 왜이래..!?’

 

분명 어두운 방안 대호의 눈은 떠서 자신의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어서려 해도 몸은 일으킬 수 없었다.

큰 숨을 내몰아 쉬며 그제야 힘겹게 몸을 일으켜 새우며 식은땀을 흘리는 대호는..

 

‘가위에 눌린건가..? 왜지..? 왜 지혜가 교통사고를 당한 그 모습만 계속 반복돼 꿈에서 보인 걸까..?’

 

조용히 채린에게 주기로 한 상자를 바라보고 생각에 잠긴다.

 

‘그때도 지혜한테 저걸 주기로 한 날 이였는데..’

 

대호의 집 밖에선 조용히 차들만 지나가고 잠 못 이루는 개들이 가끔 짓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대호는 어느 날보다 몸이 더 피곤했다.

가위에 눌러서 이었을까..? 잊고 싶었던 그때를 몇 번이고 더 꿈에서 보아서 였을까..?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하고 아침 체조 때 사장과 말을 주고받는데..

큰 키에 마른 체격 안 그래도 없는 머리숱에 대머리가 되어가고 있는 60대 후반의 대호의 사장은 다크서클이 눈 밑에 짙게 깔린 대호를 바라보며 걱정스런 말투로..

 

“어제 잠을 못잔 거냐..? 안색이 왜 그래..?”

 

공장에 울러 퍼지는 체조 음악에 몸을 실어 운동하면서..

 

“어제 가위에 눌렸어요. 자다가 악몽을 꾸다보니 그만..”

 

“일하다 힘들면 커피라도 한잔 먹고 하면서 해라..”

 

체조를 끝마치고 일을 시작하는 대호는 공구함을 끌고 가면서도 연신 하품을 연발하며 누가 봐도 엄청 아픈 얼굴 이였다.

공장 안에서의 시끄러운 음악소리 같은〘쿵쾅!〙〘위잉!〙소리가 울러 퍼지고 시간은 흘러 점심시간 그날은 대호와 채린이 서로의 속사정을 알기라도 한 듯 마주보고 어색해 하고 앉아 있었다.

몇 번이고 같이 마주앉아 밥을 먹었지만 어느 날보다 밥을 먹지 못하는 대호를 채린은 걱정스런 눈으로 들여다보고는..

 

“왜 이리 못 먹어..? 주방 아줌마 보고 죽이라도 만들라고 할까..?”

 

고개 숙인 대호는 채린의 말에 마주보고 손사래 치며..

 

“아냐, 그냥 잠 좀 못자서 그래.. 걱정 안 해도 돼..”

 

젓가락으로 밥을 먹으면서 채린은 턱을 괴이고는 대호를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괜히 오해 한 건데 오빠가 오히려 먼저 전화해서 선물을 준다기에 놀랬어.. 오해해서 미안해 오빠..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피곤한 몸을 안 그런 척 어두운 얼굴을 이내 감추려고 살며시 웃어 보이며..

 

“그 상황에선 당연히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내가 더 미안하지 뭐..”

 

채린은 마치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만지는 듯 대호의 뺨을 어루만지며..

 

“을구~ 우리 호양이.. 착하기도 해라..”

 

대호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며 주위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야..! 넌 쫌 그 강아지 부르는 식이로..!?”

 

“뭐, 어때.. 내 껀데..”

 

‘괜찮.. 겠지..? 그걸 줘도..?’

 

밥을 다 먹은 채 앉아서 마주보고 이야기 하고 있는 둘은 오해가 풀리고 이제야 가까워진 채린의 손길이 대호는 싫지만은 안았다.

식판을 들고 잔반 처리대로 향하는 둘은 채린이 대호의 뒤에서 어깨너머로 대호를 올려다보며..

 

“근데 무슨 선물을 줄꺼야..? 가지고 왔어..?”

 

“비밀이라고 했잖아.. 이따가 봐..”

 

“에이~ 그러지 말고 가르쳐 주라.. 응? 응..?”

 

채린이 더 이상 물어보면 귀찮아 질세라 정수기의 물을 들이키고는 빠른 속도로 줄행랑을 친다.

 

“오빠!”

 

다시금 대호와 채린이 사이에서 오해는 풀리고 활기를 되찾은 그날의 점심시간은 지나가고 약속을 한 카페로 대호는 종이 박스를 들고 향하고 있었다.

 

〘호양아!〙

 

소리가 나는 대로 고개를 돌렸을 땐 대호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을 오늘따라 웬일인지 왼쪽으로 묶어서 내린 머리에 아이보리색 얇은 원피스..

그건.. 3년 전 지혜와 대호가 싸웠을 때 대호가 종이박스를 선물로 주기로 한날.. 지혜가 교통사고가 난 바로 그날의 지혜의 모습 그대로였다.

채린을 본 반가움도 잠시.. 마주보고 있는 횡단보도에서 손을 흔들어줄 때 어제의 악몽이 순간의 공포가 대호를 엄습해 왔다.

 

‘왜.. 저 옷을..!? 아.. 아무일도 어.. 없겠지..?’

 

다시는 그런 악몽은 꾸지 않을 줄 알았다. 거짓말 같았다.

파란불이 바뀌자 대호를 바라보고 신나게 뛰어오는 채린은 거짓말처럼 흰색의 승용차에 치여서 앞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지..채..채..”

 

3년 전 악몽을 반복하듯 충격을 먹어서 대호의 입에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에서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따라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횡단보도에 쓰러져 있는 채린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가려질 때야 간신히 몸을 일으켜 새워 힘겹게 달려가는데..

 

“채린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대호가 채린을 바라보는 순간 눈앞이 흐릿해져 버렸다.

주위에선 웅성거리는 소리와 시끄러운 엠블란스 소리만 들릴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삐용~! 삐용~!〙

 

정신을 차리고 봤을땐 병원이였고 대호는 병실에 빈 침대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채린아.. 채린아..!”

 

“이제야 정신이 든 거야..?”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땐 신대식 회장과 채린의 어머니 한무희가 있었다.

정신없이 달려가 채린을 봤을 땐 오른쪽 다리에 발목까지 깁스를 하고 있었다.

 

“괜찮은거야..? 몸엔 이상이 없구..?”

 

그때 문을 열고 운학이 들어와 말하는데..

 

“하늘이 도왔습니다. 머리에 사소한 출혈만 있고 오른쪽 발가락에 금이 가긴 했지만 안정만 취한다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진회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운학이 대호에게 다가와서는..

 

“기쁘지 않는겁니까..? 채린씨가 무사한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대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안심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혜도 교통사고 이후 별 탈 없이 지내다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을 떴으니 채린도 그러지 않을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대호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다가와 귀띔으로..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노시보 현상이나 희귀한 병명은 없으니까요.”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몸을 일으켜 새워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뒤에선 신대식 회장이 다가와 대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이거 불안해서 못 살겠구먼.. 우리 딸아이와 교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던가 해야지 이거 원..”

 

침대에 앉아 이불을 덮고 있는 채린은 신대식을 보고는 투덜거리며..

 

“그러지마 아빠.. 엠블란스에 실려 오면서 오빠가 얼마나 날 생각하는지 알았는데 너무 우리 오빠 탓하지 말란 말야.. 내가 차 오는 걸 못 봐서 사고가 난건데..”

 

한무희는 딸아이를 토닥거리며..

 

“녀석, 그래도 어지간히 생각하는구나..”

 

대호에게 다가와 목 인사를 건넨다.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운학씨를 재치고 채린이랑 사귄 다고해서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는데요. 호홋..”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대호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넙죽 고개를 끄떡거린다.

 

“아! 네.. 구, 구대호라고 합니다.”

 

신대식은 병실 문쪽으로 걸어가면서..

 

“여보, 우리는 나가서 차라도 한잔 합시다.”

 

“그러자구요. 운학씨, 한잔 할래요..?”

 

운학도 따라 나가면서..

 

“제가 두 분 꺼 사드리죠..”

 

사람들이 다 가나자 병실엔 대호와 채린 둘만 남게 되었다.

대호는 채린에게 다가와 침대 옆 의자에 앉으며..

 

“후~ 이제야 정신이 좀 드네..”

 

옆에 앉아있는 대호를 내려다보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웃으며 이야기 한다.

 

“지.. 채린아.. 주.. 죽지마.. 지.. 채린아.. 크흐흣..”

 

“뭐야 그건..?”

 

“운학씨와 같이 엠블란스에 실려 가면서 오빠가 내손 잡고 했던 말이잖아.. 뭐야 그게..”

 

채린을 바라보며 놀라면서..

 

“저 이.. 아니, 운학씨랑 같이 엠블란스를 여기까지 내가 타고 왔다고..?”

 

“그래, 한편으론 이 오빠가 날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사랑하는구나 생각하다가도 병원에 실려 가는 내가 오빠를 진정 시키고 있으니..”

 

부끄러웠는지 딴청을 피우며..

 

“정신이 없어서 기억도 안나.. 근데, 내가 왜 저기에 앉아서 그러고 있었지..?”

 

“엠블란스에 실려 오면서 내 손 잡고 그만 잠들었나봐.. 그 때문에 운학씨가 여기까지 데려오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크흠!〙

 

여태까지 미워하던 운학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였을까..? 채린에게 부끄러워서 였을까..? 괜한 헛기침만 연발하던 대호에게 채린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오빠, 준다는 선물은 어디있어..?”

 

그제야 생각이 난 듯 자신의 손을 보며 이리저리 살피고 있다.

 

“선물!? 그게..!?”

 

충격을 먹고 길바닥에 떨어뜨린 걸 까맣게 잊어버린 걸 그제야 기억이 돌아온다.

미안한 마음에 실 웃음을 지어보이며..

 

“미.. 미안.. 길거리에..”

 

채린은 돌아서서 침대 옆 나무 서랍위의 종이상자를 내보이며..

 

“혹시 이거야..? 준다는 게..?”

 

“그게 어떻게..?”

 

“운학씨가 볼일로 거기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가 떨어진 걸 봤나봐.. 대호오빠가 사고현장으로 뛰어가는걸 보고 혹시나 해서 주워 왔는데 풀어보고는 혹시나 해서 가져 왔댔나봐.. 깁스하고 나오니까 병실에서 그러던데..”

 

포장지를 풀어 헤치고 종이 박스를 열었을 땐 채린의 입은 벌어지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건 대호가 하나하나 손톱으로 정성스럽게 접어 정리해둔 종이장미 100송이였다.

하트 모양이나 글자를 데코에이션 하진 않았지만 만지면 배일 듯 날카롭게 접은 종이 장미가 마치 유리인 듯 초콜릿인 듯 보여 상자 안에선 붉은 장미향이 가득했고 한 송이 한 송이 초록색 꽃받침과 작은 상자를 하나하나 채워 넣어 정성이 가득했다.

 

“진~짜! 예쁘다~아! 이거 정말 오빠가 만든 거야..?”

 

“응, 맘에 드냐..?”

 

“설마 산건 아니겠지..?”

 

채린의 말에 황당해 하며..

 

“야! 내가 그거 접는다고 손톱에 빨간물이 들었다. 책상이 얼마나 빨개졌는지.. 그거 접는데 두 달이 걸려!”

 

“키힛, 말하는 거 보니 오빠가 접은 거 맞네.. 고마워 오빠.. 챙겨놨다가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다시 챙겨선 침대 옆 나무 서랍위에 올려 두고는 대호는 채린의 손을 맞잡으며..

 

“어제 죽은 지혜가 교통사고 당했을 때 꿈을 꿨어.. 반복해서 그 장면만 보이는 게 섬뜩해서 가위까지 눌렸는데.. 꿈과 똑같이 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얼마나 놀랐다구.. 정말.. 아무이상 없어서 다행이다.”

 

“오빠..”

 

채린은 대호를 바라보며 눈썹을 찔근 움직인다.

그러자 대호는 일어서서 채린에게 다가와 얼굴을 가져다 대자 채린은 눈을 감으며..

대호와 채린의 입술이 막 0.000000001mm를 남겨두고 닿으려는 찰나..

 

〘드르륵~〙

 

문을 열고 운학이 들어선다.

서로가 놀라 움찔하고는 다른곳을 바라보고 헛기침을 하고 운학은 돌아서서 나가려 한다.

 

“크흠, 하던 거 마저 하세요.”

 

그러자 대호가 운학을 불러 새우고는 다가서서 악수를 권한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형..”

 

그제야 둘 간의 쌓아둔 벽이 허물어지는 듯 서로 맞잡은 두 손은 바라보는 흐뭇한 미소만큼이나 주위가 밝아져 왔다.

 

“이제야 대호씨랑 친해질 수 있겠군요. 반말해도 되죠?”

 

‘지혜야, 니가 내 꿈에 나왔던 건 어쩌면 채린이의 사고를 막아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예지몽 같은.. 이제 이 사람이랑 친해져도 괜찮겠지..? 나 이제 너의 심장을 이어받은 채린이랑 함께해도 되는 거지..?

 

 

 

 

 

 

 

 

 

종이장미 접는법(회오리형) : http://blog.naver.com/uyi824?Redirect=Log&logNo=122077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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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2 07:38

     어떻게하다 옷에 휴지가 끼었을까요;;;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다 했더니, 갑자기 또 사고가 나는군요.

     그걸 계기로 운학과 대호가 화해하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론 잘 된 일이려나요??

     잘 봤습니다^^;

  • profile
    클레어^^ 2011.08.22 07:40

    아~. 휴지 때문에 그랬군요.

    으흠, 오해도 풀리고 사고지만 그래도 많이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네요.

    두 사람... 잘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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