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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화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

 

회사 2층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내 뱉은 말을 그제야 회사에 들어선 채린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채린은 순간 주위를 둘러보는 듯 하였지만 내심 기쁜 마음으로 대호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가 점점 햇빛처럼 밝아져 왔고 대호는 사랑한다는 자신의 마음이 그만 들켜버려 주저앉아 옥상 담벼락에 기대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아이 씨! 어쩌지..?”

 

죄 없는 머리와 뺨을 연신 두들겨 패며 자신을 자학하고 있었다.

 

〘퍽! 퍽! 퍼억!〙

 

“채린이랑 눈이 마주치고 말았잖아.. 이제 어쩔거냐구 바보야.. 씨..”

 

안돼겠다 싶었는지 대호는 채린이 쫒아 올새라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밑에선 채린이 대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있던 채린이 대호를 보자 성큼 성큼 다가와 얼어붙은 대호에게..

 

“아까 뭐라고 그랬어..?”

 

“뭐, 뭘 말야..?”

 

“사.. .. .. 뭐라고 한 거 같은데..? 잘 못 들었어.. 다시 한 번 말해봐..”

 

채린을 재치고 계단을 내려오려 하자 막아서며..

 

“왜, 왜이래..?”

 

“아까 했던 말 다시 한 번 크~게 하면.. 비켜줄게..”

 

♪〜♩〜♫

 

대호의 휴대폰에서 울려 되는 건 다름 아닌 현장에서 대호를 찾는 강팀장이였고 핸드폰을 확인한 대호는 마음이 급해지는데..

 

“비, 비켜.. 일하다 나온 거라 들어가 봐야 해..”

 

핸드폰의 벨소리가 끝나자 채린은 대호의 말을 더 잘 들으려 손을 귀에다 가져다 대고 능청스런 표정으로..

 

“그러니까 빨리 말해봐..”

 

현장에선 강팀장이 부르고 있고 그렇다고 채린을 밀칠 수도 사랑한다고 크게 말하기도 대낮에 말하기도 낯부끄러운 상황 이였다.

대호는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

 

“뭐야.. 안 들려.. 더 크게..”

 

“사..사랑해..!”

 

“안 들려~”

 

“사랑한다구!!”

 

〘키히힛!〙

 

그제야 대호의 마음을 확인한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어대며 채린은 대호의 손을 잡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 차 사이로 들어가 대호를 바라보며..

 

“나.. 난 니가 본사로 가버린 줄 알고..”

 

〘쪼옥!〙

 

채린은 대호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뒤로 두어 발자국 물러난다.

대호는 놀라 뺨을 어루만지며.

 

“야아..”

 

“말해줘서 고마워.. 오늘 참 기분 좋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본사로 안간 거야..?”

 

채린은 자신의 끈 달린 갈색 핸드백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보이고는 그걸 본 대호는 놀라 괜한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려 버린다.

꺼내든 서류에는 알록달록 색연필로 색이 칠한 채린의〘아이스께끼!〙를한 그 한 장면 이였다.

 

“이거지? 나한테 갔다 온 이야기를 하지 못한 이유가..?

 

“크흠, 그게 왜 너한테..?”

 

“오늘 아침 일찍 창원 공장으로 향하는 아빠를 따라 회장실로 들어갔다가 자리를 비운 아빠자리에서 이 서류를 발견했거든..”

 

대호가 회장 신대식에게 채린과의 교재 허락을 받은 이유인즉슨 이러했다.

태현의 집으로 따라 들어가 나대환 사장과 마주쳤을 때 대환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네..? 왜 줄 수가 없다는 거죠?”

 

“그게 말일세.. 우리 아들 녀석이 장난이 좀 심해서 그만..”

 

아들 녀석이 장난친 서류를 가져와 들어 보이며..

 

“식당에 밥 먹으로 갔을 때 어떤 아가씨에게 짓궂은 장난을 한 모양인데 그 상황을 그린 모양일세.. 이걸 지우려고 한참을 고생했는데 그때 마침 신대식 회장님이 전화가 와서 난감했지 뭔가..”

 

대호는 서류를 받아들며 그려진 그림을 보며 콧방귀를 낀다.

서류를 챙겨들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 회장실에서 신대식과 마주보고 앉아 서류를 나무탁자에 올려놓으며..

 

“그래, 서류를 가지고 왔다고..?”

 

“그게..”

 

난감해 하며 내려놓은 서류를 신대식은 집어 들어 안경을 다잡아 보더니 박장대소를 하며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린다.

 

〘크하하하핫! 하하핫!〙

 

대호는 신대식이 웃는 이유를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회, 회장님..?”

 

“미안하네.. 우리딸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네..?”

 

“나대환 사장과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아들 녀석 장난이 심한지는 알았지만 자네와 사장 아들이 우리 딸을 이렇게 좋아라 하다니 예상 밖이 여서 말일세..”

 

내려놓은 서류 제일 밑으로 검은색 색연필로 조그마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신채린.. 15년만 있으면 누난 내꺼야..!」

 

미처 보지 못한 글에 대호는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자네와 우리 딸의 교재를 허락하네..”

 

대호는 화색이 되며 벌떡 일어서서 90°로 거듭 인사를 한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 .. 이 서류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네만..”

 

“네..?”

 

“중요한 기밀이 적힌 것도 아니었고 유출 됐을 땐 이미 폐기될 서류였어..”

 

대호는 다시 앉아서 신대식을 바라보며..

 

“그럼 왜 저에게 그런 심부름을..?”

 

신대식은 팔짱을 끼며 대호를 바라본다.

 

“자네를 시험해 보고 싶었으니까.. 회장 외동딸을 사귀려면 어느 정도 능력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서 많이 본 꼬마가 횡단보도로 뛰어드나 싶더니 그게 나대환 사장 아들 이였군..”

 

새워진 차들 사이에서 대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채린은 허리에 양손을 올려두고는 뭔가를 다짐한 듯 주먹을 쥐어 보이고는..

 

“그 꼬마가 대환 아저씨 아들이란 말이지..? 만나기만 해봐.. 가만히 안두겠어..”

 

‘어젠 기다리겠다 해놓고선 오늘은 태현이를 가만히 안두겠다고 하네.. 내가 이럴 줄 알고 말 안할랬던건데..’

 

저만치 공장 입구에서 대호를 발견한 듯 강팀장이 나와서 대호를 부르는데..

 

“야! 구대호!! 빨리 와서 일 안하고 뭐해!?”

 

“아! 네.. 갈게요!”

 

채린을 지나 공장 입구로 발길을 돌리며..

 

“빨리 가봐야겠다. 안 그럼 강 팀장님한테 혼날 거야..”

 

채린은 대호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이따 저녁 먹고 자판기 앞에서 봐..”

 

대호는 공장안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하고 쉴 새 없이 돌아가는〘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간도 흘러간다.

찬바람이 불어올 때쯤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대호와 채린은 저녁을 먹은 뒤 자판기 앞 나무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회장님 말씀으론 발령이 취소한건 아니라는데 어떻게 여기로 온 거야..?”

 

“맞아.. 발령이 취소된 건 아니지.. 발령 난 건 다른 채린이지 내가 아니거든..”

 

“응..?”

 

“우리 회사에 동명이인이 있었나봐.. 알고 보니 성을 잘못 적어서 그렇게 된 거더라고..”

 

대호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그 모습을 본 채린은 살며시 미소를 띠면서..

 

“이거 사랑한다 소리 한 번 더 들으려면 정말로 본사로 가야겠는데..”

 

대호는 놀라면서 채린을 노려보는데..

 

“야! 너..”

 

팔꿈치로 대호의 쿡쿡 찌르며..

 

“히힛, 농담이야..”

 

대호에게 팔짱을 기대며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어제 이야기 들었어.. 우리 호양이가 얼마나 날 생각하는지..”

 

기억을 떠올려 대호와 채린 그리고 운학과 지민이 늦은 밤 홈플러스 1층에 무빙워크쪽 하얀 벽 구석지에 자리를 잡고 떡볶이와 순대를 먹어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채린은 지민을 바라보며 먼저 말을 건네는데..

 

“지민씨는 운학씨랑 간호사일 언제부터 하게 된거에요?”

 

지민은 떡볶이를 하나 먹어치우고는 포크를 들고 상상에 젖어 드는데..

 

“그리고 보니 운학 선생님을 처음 본 게 한~ 8년 됐나..?”

 

8년의 세월은 거슬러 한지민은 간호사가 되기 전 17살의 여고생 시절이고 운학은 인턴으로 병원 생활을 막 시작한 22살 새내기 시절이다.

잘생긴 외모에다 똑똑해서 병원에서 병역근무를 하게 된 운학은 그날 선배의 진료를 돕다가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긴 생머리에 지민은 응급실 침대에 누워 창피한지 하얀색 이불로 얼굴로 가리고 있고 의사와 운학 그리고 지민의 어머니가 바라보고 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놈의 연애인들을 좋아라 하더니.. 그 녀석이 죽었다고 너도 따라 죽을꺼냐!?”

 

의사는 지민의 어머니를 바라보고는..

 

“베르테르 효과입니다.”

 

“네..?”

 

“선배, 그건 뭔가요..?”

 

“동조자살(copycat suicide) 또는 모방자살 이라고도 하죠. 독일의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서한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 건데 간단히 말해 유명인이나 영화 드라마 어디서 본 것을 동경하고 좋아해서 그걸로 인해 자살 시도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운학이 조그마한 수첩에 적으며 고개를 끄떡이자 말을 이어나간다.

 

“다행이 어머님께서 빨리 발견하셔서 큰 이상을 없으니 그냥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환자의 안정이 중요하니 하루정도는 안정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지민의 어머니는 의사 선생님에게 거듭 인사를 하며..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연신 지민의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한다.

 

〘퍽! 퍽!〙

 

“으이구~! 정신 차려 이 녀석아!”

 

지민은 벌떡 일어서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화를 내기 시작한다.

 

“아! 아파 엄마!! 나도 오빠 따라갈 거란 말이야!”

 

침대를 내려가려고 몸을 틀었을 때 지민은 눈엔 빛이 들어오고 운학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신발을 신고 응급실을 나서지만 못내 아쉬워 거듭 뒤돌아보며 느릿느릿 걷는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운학은 조용히 팔짱을 끼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때.. .. 부터였군요.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꾀병을 부리며 날 찾아와 귀찮게 했던 이유가..?”

 

지민은 들은 채 만 채 채린을 보고는..

 

“남자들은 왜들 그러죠? 여자맘도 모르고 꼭 좋아한다고 말해야 알아듣고..”

 

“원래 남자들이 다 그래요. 우리 호양이도 나랑 지금까지 사귀면서 좋아한다 사랑한다 한마디 안한 거 있죠.”

 

대호와 운학 두 남자는 여자들의 대화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마냥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며..

 

“야! 신채린..!”

 

“한 간호사!”

 

채린과 지민은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두 남자를 마주보며 혓바닥을 내밀며 메롱~을 연발한다.

지민은 포크로 떡볶이를 먹으며..

 

“채린씨는 대호씨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채린은 젓가락으로 순대를 하나 입에 넣고는..

 

“횡단보도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을 때 오로지 한사람만 보이고 주먹만 한 돌이 가슴에 부딪치는 그런 느낌 알아요..?”

 

 여자의 수다로 인해 두 남자는 철저히 외면되고 있었다.

양이 많은지 떡볶이와 순대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둘의 수다는 끝날 줄을 몰랐다.

눈앞엔 운학이 자신을 보고 있고 순대를 몇 개 집어먹기는 했지만 영 자리가 불편하자 대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그걸 눈치라도 챘는지 채린은 대호를 보며..

 

“어디 갈려구..?”

 

“먹고 있어.. 저기 입구에서 바람이라도 쐬면서 캔커피라도 먹고 있을게..”

 

“여기 있지 왜..?”

 

“금방 올테니 놀고 있어..”

 

“다 먹고 나갈게 기다리고 있어..”

 

대호가 입구로 향하자 무슨 생각인지 지민은 조심스레 대호를 따라 나간다.

빨간색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집어넣으려 하자 지민은 막아서고는 자신의 돈을 집어넣는다.

 

“레쓰비, 괜찮죠?”

 

“네..”

 

몇 걸음 물러나 돌담에 걸터앉자 캔 커피를 빼내들어 대호에게 건네고는 옆에 따라 앉는다.

 

“우리 선생님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그때 이후로.. 자책감에 많이 시달리셨으니까요.”

 

세월은 거슬러 지혜가 세상을 뜨고 홧김에 대호가 운학에게 찾아와 한바탕 휩쓸고 간 이후이다.

운학의 책상 위에는 대호가 던진 서류 뭉치가 너저분하고 운학은 의자에 앉아 고개 숙여 풀이 죽어있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는 한지민 간호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선생님.. 괜찮으세요..? 선생님..? 선생님..”

 

지민이 불러도 한참을 대답이 없던 운학은 힘겹게 말을 꺼내고는..

 

“한간호사.. 오늘 일정.. 오후로 미루어 주세요.”

 

“선생님, 하지만..”

 

책상에 팔을 괴이고는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워하는 운학을 보고는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간다.

 

‘내 판단이 틀린거야..? 내가 한말 때문에 한 사람이 죽은.. 거라구..?’

 

운학은 대호가 던진 서류 뭉치를 보고 확인하고는 분노에 구겨서는 집어던지고 책상을 양손으로 내려친다.

 

〘쿵!〙

 

문 밖에서 걱정스레 방안의 소리를 듣고 있던 지민은 요란스런 부시는 소리에 마음이 착잡하다.

 

“선생님 부모님께서는 그런 선생님을 보고는 안쓰러운 마음에 선 자리를 알아보셨고 그렇게 해서 만난 게 채린씨였어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날짜는 2010년 12월 20일.. 그러니까 지혜가 죽은 지 2년이 흐르고 채린은 심장이식수술을 이미 한 상태이다.

채린은 한참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선 자리에 나온 상태여서 얼굴엔 불만이 가득한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 어느 한적한 카페에 밖이 보이는 창 쪽이다.

각자의 커피를 시켜 놓고는 채린은 딴생각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 운학은 유심히 채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우리.. 어디서 만난적 있지 않나요?”

 

간단히 자기소개만 하고는 딴청을 피우는 채린은 운학을 보며 건성으로..

 

“글쎄요. 전 그쪽을 처음 보는데..”

 

“한 1~2년 전쯤에 저희 병원에서..”

 

그때 저만치 운학을 훔쳐보는 한 그림자가 있었으니 그건 어설프게 변장한 지민이였다.

하얀색 마스크에 짙은 선그라스를 끼고는 채린을 유심히 바라보고는..

 

“저 여자..? 아! 2년 전에 차지혜 환자를 화장실에서..”

 

“저희 병원에서 심장이식수술 한적 있지 않나요..? 제 진료실 앞에서도 만난적도 있잖아요.”

 

운학의 말에 유심히 바라보고는..

 

“그러고 보니 그때 간호사와 부딪쳤을 때 옆에 있던 의사가..?”

 

지민은 일어서서 은색철재 휴지통에 빈 캔을 버리고는..

 

“채린씨는 선생님과 선본 이후로 몇 번을 만나자고 했지만 마음에 없었는지 거절 하시더라구요. 선생님도 채린씨가 대호씨랑 사귄다는 걸 안 이후로 부터는 채린씨에겐 접근하지 않았어요.”

 

대호도 다 먹은 빈 캔을 버리고는 지민은 대호에게..

 

“대호씨에 있어서 채린씨는 어떤 존재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때 건물에서 채린이 나와 대호가 하는말을 엿듣게 된다.

 

“화장터에서 지혜가 뜨거운 불길에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면서 제가 어떤 생각을 한지 아세요?”

 

뒷짐 지고 지민을 지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이 죽으면 세상이 멈출 거 같았어요. 근데 참 희안하죠? 화장터 안의 사람들은 움직이고 통곡소리는 여전하더라구요. 저마다 하는 일들은 그 한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며 잘 돌아갈 테니까요. 몇 날 며칠을 술 먹고 울고 불며 통곡을 해도 죽은 지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굴뚝에 피어오르던 연기를 떠올리며 당당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게.. 지혜가 바라는 일이겠죠?”

 

돌아서서 지민을 바라보고는..

 

“그렇게 마음먹고 회사에 들어가서 만난게 채린이에요. 채린인..”

 

대호는 자신의 심장쪽을 만지더니..

 

“그 연기처럼 저를 다시 살게 해준 심장 같은 존재에요.”

 

대호에게 기대어 있던 채린은 올려다보며..

 

“사실대로 말해.. 그거 준비해둔 대사지..?”

 

대호는 괜스레 헛기침을 해대며..

 

“크흠, 들켰네..”

 

〘띠리리~링 띠리링~〙

 

저녁 휴식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러 퍼지고 대호와 채린은 일어나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채린을 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며..

 

“끝날 때 전화해..”

 

“이따봐..”

 

채린이 사라지자 대호는 로비에서 현장쪽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일터로 향한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대호와 채린의 사랑이 두터워 질 때쯤 그 일이 있고 2주가 흐른 어느 월요일 어느날 대호에게 예기치 않는 일이 벌어지는데..

늦은 밤 9시.. 일을 마치고 한적한 길거리 데이트를 즐기던 대호와 채린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근처 롯데리아 페스트 푸드점에 들려 샌드위치, 치즈스틱등 음식을 시켜놓고 채린은 조금 먹다가 화장실에 간 후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채린이 나오질 않자..

 

“얘가 좀 늦네..? 후~ 나도 화장실에나 갔다 와야 겠다.”

 

간단히 소변을 보고 나온 대호앞에 채린이 지나가자 부르려 하던 대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짧은 치마를 입고 있던 채린의 치마를 들치려 한다.

이상함을 느낀 채린은 대호의 행동을 보자 울먹이며 그만 대호에게..

 

〘쫘악!〙

 

뺨을 때리고 마는데..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

 

대호는 뺨을 어루만지며 어처구니 없어한다.

 

“아니, 그게..”

 

 

 

 

 

 

 

 

 

 

※베르테르 효과 - 동조자살(copycat suicide) 또는 모방자살 이라고도 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서한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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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8.17 08:14

     발령난 거 아니었군요;; 동명이인이라...그럴 법도 하겠네요 ㅎ

     이번엔 좀 유명한 소재였네요. 모방자살 얘기...왠지 최근 들어 많이 이슈가 되었죠;


     아무튼 잘 봤습니다^^;

  • profile
    클레어^^ 2011.08.17 09:09

    베르테르 효과는 한참 이슈가 되는 말이라 몇년 전부터 알게 된 거죠.

    예를 들어서 최진실이라던가, 박용하가 죽었을 때... (특히 유명한 연예인이 자살했을 때일수록) 그 효과는 더 커지는 것 같더라고요.

    요새 비도 많이 오고 해서 우울증도 늘어났다는데...

    그런데 대호는 왜 마지막에 그런 초딩같은 짓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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